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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더하기 Jan 19. 2022

일요일에도 전화를 받으라고요?

우리 휴무날은 휴무하자고요

상담 이야기 3               

 잠에서 덜 깬 어둑한 하늘이 고양이 세수하듯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곱게 물든 은행잎이 바람 덕에 차 앞 유리에 무임승차를 하고 나와 같이 하는 출근길이 제법 낭만적이라고 느껴졌다. 회사는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몇 분에 신호체계가 바뀌는지를 알정도다. 그날 출근하는 길을 잃어버리고 은행잎이랑 단풍 구경이나 가고 싶은 화요일 아침이었다.


"고객사랑... (이 멘트는 이제 바뀔 때가 된 거 같다. 너무 지겹다)."
"왜 광고가 계속 들어가냐고요?"

상가 임대 광고를 내는 중년의 아저씨가 업무 시작 한지 얼마 안 되는 시간에 전화가 왔다. 상담을 오래 하다 보면 일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첫 전화가 화를 내는 고객이었다면 그날은 거의 그런 고객분들과 통화를 할 때가 많다. 광고효과가 좋아서 빨리 해결됐다고 좋아하는 첫 전화를 받는 날은 상담 목소리가 좋다, 상담원이 전문가답게 정리를 잘해준다는 등 칭찬을 들을 확률이 많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날 나의 일진은 전자였다.

"언제 보류 전화 주셨나요?"

나는 최대한 침착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내가 일요일에 전화를 했는데  안 받았잖아요. 내 허투루 나간 광고비 어쩔 거냐고!"

"?"

이게 무슨 말이지? 요약을 하자면 일요일에 전화를 했는데 '오늘은 휴무일이므로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대기 멘트가 나와서 전화를 끊었단다. 월요일은 본인이 바빠서 전화를 못했지만 알아서 광고는 보류가 됐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다.


생활정보지는 다양한 광고를 접수하고 처리하기 때문에 참 많은 일들이 있다. 전에는 의무기록 사항이 아니었던 문구들이 추가되기도 하고 변경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인력사무소와 유흥업소 구인광고는 허가번호 기재한다거나, '평'이라는 말 대신 법정계량단위의 변경으로 '㎡'표기, 남녀 구별 못하는 등 그때마다 상담원들은 다양한 바뀐 내용을 숙지하고 변경된 내용으로 안내를 해야 한다. 고객들이 느끼기에는 불필요해 보이는 문구 추가와 변경, 또는 실수로 인한 업무로 이해가 안 된다고 하소연하고 불편을 토로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일요일에 전화를 안 받은 일이 민원이 될 줄은 몰랐다. 우리는 잘못이 없고 고객님이 다시 전화를 주셨어야 한다는 이 당연한 이야기를 이해시키는데 몇 분의 시간이 허비될 줄이야.

 

어쩐지 출근길을 잃어버리고 싶은 날이 더 라니...


우리 휴무날은 휴무하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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