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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더하기 Jan 14. 2022

가장 간결한 맛 표현

우린 그런 거 하나씩 다 가지고 살잖아요

타지에 있는 작은 아이한테 전화가 왔다. 아침에 구내식당에서 달래 된장찌개가  나왔는데 엄마가 끓여주던 된장찌개가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다는 거다.


내가 끓여줬던 된장찌개는 퇴근 후 맹물에  대기업에서 나온 된장을 풀고  두부, 호박을 한꺼번에 넣고 한소끔 끓어오르면 후다닥 달래를 넣으며 MSG도 첨가해 완성한 정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찌개였다. 달래 된장찌개를 먹다 엄마가 생각났다고 하니 흐뭇하면서도 제대로 끓여 주지 못했던 것이 미안했다.


아들의 전화를 끊고 남편에게 세상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이 뭐냐고 물었다. 사실 속마음은 내가 해준 음식이길 바랬는데 잠시 생각에 잠긴 남편은 어려서 엄마가 해주었던 '돼지 족발탕'이란다. 볏짚으로 그을려 잡내를 없애는 게 독특한 조리법이란다. 볏짚을 어떻게 알맞게 그을리느냐가 관건인데 그것을 엄마가 무척 잘한다고 했다. 엄마가 돼지족발을 사 오면 동생하고 집 근처에 만들어 놓은 짚누리에서 짚을 빼다 주었다며 그때를 회상하면서 한참 설명을 해주었다.


내가 해준 것이 2등으로 밀린 섭섭한 마음을 뒤로하고 나는 어떤 게 가장 기억에 남은 음식인가 생각해보니 나 역시 엄마가 해주었던 음식, '문주'다.

'문주'는 밀가루에 애호박만 채를 썰어 넣고 아주 얇게 붙인 부침개인데 엄마는 그렇게 불렀다. 이 글을 쓰면서 문주가 무엇인가 검색해보니 부꾸미의 방언이라고 나온다. 비가 오는 날이면 밭에서 애호박을 하나 따다 만들어 주던 지금 생각하면 그게 무슨 맛일까 싶지만 마루에 사 남매가 둘러앉아 킥킥거리며 먹던 애호박의 달짝지근하고 밀가루의 고소한 그 맛을 잊을 수 없다.


'어렸을 적 엄마가 주던 맛이네요'


간결한 맛 표현이지만 이속에는 '이 음식은 너무 맛있어요'가 가장 함축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것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안다. 맛있는 음식은 맛뿐만 아니라 어떤 것보다도  잘 조합된 추억이라는 조미료를 첨가시켜 맛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아이도 달래 된장찌개를 먹으며  가족과의 함께 했던 추억이 그리웠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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