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

내가 돌아갈 곳

by 감성작가 미조

열여덟... 사춘기를 겪고 있던 나는 늘 고민에 빠져 있었다. 여느 일상과는 차이진 내 현실이 고단했기 때문에 밝지도, 쾌활하지도 않은, 말수가 적은 고등학생이었다.

조용하고 성적이 좋은 내게 선생님들은 모범생이라 했지만 내 속에는 한번쯤 일탈 해 보고 싶은 반항심이 있었다. 꽤 오래 혼자만의 긴 터널을 나는 지나고 있었다.

매일 학교를 다니며 교실에 앉아있는 것도 나를 위해서 하는 행동이 아니었다. 그저 부모님의 기대에, 듣기에 그럴듯한 대학에 진학하는 것... 그때는 그것이 나를 위한 일이 아닌 것 같았다. 내안의 긍지가 약했던 탓인지 늘 주위사람들에게 나를 맞추었고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착하고 바른 사람으로 비춰지도록 의식적으로 노력을 했다. 나 스스로를 위해 내가 하는 것은 없는 듯 했다. 일상에 지쳐 버릴 대로 지친 나에게는 휴식이 필요했다. 얼마 전부터 몸은 학교에 있었지만 마음은 방황하고 있었다.

그 날 아침. 나는 매일아침 등교를 위해 버스를 타는 길 맞은편에서 버스를 탔다. 학교를 안가기로 작정을 한 것이다. 그날은 3학년 선배들의 수능시험 뒷날 이었고 나는 일상에 지쳐 하루만 쉬고 싶은 날이었다. 학교와는 반대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남짓 달려서 인근 도시에 내렸다. 시내버스를 타고 문산역에 갔다. 기차역 안에는 고향에 왔다 다시 삶의 터전으로 가는 사람, 아이의 손을 잡고 친정에 들렸다 가는 사람, 서울로 가는 표를 끊는 사람, 가방 가득한 물건을 파는 사람...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다, 그 가운데 어쩔 줄 몰라 하며 머뭇거리는 내가 서 있다. 기차를 타고 멀리 떠나보고 싶었다. 돌아오는 기차가 몇 시에 있든... 나는 내 마음대로 하고 싶었다,

기찻길 옆을 서성이고 있는 교복차림의 내게 역장님이 다가와

“학생, 어디가려고?”

하셨다. 나도 내가 잘못하고 있고 이것이 올바르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겁먹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사실... 오늘 학교 가는 날인데.. 제가 학교를 안 갔어요. 기차를 타보고 싶어서요.. 정동진에 가는 거 타면 돌아오는 기차가 몇 시에 있어요?”

그러자 역장님은 잠시 침묵을 하고 이내 나를 타이르셨다.

“학생, 돌아가.”

“.......................지금요?”

“응. 학교로 가.”

이내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역장님의 말씀을 받아들였다. 분명 나는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닌 곳 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기차역, 그리고 레일이 끝없이 깔린 기찾 길. 그 곳은 그 순간 한 발짝 더 내딛어서는 안 되는 경계부분 이었다. 넘어서는 안되는 길이었고 떠날 용기가 없어서 역장님의 타이름을 듣고 돌아섰다.

버스를 타고 녹지공원에 내려서 벤치에 한참을 앉아 있다가 해질 무렵 버스를 타고 고향으로 갔다. 터미널에 내리니 어두웠다, 집으로 가는 버스가 끊긴 시간이라 택시를 타고 마을로 갔다. 마을 입구로 들어서는 순간 많은 사람들이 모여 서 있는 것을 봤다. 택시 문을 열고 내리니 마을 어른들이 모두 걱정스런 눈으로 나를 보았다. 그리고 내 앞에.... 아버지가 모든 것을 다 잃은 듯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서 계셨다. 아버지는 나와 눈을 맞추지 못하신다. 그 모습에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내 동생은

“누나. 걱정했잖아... 아빠가 마을 회관에 가서 눈물 훔치면서 방송했어. 누나 본 사람 있으면 이야기 해 달라고..”

내 방 침대에 걸터앉은 내게 엄마는 등을 토닥이며 따뜻한 모과차 한잔을 내밀었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튿 날, 학교에 가니 친구들이 내 자리에 모였다.

“야, 너 괜찮아? 어제 어디 갔었어!?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너 납치당한 줄 알았다.”

“너 찾으러 조각공원에도 가고 뒷동산에도 가고 우리 어제 진짜 걱정 많이 했다. 그리고 선생님이 니 미니홈피에 들어가 보라해서 들어갔었다.”

내 일기에는 ‘웃으면서 우는 게 힘들다.’고 적혀 있었다. 내가 무단결석을 하기 전 날 부모님이 다투셨고 나는 내가 쉴 곳이 없다고 생각했다. 담임선생님은 나를 따로 불러 심하게 꾸짖으셨고 나는 또 눈물을 쏟았다. 니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아냐고. 그리고 너의 단짝친구 은혜에게 ‘미조가 요즘에 무슨 이야기 한 거 없냐’고 물으니 아무 말도 없었다고. 그런데 ‘돌아올 거에요’라고 말했다고 하셨다. 또 부모님께 전화를 거니 “우리애가 그럴 애가 아닌데요.” 라고 하셨다고 전해 주셨다. 그리고 반성문을 써 오라고 하셨다.

퉁퉁 부은 눈으로 교실에 들어가니 친구들은 담임선생님을 노려보았고 이윽고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반성문을 길게 썼다.

그 동안 무슨 마음이었는지, 내가 무엇 때문에 힘들었는지 적어 내려갔다. 선생님은 반성문을 보시고 ‘하루만 나를 위해 살고 싶었다.’는 마지막 문장에 밑줄을 그으시며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20대 중반의 나이가 되었고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지금, 나는 나를 위해 일을 하고 내 행복을 위해 살고 있다. 선생님의 ‘평생을 너를 위해 살아야 한다’는 그 말씀은 내게 자아정체감을 찾으라는 말이었는데 나는 그때 그 뜻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감수성이 예민했고 지쳐있던 시기에 부모님의 다툼은 내게 타격이 되었고 그로인해 나는 일탈을 했다.’ 이 한 문장으로 그 날을 말 할 수 있지만 지금 돌아봐도 나의 행동은 큰 잘못이다. 모두가 따르는 규율을 어겼으며 부모님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드렸으니 말이다.

나는 어렸던 그 때의 나를 떠올려 본다. 나는 그 때 왜 떠나지 못했을까. 기차를 탔다면 나는 내 자신을 위한 세계로 갈 수 있었을까. 그 때 어떤 두려움을 안고 서성거리기만 했을까. 만약 떠났다면 나는 바다를 앞에 두고 무슨 생각에 잠겼을까. 그리고 얼마만큼의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돌아갔을까.

그리고 다시 생각해 본다. 청소년 시기에 틀에 박힌 일상생활을 하는 학생들에게 자아를 찾아갈 수 있는 기회를 어느 누구도 제시해 주지 않는다. 어른들은 틀밖의 세계를 방황이라고만 한다.

우리는 모두 일탈을 꿈꾼 적이 있다. 그럴 때 기차역을 찾는다.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사람, 그 용기가 없어 머뭇거리는 사람, 망설이다 기차를 타는 사람... 나는 어떤 사람인가. 마음이 붐비는 오늘, 그 날을 떠올려본다.


작가의 이전글마음을 움직이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