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
줄리가 집에 온 지 12개월이 지났다.
처음 데리러 가는 날이 생각난다.
혼자 사는 나에게 누군가 집에 들인다는 건 큰 책임감 결심이 따르지만, 오랜 기간 준비한 만큼 긴장보단 기대가 더 앞섰다.
예전에 여자친구와 같이 키우던 로미를 양육권 분쟁 끝에 힘들게 보내고 혼자 쓸쓸한 나에게 이제 내 많은 사랑을 주어야 할 아이를 그렇게 만났다.
오늘은 해외축구를 보며 순대와 오징어튀김을 안주 삼아 맥주를 먹었다. 언제 왔는지 줄리는 내 다리 쪽으로 와서 꾹꾹이를 해주었다.
경기가 끝난 지금도 내 다리 위에 있다.
신기하다. 잘 시간인데 옆에 있어준다.
줄리가 처음 왔을 때가 생각난다. 안방 자석 모기장을 못 열어 할퀴어 열라고 하여 찢어질까 조마조마했지만 금방 발톱 사용 없이 잘 열었다.
겁이 많은 아이가 제일 무서워하는 건 가스 점검 아주머니다. 집에 누가 오면 질색을 하고 숨어 점검 후 가셔도 한참 뒤에야 모습을 드러낸다.
한번 숨으면 찾기가 힘들어 방묘문이 있지만 밖으로 혹시 언제 나갔나? 하며 생각도 해봤지만 겁 많은 아이는 나가기는커녕 사실 방묘문도 필요 없었다.
정말 로미와는 딴판이다.
그리고 글 쓰는 지금도 화장실 가랴 담배 피우랴 몇 번을 왔다 갔다 해도 다시 와 무릎 위에 있는 이 아이는 나에게 지금 세상 그 누구보다 가까운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