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목욕하러 들어간

by 교희

목욕하러 들어간 나에게 잘 보이고 싶은지 고양이는 도넛 숨숨 집 본부를 거쳐 수납장을 발판 삼아 에어컨 위로 올라가 오늘도 열심히 그루밍, 몸을 핥았다.
이 집에 온 지도 일 년 가까이 된 고양이는 요즘 식욕이 늘어 잘 먹었는지 다리에 근육도 많이 붙고 점프에 자신감이 생겨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몸살 기운이 있는 나는 이번 달 오버한 가스비가 걱정됐지만 건강이 우선이라 욕조에 뜨거운 물을 채우고 몸을 찔러 넣었다. 뼛속까지 가득 찼던 한기는 조금씩 녹아들고 긍정적인 성격에 마음도 평화로웠다.
욕을 마친 나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때 온도차가 다른 두 공간이 부닥치며 마루 거실 쪽으로 연기 '김'이 하얗게 퍼져나갔다.
에어컨 위에서 나를 기다리며 졸던 고양이는 연기 '김' 속 나를 보며 산신령이 나타났구나 깜짝 놀랐다.
연기 속 알몸에 내가 물었다.
"금 츄르가 네 츄르냐? 은 츄르가 네 츄르냐? "
골몰히 생각하던 고양이는 금이나 은은 필요가 없는지..
"냥 아닙니다.
전 그냥 참치 맛 츄르입니다 냥 "
이렇게 대답하는 것 같았다.
대답을 들은 나는..
"거짓이 없는 솔직한 아이구나"
하며 냉장고 속 참치 맛 츄르를 꺼내주며 먹이고 치카치카해주고 꼭 껴안고 이불속에서 같이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