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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일승 Feb 05. 2022

새해는 요?

올해 목표는 잘 되고 계십니까?

새해가 지난 지 벌써 한 달이 훌쩍 넘어 버렸다.

현업에 있을 때는 사실 새해 목표가 없었다. 그저 이 시즌 play off 진출?

아니면 우승 뭐 이런 거였다.

그만큼 다른 거를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한 달에 책 한 권 읽기, 영어 공부 하기, 취미로 뭐 배우기 등등 일반 사람들은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새해 계획과는 달랐다.

그저 이기고  시즌이 끝나면 어떻게 쉴까 하는 마음이 전부였다.

특히 새해라는 개념은 더 없었다. 라운드가 넘어가느냐 정규리그가 마치느냐 그런 게 

기준이고 시간의 흐름을 느끼는 척도 였다. 

특히 4라운드는 중요한 이정표인데 트레이드 마감 시한 그리고 외국인 교체 한계점이었다.


이제는 그런 압박감이 없지만 이제는 더욱 그런 목표가 필요해졌다.

시간을 좀 더 알차게 써야 했다. 일주일에 중계를 몇 번 하면 시간이 후딱 지나가지만 

나머지 시간엔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생긴다.


전에는 팀에 있을 때 계획이라는 것을 굳이 세운다면 

가장 훌륭했던 장소가 비행기였다.

미국이나 유럽에 선수들을 보러 갈 때 조용한 기내 좌석에 앉아 시즌 구상을 젤 많이 했다.

그것은 아마 특정 외국인 선수를 지목해서 보러 갈 때 그 선수와 우리 선수들의 조합을 구체적으로 상상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선수가 뛴 경기를 보며 그와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를 보유한 팀들의 경기도 참고하며 

팀 스타일을 잡곤 했다. 

그런 시간엔 패턴도 잘 만들어져 보통 하프코트 패턴은 5~6개 를 금방 만들어 냈다.

아주 재미있는 시간들이었다.


이제 한 달이 지난 새해다. 우리는 새해 구정 신정 어릴 때부터 교육을 헷갈리게 받았다.

신정 즉 1월 1일을 권장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것이 설이라고 해서 설 특집 tv도 많이 했고 공휴일도 신정을 

기준으로 해서 연휴를 만들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계속 구정을 중심으로 설을 쇠고 경제도 그리 돌아가니 정부는 다시 구정이 설이라고 한다.

새해 시작의 출발점이 혼란스럽다.


그렇다 치고 새해 계획이 뭐냐고 물어보는 나이가 됐다.

애들도 대학을 거의 졸업하는 나이고 이십 대 후반들이다. 좀 더 진지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나


나는 그런 면에서 어깨에 힘을 좀 준다. 지난해 세운 새해 실천 계획을 성실히 유지하고 있다.

바로 금연이다.

14개월에 접어든다. 같이 지냈던 사람들이 믿기지 않은 눈치다.

특히 김병철 코치은 더욱 안 믿는다. " 아직도 안 피세요 감독님?"

"그럼" 

"와 진짜예요?"

난 골초였다. 이틀에 보통 5갑을 피웠다. 그리고 담배가 떨어지면 어김없이 김 코치 방을 찾았다.

편의점이 숙소 가까운데 생겨 그런 게 너무 좋았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밤 12시부터 아침까지 영업을 안 해서 차를 타고 나간 적이 많았다.

금연을 하니 몸에서 옷에서 냄새가 나질 않아 좋다

옷 주머니에 담배 가루가 없어 좋다.

한 개비를 피고 말미에 한대 더? 이런 고민을 안 해서 좋다

선수들 앞에서 냄새 안 나게 하려고 껌도 씹고 홀스도 먹고 그런 거 안 해서 좋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내가 굳은 결심을 한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그렇게 금연을 실천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언젠가  기아 시절 금연 사건이 생각난다.


                                아련히  떠오르는 기아 시절 맨 왼쪽 박인규 코치님




때는 바야흐로 1994년이다 이것을 왜 이리 기억하냐면 큰 사건이 있었다.

당시 최인선 감독님 박인규 코치님 그리고 매니저를 보던 나 버스기사님  이렇게  농구단 사무실에는 

스태프의 인원이었다. 최 감독님은 진작에 금연을 하여 우리들에게 담배 끊으라고 가끔 잔소리를 하셨다.

하지만 우리 셋은 완전 골초들이었다.

특히 숙소서 감독님 안 계시는 자리에선 담배를 경쟁이나 하듯 피워댔다.

그 전에는 장충체육관 시절 농구시합을 하면 감독석 앞에 담배 재떨이가 있을 정도였다.

하루는 버스 기사님이 금연을 하자고 제의를 했다. 서로 눈치를 보다가 

"좋다. 김형! 진짜 한번 합시다."

"정말로 하죠 박 코치님 말로만 하지 말고.."

"무슨 소리? 진짜로 하자니까요!"

"그럼 어기는 사람은 오십만 원 벌금으로 합시다."

"좋습니다 오십만 원!"

"아니 말로만 하지 말고 여기 사무실에 딱 써 놓고 진짜 끊읍시다"

그래서 나는 서기가 되어 "금연 담배 피우는 거 적발 시 오십만 원 벌금을 낸다."

이런 문구를 달력 한 장 찢어서 뒷면에 큼직만 하게  써서 붙여 놓았다.

그리고  각자 이름을  쓰고 트레이너한테 빌려온 손 따는 침으로 각자 피를 내서 사인을 했다.


사무실 한쪽 벽면에는 피로 물든 금연의 혈서가 살벌하게 붙여져 있었다.  ㅋㅋㅋ

사무실을 드나든 선수들은 이 사실들을 알고 각자 정보원이 되었다.

조금이라도 담배 냄새가 나면 취조를 했고 몰래 뒤를 밟기도 한다.

난? 나는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사인은 안 했지만 함께 하는 것으로 그날부터 감시의 대상이 되었다.



                      인도네시아 아시아 클럽 선수권대회 출전  맨 오른쪽 박인규 코치님



그리고 우리는 1994-1995 농구대잔치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해에 기아 선수들의 경기력은 정말 좋지 못했다. 

정말 그것이 필요했지만 꾹 참고 몇 번의 위기를 넘겼다. 

얼마나 많은 감시의 눈초리가 있는데..

그렇게 정말 참고 참는 날이 지나는 무렵..

우리는 그만 한양대한테 지는 대형 사고 가 나고 말았다

당시 추승균 이상영 등의 어린선수들한테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지고 말았다.

경기를 마치고 난 주차장에 있는 버스로 돌아와서 어디서 담배를 빌리고 눈에 띠지 않는 

버스의 뒤로 가서 막 담배에 불을 붙이는 순간 으아악...!!


분명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고 말았다.

아니 박 코치님, 기사님이 서로 담배에 불을 붙여주고 있는 게 아닌가

"아니 이거 얼마짜리야  두 명이니까 백만 원"

하지만 난 그것보다 더 급한 것은 담배 한 모금이었다

정말 화가 났다. 기아가 한양대한테 지다니...

우리 셋은 이것은 합의 하에 없었던 일로 하기로 하고 다시 하자며 의기투합을 했다.


그게 됍니까?

우린 사무실의 금연  벽보를 찢어 버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열심히 담배를 피웠다.

아련한 금연의 추억과 농구대잔치 시절을 떠올리며..


여러분의 새해 계획은 뭔가요?

저는 금연 유지입니다. 그리고 다이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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