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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트>

이 아이러니, 이 위화감.

by 후기록

레오카락스라는 감독을 알 정도면 꽤나 영화를 좋아한다.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해. 여러 가지 영화들이 있겠지만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홀리 모터스’겠지? 아직도 그 영화의 몇몇 장면이 기억에 남는 거 보면 말이야.


프랑스 감독인 레오의 첫 영어영화 라고 하더라고. 개인적으로는, 맞아 의외로 돈을 좀 벌고 싶었던 걸지도 란 생각을 조금 하게 되더라고. 그만큼 어떤 면에선 상업성이 조금 드러났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그래서 생각보다 보기 어렵지도 않고, 따지자면 즐겁게 볼 수 있을만한 가벼움이 느껴지기도 해.


뮤지컬 영화였다는 건 새로웠어. 의도적으로 영화에 대한 정보를 완전히 차단하고 봤었거든. 특히나 첫 시퀀스의 감독 본인과 본인의 딸이 나오고, 전 등장인물들이 먼저 등장해서 시작을 노래하는 오프닝은, 이색적인 다이브가 되는 데에 대단히 낯설고 대단히 효과적이지 않았나 싶어. 근데 묘하게 위화감이 들기도 했거든. 이 위화감에 대해선 뒤로 더 이야기해보자.


뮤지컬 영화인만큼 넘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면 말이야. 여기서도 참 많은 위화감이 있다는 걸 아마 세-네 곡쯤 듣게 되면 깨닫게 되더라고. 어느 지점에서? 바로 가사가 아주, 아——주 단순하다는 사실 말이야. 화려한 편집이 있어도, 좋은 연주가 있어도, 엄청난 감정과 멋진 연기가 있어도 가사만큼은 아주 단순해. “우린 서로를 사랑해” 만을 반복하던가 “나는 너무 슬퍼”, “웃어, 웃어, 웃어” 같은 아주 단순한 단어들의 반복이 상당수를 차지하더라고. 이 전체적인 넘버가 좋고 나쁨을 떠나 보여주는 위화감. 또 위화감이네.


아마 아무런 정보도 없이 영화를 보러 온 사람이라면 작중의 ‘아네트’라는 등장인물이 인형으로 표현되는 게 꽤나 당황스러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어. 아네트의 등장의 순간의 병원부터 장르적인 부분. 특히 영화를 보고 있다는 느낌에서 많이 동떨어져 있다는 기분이 들었지. 내가 보는 건 영화일까? 뮤지컬일까? 아니면 연극? 인형극? 그런 위화감은 헨리와 안의 보트씬에서 더욱 두드러지는데. 폭풍이 몰아치는 연출마저 마치 한 무대에서 보여줄 법한 연출로 우리에게 제시되는 게 참 신기했어. 아니 이것도 위화감이지.


결국 이 영화에서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보다도 조화되지 않는 어우러짐이라는 게 내 감상이야. 근데 만약 의도하지 않았다면 문제겠지만 이건 다분히 의도적인 부분에서 형성된 거라면, 우리는 이런 연출과 제작에 의문을 가져야 하는 게 역할이지 않을까란 생각이 드네.


희극과 비극, 부모와 자식, 성공과 실패, 사랑과 분노. 영화 속 삶의 형태들을 봤을 때. 반대되는 것들이 꼬이고 꼬여 생기는 아이러니들. 반대되지 않더라도 통일성을 가지기엔 너무나 다양한 변곡점들. 어우러지지 않은 것들이 모여 하나의 덩어리가 되는 것들. 결국 감독 본인의 삶에 대한 은유라는 생각이 들어. 은유라는 것도 참 뭐랄까 부모에게 휘둘린 아이를 마리오네트로 표현한 것도 노래 가사와 같이 참 투박한 은유, 단순한 비유가 꽤나 무겁게 다가오기도 하지.


결국 이 영화도 사랑에 대한 이야기야. 실험적이라면 실험적인, 다분히 작가주의적인 영화고. 재밌었냐고?

참 어렵다. 취향은 아니지만 매력은 있어. 누군가는 좋아할 거라고 생각도 들고. 마리옹 꼬띠아르 배우님의 얼굴을 오랜만에 봐서 기분이 좋았고 아담 드라이버의 섹시함은 참 야성미 넘치지. 귀는 즐거웠고. 스토리는 단순했고. 레오 카락스의 영화라서 기대도 했었고. 흠 여유가 있다면 한 번쯤 봐도 좋을지도.’ 나 이 이 영화 봤다!’라고 말하기엔 나쁘지 않은 것 같네.


쿠키영상이 있어. 사실 이 영화에 대한 글을 쓰는 것도 쿠키영상 때문이긴 한데. 내용이 대단하다기 보단, 감독의 영화에 대한 사랑이 느껴져서 좋더라고. 널리 널리 알려. 만약 당신이 좋은 영화를 봤다면, 아니 나쁜 영화를 봤다고 해도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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