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사랑을 찾아

#2 신청

by 제이흥

합리적인 선택, 그런데...

"맞선여행은 90만원이고요, 진행 후 성혼 시 1200만원 후불입니다."

업체 직원의 설명을 들으며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기를 돌렸다. 나름 합리적이고, 내 입장에서는 손해볼 조건이 없었다. 맞선 여행 가서 맞선에 실패하거나 거절당하고 와도 손해는 아니었다. 일종의 '베트남 여행 + 맞선 옵션' 정도로 생각하면 되는 거 아닌가?

"그리고 프로필 보내주세요."

아, 프로필을 준비해야 했다.


프로필 준비의 현실

사진도 좀 멋지게, 프로필용으로 찍는 것이 유리하다는 조언을 받았다.

결국 상대방 여성도 한국 여성과 전혀 다를 것 없는 여성이고, 최근에는 외모도 많이 보는 추세란다.

사진이 첫 만남 결정의 중요 요소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이때 당시의 나는 완전히 간과하고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대충 셀카 몇 장 찍어서 보내면 되는 줄 알았던 내가 참 순진했다.

요즘은 증명사진도 보정하는 것은 물론, 시현하다 같은 곳에서 돈 십만원 주고 프로필 사진 만드려 신경쓰는 시대인데 말이다.


경제력도 잘 어필해야 한다고 했다. 최소한 안정적인 소득이 있다면 유리하다는 조언이었다.

그래, 나는 그래도 재테크 열심히 해왔어서 그 부분은 내세울 게 있었다. 서울에 1채, 경기 수도권에 아파트를 몇 채 보유하고 있는 다주택자였다.

기분 좋게 써내려갔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스펙 아닌가?



마지노선의 남자

나이도 경쟁력이라 했다. 40대 중반이라고 쓰니까...

"마지노선이네요. 커트라인 간당간당이에요."

뭐라고? 하마터면 내년에 이 결심을 했다면, 난 아예 베트남 맞선 시도도 못했다는 소리였다. 신청 전에 이정도 진입장벽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요즘 베트남도 추세는 어릴수록 유리하다고 한다. 뭐 어디든 그렇긴 하지만.


충격적인 현실 인식

그리고 다양한 베트남 국제결혼 관련 카페, 커뮤니티와 SNS를 관찰하고 조사해본 결과... 실제로 정말 잘생기고, 젊고, 번듯하고, 경제력도 괜찮은(심지어 부자 청년) 남성들이 베트남 국제결혼에 많이 참여하고 있다는 실상을 확인하고 매우 놀라웠다.

아니, 이 형들은 왜 여기까지 와서 경쟁하는 거야?

여전히 이 베트남 국제결혼의 장에서도 나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건가...

한국에서도 치열한데, 여기서도 치열하다니. 지구상에 경쟁 없는 곳이 있긴 한 건가?


그래도 내세울 건 있다

경제력을 어필하자. 다행히 나는 지난 세월간 뻘짓하지 않고 착실히 살아왔다. 자산은 모아왔다.

내가 현금을 많이 쓴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 특히 아파트를 경매로 매입하기 위해서였다. 대출받고, 인테리어하고, 세 주고, 또다시 매입하고, 밸류업 위한 인테리어하고, 세 주고...

그리고 해마다 종부세, 소득세 내고.

부모님과 맛있는 거 먹는 데 돈을 많이 쓴 것 말고는 큰 소비는 안 해왔다.

명품백? 명품옷? 사치품? 그런 건 나와는 거리가 멀었다.


큰 돈을 모은 것은 아니지만, 자산은 있었다. 안정된 직장에서 연봉 1억을 넘기에 현금흐름도 무난하게 유지하고 있었다.

프로필에 나의 역량을 어필 하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정도면... 베트남에서는 괜찮은 남자 아닌가? 여자들이 줄서서 나를 보려고 하면 어쩌지? 나의 경제력만 보고 20명 넘게 나 만나겠다고 들어오면 어쩌지? 어쩌지? "


나도 모르게 나의 상상의 나래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미래에 나에게 닥칠 냉정한 결과를 알지 못한채

나는 스스로 흐흐흐흐 하며, 착각에 빠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다음 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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