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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맛있는 음식이 뭐예요?

by 오더하기


타지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는 아이한테 전화가 왔다. 점심에 식당에서 달래 된장찌개가 나왔는데 엄마가 끓여주던 달래 된장찌개가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다는 거다. 그러면서 엄마가 끓여준 게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는 말도 잊지 않고 전달해 주었다.


내가 끓여줬던 된장찌개는 퇴근 후 맹물에 대기업에서 나온 된장을 풀고 두부, 호박을 한꺼번에 넣고 한소끔 끓어오르면 후다닥 달래를 넣으며, MSG도 빼지 않고 첨가해 완성한 정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찌개였다. 달래 된장찌개를 먹다 엄마가 생각났다고 하니 흐뭇하면서도 제대로 끓여 주지 못했던 것이 미안했다.


아이의 전화를 끊고 갑자기 궁금해져서 남편에게 세상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이 뭐냐고 물었다. 사실 속마음은 내가 해준 음식이길 바랐는데 잠시 생각에 잠긴 남편은 어려서 시어머니께서 해주었던 '돼지 족발탕'이라고 했다. 족발을 볏짚으로 그을려 잡내를 없애는 게 독특한 조리법이라고 했다. 볏짚에 어떻게 알맞게 족발을 그을리느냐가 관건인데 그것을 시어머니께서 무척 잘한다고 했다. 돼지 족발을 사 오면 동생하고 집 근처에 만들어 놓은 짚 누리에서 짚을 빼다 주었다며 그때를 회상하면서 한참 설명을 했다.


내가 해준 동태찌개가 2등으로 밀린 섭섭한 마음을 뒤로하고 나는 어떤 게 가장 기억에 남은 음식인가 생각해 보니 나 역시 여름에 밀가루에 애호박만 채를 썰어 넣고 아주 얇게 붙인 엄마가 해주었던 부침개다. 비가 오는 날이면 밭에서 애호박을 따다 만들어 주던 지금 생각하면 그게 무슨 맛일까 싶지만, 마루에 사 남매가 둘러앉아 킥킥거리며 먹던 애호박의 달짝지근하고 밀가루의 고소한 그 맛을 잊을 수 없다. 우리가 학교에 있는 날이면 엄마는 부침개를 할 준비를 해놓고 우리가 오길 기다렸었다. 그날의 기름진 향과 우리를 빤히 쳐다보며 천천히 먹으라고 하던 엄마의 잔소리도 그립다.


미디어에서 1시간 이상 웨이팅을 하고 먹은 손님에게 ‘맛이 어떤가요?’ 하고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대답하는 것을 듣곤 한다.

'어렸을 적 엄마가 해주던 맛이네요!'

간결한 맛 표현이지만, 이 답변에는 '이 음식은 너무 맛있어요'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기억 속의 맛있는 음식은 어떤 것보다도 잘 조합된 추억이라는 조미료를 첨가하여 맛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바쁜 나날을 보내던 아이가 달래 된장찌개를 먹으며 가족과의 함께 했던 추억이 그리웠나 보다. 집에 오는 날에 달래를 사서 정성을 다해 찌개를 끓이고 즐거운 이야기를 맘껏 풀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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