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으로부터, 홀로 발걸음하기

프롤로그

by 이레이
334BA35F-3133-47E8-BAFD-5170A22AD145_1_105_c.jpeg 타오위안 제1 터미널, 국광버스 1819번 탑승구


그 무렵 나의 취미는 스카이스캐너를 검색하는 것이었다. 휴대폰 디스플레이에 뜨는 타오위안 국제공항(TPE) 라는 글자만 바라보아도 느껴지는 것들. 비행기에 내렸을 때 느껴지는 습한 공기. 폐부 깊숙하게 들어오는 낯선 타국의 정서들. 주변을 둘러보아도 한국어 보다는 한자만 즐비한 현장들. 그 자리에 있지 않지만, 마치 있는 것 같은 생경함.


노트북 위에 뜬 다양한 글자와 숫자들은 이따금씩 그 풍경에 밀려가곤 했다. 내 안에서 밀려 나오는 이 무언의 현상을, 나는 ‘갈망’이라고 표현하고는 했다.


그즈음 나는 대만 가고 싶다는 말을 입에 붙이고 살곤 했다. 유명 카페를 찾아보며 최근 대만으로 여행 다녀온 사람들의 수기를 읽어보고, 유튜브에서 대만 여행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하여 대리만족을 하곤 했다. 종종 지인들로부터 대만 여행에 대한 조언을 받을 때에는 내가 여행을 가는 사람처럼 꼼꼼하게 여행루트, 계획, 맛집 등을 전달해주곤 했으니까.


나는 인생 첫 해외여행을 대만으로 갔었다. 홀로 비행기를 예약하고, 3박 4일이라는 짧은 일정동안 다녀왔었다. 그로부터 3개월 후, 나는 다시 대만으로 떠났고, 4개월 후 다시 대만으로 떠났을 정도였다. 주변에서는 왜? 라는 물음을 내게 던지곤 했다.


“그저 관광일 뿐이잖아. 다른 나라도 많은데 왜 굳이?”


나는 그 물음에 정확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러게”


멋쩍은 듯 웃으며 의뭉스러운 대답을 할 뿐이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고, 일 년 중 며칠을 대만에서 보내는 것은 나의 연중 루틴이 될 정도였다. 타이베이, 신베이, 타이중, 가오슝. 갔던 곳을 또 가기도 하고, 아무 계획 없이 출발하여 새로운 곳들을 찾아내기도 하고. 이전에 갔던 맛집이 사라지고, 나만 알던 스팟이 핫플레이스가 되어 나 조차 가기 힘든 곳이 되어버렸을 때의 짜릿함을 느껴보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왜 대만을 좋아하는 걸까”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는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일것이다. 한 해의 몇 십 만 명이 대만으로 여행을 떠나고, 또한 대만 사람들 역시 한국이 좋아 대만으로 오기도 하는. 오히려 나 역시 대만에서 친해진 사람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너는 왜 한국으로 여행을 오는 거야?”


친구 A는 내가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이 황당하다는 것처럼 나를 바라보았다.


“한국이 좋아서, 라는 대답은 너무 뻔하지. 너랑 똑같은 이유 같은데. 너는 대만이 좋아서 대만식 중국어까지 공부한 사람이잖아.”


6877FE61-5547-41F9-96E0-4371792B937C_1_105_c.jpeg 2018년 여름, 타이베이 완화구


틀린 말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시절 제2 외국어로 일본어와 중국어를 고를 때, 나는 단 1g의 망설임도 없이 중국어를 골랐고, 그것으로는 모자라 중국어 학원을 다녔고, 휴대폰에는 항상 중국어 키보드가 설치되어 있었다. 이후 대만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번체자임을 알고 번체를 설치하고, 표준중국어와 대만에서 쓰는 언어가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그것을 공부하기도 했었다.


단순한 여행자들은 대만 지하철(MRT)에서 표준중국어, 대만어, 객가어, 영어 총 4가지의 언어가 나오는 것도 관심이 없을 것이다. 의외로 채식주의자 비중이 높아 채식 식당이 있다는 것도, 도로에는 오토바이 전용 정차 구역이 있다는 것도 보통의 여행자들은 관심이 없을 것이다. 물론 당연히 몰라도 되는 것도 사실이다.


대만은 자연과 정말 밀접한 국가다. FORMOSA, 과거 포르투갈어 명칭이자 아름다운 섬이라는 뜻을 가졌을 정도이다. 타이베이라는 대도시에도 길거리마다 곧게 뻗은 고무나무가 우둑하게 서 있고, 동네마다 공원이 있으며, 어떤 관광지에는 과거부터 자란 나무를 중심으로 건물이 지어졌을 정도다.


사람들은 어떠한가. 대만에는 熱情(열정) 이라는 단어가 있다. 흔히 열정적이다, 라는 말로 많이 쓰이지만, 대만에서는 그 쓰임새가 조금 다르게 사용된다. 친절하다. 마음이 두텁다. 정이 두텁다. 물론 모든 대만 사람들이 이렇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여행하는데 있어서 친절하지 않은 대만 사람들은 정말 소수에 불과할 정도라고 단언할 수 있다.


나는 왜 대만을 사랑하는가.


아직까지 이에 걸맞는 답변을 찾지 못했다. 그러기 때문에 나는 대만으로 계속 발걸음을 할 것이다. 나 역시 궁금한 그 질문의 대답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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