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더 마더 시스터브라더>

‘가족’사이엔 무엇이 있나.

by 후기록

주말에 짐 자무쉬 감독의 신작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를 보고 왔어요. 영화의 구성이 참 독특하더라고요. 비슷한 듯하면서도 서로 다른 세 가정의 모습을 담은 3개의 옴니버스 무비였거든요.


우리가 보통 '시네마틱하다'는 표현을 쓸 때는, 언제나 감정이 파도처럼 몰아치거나 일상에서 보기 힘든 특별한 상황들을 떠올리곤 해요. 거대한 사건이 터지고 일상의 균열이 발생해야 비로소 영화적인 서사가 시작된다고 생각하죠. 그 균열을 더 깊게 파고들든지, 아니면 극적으로 봉합하든지 하는 모양새로 마무리되는 게 우리가 익숙한 영화의 문법이니까요.


하지만 짐 자무쉬의 영화들은 그런 전형적인 서사와는 결이 꽤 다르다고 느껴요. 대부분의 영화가 명확하게 '해결'되지 않고, 어쩌면 해결해야 할 사건 자체가 아예 일어나지 않을 때도 많거든요. <패터슨>처럼 그저 흐르는 시간을 응시할 뿐이죠.


그런 점에서 이번 영화는 자무쉬의 작품들 중에서도 특히 <커피와 담배>가 많이 떠올랐어요. 사람들 사이의 시시콜콜한 대화로 가득 차 있고, 몇몇 요소들이 반복되면서 묘한 리듬감을 만들거든요. 그 반복이 쌓여서 유머가 되고, 흩어져 있는 옴니버스 상황들에 일관성과 연결성을 부여해 주는데, 보면서 '아, 이 감독이 정말 자신이 제일 잘하는 걸 다시 꺼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이 감독이 대체 무엇을 그렇게 잘하느냐 하면요. 그저 가족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눌 뿐인 이 영화가 굉장히 '시네마틱'하게 다가온다는 거예요. 분명히 우리가 매일 보는 일상의 모습인데, 촬영과 편집, 섬세한 연기 디렉팅, 블로킹, 그리고 음악과 미장센 같은 요소들을 통해 이 평범한 장면이 사실은 전혀 평범하지 않다는 걸 계속해서 일깨워줘요.


저는 이걸 감독의 '영화 차력쇼'라고 부르고 싶더라고요. 이 차력쇼 덕분에 우리는 타인의 일상을 마치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아주 깊게 관찰하게 돼요. 거창한 걸 찍는 것만이 시네마틱이 아니라, 아주 가깝고 세밀하게 파고드는 것 역시 얼마나 영화적인지를 증명하는 것 같았달까요.


영화 속 세 가족의 이미지는 자못 다르면서도 꽤 닮아 있어요. 보통 미디어 속 가족들은 서로를 뜨겁게 사랑하고 보듬는 모습으로 그려지지만, 이 영화의 가족들은 그렇지 않아요. 가까운 사이기에 오히려 비밀을 가지고 싶어 하고, 머쓱한 상황을 피하고 싶어 하죠. 더 알고 싶어도 질문을 꿀꺽 삼키거나, 소중한 걸 잃고 나서야 뒤늦게 사랑을 실감하기도 해요.


이 '일상적인' 가족의 모습은 뜨거운 감정보다는 오히려 침묵과 공백으로 채워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여러 사정으로 인해 서로 '할 말이 없는' 가족들의 풍경은 지독하리만큼 현실적이지만, 자무쉬의 시선으로 그 모습을 포착했을 때는 무척 생경하게 다가와요. 그 괴리에서 나오는 유머가 정말 좋더라고요. 우리 모두가 마음속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차마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모습들을 들킨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대부분의 장면이 배우들의 정교한 '티키타카'를 통해 진행되는 만큼, 아주 섬세한 연기 속에 담긴 미세한 감정의 떨림을 캐치하면서 보시면 훨씬 재밌을 거예요. 영화를 보면서 문득문득 각자의 가족은 어떤 모습인지 떠올려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 같고요.


결론적으로 저는 정말 좋았어요. 일상을 담백하게 담으면서도 '좋은 영화'로서의 완성도를 놓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싶으신 분들에게도 참 좋은 교과서 같은 영화가 될 것 같아요.


Ps.

짐자무쉬 영화가 으레 그렇듯, 음악이 참 좋아요! Spooky를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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