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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더하기 Jan 11. 2022

사람을 찾습니다.

우린 모두에게 소중한 사람

"혹시 사람을 찾는 것도 내주나요?"

 내가 일하는 생활정보지의 주 고객층은 구인을 필요로 하는 분들이었으므로 나는 당연하게  프로그램에 불러줄 내용을 입력하려고 키보드에 손을 가지런히 올려놓았다.

"구인하시려는 건가요? 어떤 분을 찾는데요?"

수화기 너머 느껴지는 숨소리는 깊은 안개에 갇힌 듯 무겁고 답답했다.


"엄마가 없어졌어요."


 생활정보지는 불법광고가 아닌 이상 거의 모든 것을 싣고 있다. 하지만 수년간 일하면서 행불자를 찾아달라는 광고 접수는 처음이어서 순간 당황했다. 72세인 친정엄마가 치매를 앓고 있고 방에서 주무시는 걸 보고 나왔는데 언제 밖에 나가셨는지 하루가 지나도록 소식이 없다는 거다. 경찰에 신고도 했는데 더 많은 분들이 볼 수 있게 광고를 내고 싶다고 했다. 키가 몇인지 나이와 입었던 옷을 말해주었다. 마지막에 치매를 앓고 있다는 내용도 빠짐없이 적어 달라고 했다.


"빨리 찾으시길 바랄게요."


 치매를 앓고 계신 아버지를 둔 친구를 통해서 치매가족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었기에 진심을 담은 말을 전한 후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 휴대폰 문자로 보내온 사진 속 할머니는 따님과 진달래꽃 옆에서 수줍게 웃으며 찍은 사진이었다. 진달래꽃보다도 환한 분홍색 스웨터가 따뜻해 보이고 미소만큼 예뻤다. 할머니 사진을 넣고 실종된 날짜, 키, 몸무게, 착용한 옷, 빠지지 않고 치매 내용을 꼼꼼하게 넣어 편집한 시안을 보내주었다.


 하지만 신문이 발행되기도 전에 할머니는 옆 동네 산에서 사체로 발견이 되었다고 광고를 내지 말라고 전화가 왔다. 딸은 깊은 바닷속에 빠져 숨을 쉴 수 없는 듯이 말을 다 끝나지도 못하고 전화를 끊었다.


 "나는 집에 갈 때마다 엄마가 허리 아프다고 하면서 왜 김치 담가 놨다고 하는지 모르겠어. 담지 말고 아프다고를 말던가."

전에 지인에게 투덜댔던 적이 있다.

 "배부른 소리 하고 있네. 엄마~~ 하고 불렀을 때, 어~~ 하고 대답할 수 있는 엄마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해. 나는 엄마~~ 하고 산소에 대고 부른다."

그 말을 듣던 다른 지인은 엄마와의 통화는 다 녹음을 한다고 했다.


 많이 아픈 엄마가 언제 돌아가실지 몰라 나중에 엄마 목소리가 듣고 싶으면 녹음한 것을 평생 듣고 싶어서라면서.
 엄마가 없다는 것을 상상조차도 못하고 있던 나에게 그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그분은 대답해 줄 엄마를 추운 산속에서 잃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사람을 찾습니다.'는 처음이자 마지막 접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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