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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풀 Oct 29. 2024

10월을 회고하며, 내게 제일 중요한 것은

9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 독감으로 아무도 못 만나고 칩거하다시피 있었다. 2주 동안 조금만 서 있어도 등에서 식은땀이 났으니, 돌이켜보면 코로나가 아니었나 싶다. 아파서 움직이지 못하니 몸이 둔해지고, 몸이 둔해지니 정신도 둔해지는 느낌이었다. 덕분에 오랜만에 볼펜을 들고 일기를 많이 적었다.





2024년의 10월은


한 단어로 정의하면, '혼란스러움'이었다.


커리어도, 인간관계도,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서도.

모든 요소들이 마치 복잡한 실타래처럼 얽히고설켜 속에서 혼란을 자아냈다.



매번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흐르는 것 같아 "벌써 10월이라고?" 라는 생각이 드는데, 막상 한 달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목록으로 정리해보니 다양한 이벤트와 여러 성취가 가득했다.



그럼에도 '또' 부족하다고 느꼈다.




아휴.

이제는 마음가짐을 여유롭게 바꿀 때도 됐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조바심은 생활적으로 단단하지 못한 내 모습에서 나왔다. 커리어에서도 그전에는 잘 몰랐던 분명한 길이 조금씩 보이면서, 이전에 조금 더 악착같이 하지 못한 나의 게으름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아쉬워하고 자책하면 뭐 하나.


결국 나를 갉아먹을 것 같은 이런 생각들은 멈춰야 됐다.

헛되이 보내는 시간 없이 지금 이 순간을 착실하게 살아가면 된다.






제일 중요한 것



오랜 기간 골골 앓은만큼, 다시 회복하는데도 시간이 걸렸다. 그 과정에서 다시금 나에게 중요한 것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전에는 몰랐던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특히나 정신건강은 무엇보다 감사하는 마음에서 나왔다.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감사.

내가 하고 있는 일들에 감사.

나에게 허락해 주신 모든 것들에 감사.




뿐만 아니라, 내 곁에서 함께하는 사람들과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누리는 것이 내가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부분임을 깨달았다.



약 한 달 전, 한국에서 놀러 온 동생과 카페에서 각자 일을 하다가 짧게 대화를 나눴던 적이 있다. 그때 동생이 나를 떠오르면 생각나는 단어들 중 하나가 "성과" 라고 했다. 나는 언제나 제대로 성과 내는 것에 집중하는 것 같다고.



제일 가까운 가족이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기 전까지는 내가 그 정도로 성과에 집착하는 사람인지는 잘 몰랐다. 돌이켜보니 같이 사는 J도 매번 나에게 웃으면서 "Always being productive"라고 놀렸던 기억이 났다.



흘러가는 시간들이 아쉬워,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결과물이 있어야 그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는다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특히 20대의 시간을 치열하게 보내야 30대를 더 기쁘게 맞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고 J와 오랜만에 외식을 하며 강을 따라 걷는 순간, 문득 우리가 함께 걸었던 마지막 시간이 3개월도 훨씬 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 곧 겨울이 다가오는데, 아름다운 여름의 이 거리를 함께 자주 보내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쉬웠다.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을 써야 된다는 생각들, 미처 못 끝낸 회사 일들과 다큐먼트를 더 봐야 된다는 생각들, 이것저것 여러 자잘 자잘한 고민들을 내려놓고 J와 함께 있는 그 순간에 집중하며 여유롭게 강 위를 지나가는 배를 보는데 참 감사했다. 



그런 감사는 곁에서 그 순간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에 대한 고마움으로 이어졌다.


모든 것들이 감사구나.





그와 더불어 하나 더 느낀 건 믿음에 관해서였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몰라도, 나는 절대 나를 믿으면서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나의 능력으로 무언가를 이루려고 하는 순간, 실제 행동보다 더 커져가는 나의 욕심과 내 힘으로 했다는 착각 속에서 오는 오만과 자만심은 나도 모르는 새 점점 커져 온갖 안 좋은 생각과 감정들을 함께 발현시켰다.



그렇기에 이 땅에서 나는 얼마나 작디작은 존재인지를 인지하는 것과,

그런 작은 존재를 보살펴 주시는 분이 계시다는 감사를 잊지 않기.




벌써 완연해진 가을. 모두에게 평안이 가득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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