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일이 있어서 강릉에 1박 2일로 내려왔다.
아침에 케텍스를 놓치는 바람에 터미널로 급히 우회해서 가면서 예상 도착 시간보다 훨씬 지체했지만 강릉만의 모습,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더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시내버스를 타면서 강릉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버스를 운전하시는 백발의 할머니가 어서 오라고 맞이했던 한마디에 마치 여행자로서 환영받은 느낌이었다. 강릉의 첫 기억은 그렇게 따뜻하게 시작했다. 보기 드문 할머니 버스 기사님이셔서 괜히 기사님 좌석을 한번 쓱- 보게 된다. 갑자기 내 앞에 앉으신 할머니가 기사님께 말씀을 거시더니 고구마인지 감자인지 모르겠는 묵직한 덩어리들을 보자기에서 꺼내어 기사님께 건네주었다. 기사님은 연거푸 괜찮다며 손사래까지 치셨지만 할머니께서 자기가 더 괜찮다며 가져가라는 훈훈한 광경을 눈앞에서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수도권, 내가 사는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상황에 당황했지만 따뜻한 분위기가 감돌며 나는 어느새 강릉에 매력에 스며들고 있었다. 버스는 이어서 달려갔고 여러 할머니들이 내리고 타셨다. 그리고 할머니 한 분이 타시면 앉아있는 할머니들이 반갑게 인사한다. 할머니들만의 세계로 물들여진 버스 안. 어떻게 다들 서로 아실까 궁금하다.
버스에서 내려, 환승할 다음 버스를 기다렸다. 배차가 어찌나 긴지 앞에 편의점이 보여서 갈까 말까 수도 없는 고민을 거치며 그래도 버스를 놓칠랴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날 사이에 두고 두 할머니의 대화가 오갔다. 주변 음식점 이야기, 장사에 대한 이야기 등 버스를 기다리는 자리 주변에 있는 곳들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신다. 그러다가 왼편의 할머니께서 "학생은 어디가"라며 말을 건네셨다. 나는 처음에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대답은 애써 침착하게 했다. "호, 호텔이요ㅎㅎ" 그러자 할머니께서 "ooo호텔?"이라며 나의 목적지인 호텔을 알고 계셨다. 눈과 목소리는 침착함을 잃고 "오, 네 맞아요!" 맞장구를 쳤다. 속으로는 어떻게 아셨지 싶어 놀랐다. 그리고 우편의 할머니께서는 내가 내릴 버스정류장까지 알고 계셨다 "~에서 내리는 곳이네."
정말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할머니들의 정은 계속 이어졌다. 다른 승객들이 잘못 내리지 않게 친절하게 내려야 할 버스 정류장도 알려주시고 나 또한 그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얼마 만에 느끼는 할머니의 따뜻한 정인지. 게다가 1,2명이 아니라 모든 분들이 넘치는 정을 누구에게나 쏟아주시는 모습에 강릉에 대한 기억이 따뜻한 곳으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