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아의 퇴직 생활 백서 '퇴직했더라도 줄이지 말아야 할 3가지'를 읽고
최근에 정경아의 퇴직생활백서 '퇴직했더라도 줄이지 말아야 할 3가지'라는 제목의 칼럼을 읽었다 (자세한 글은 링크 참조).
나에게 "퇴직"은 아직 머나먼 이야기다. 그러나 글을 읽으며 부모님 생각도 나고 항상 마음속에는 "회사로부터의 독립"을 꿈꾸는 회사원이기에 글을 더욱 유심히 보게 됐다.
언젠가 올 그날을 염두에 두며 준비해야 될 것은, 결국 칼럼에 나오는 글과 맥락을 같이하는 "온전한 나 자신" 일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약 6개월간 개발자로 취준(취업준비)하는 시기를 거쳤다. 취준 기간에도 일을 하고는 있었지만 나를 든든하게 보호해 주는 울타리 같던 "대학교"라는 소속감에서 벗어나자 마치 아무도 없는 외딴섬 한가운데에 놓여있는 것 같았다.
어디에 결속되는 걸 분명 싫어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또 아니었다.
나에게 '회사'라는 소속감은 여러 가지를 내포한다.
고정적인 수입원, 일명 '네임 벨류'라고 하는 소속된 곳의 이름값 등.
비슷한 맥락으로 최근에 한기용 님의 '실패는 나침반이다'라는 책에서 야후를 다니며 '디렉터'라는 타이틀에서 오는 자존심으로 인해 때로는 기회를 놓친 이야기와 함께 다음의 구절이 나온다.
"변화하려면 내가 가진걸 하나라도 내려놓아야 하는데, 과거의 나는 무엇 하나도 버릴 생각이 없었다. 애초에 하나를 내려놓으면서 새로운 기회, 배움과 맞교환한다고 생각해야 마땅했다. 하나 그러지 못했다. 이게 안식년이 내게 준 세 번째 깨달음이다."
현재 회사에서 일을 하는 걸 자랑스럽게 여기는 나 자신을 보면서,
"만약 회사 네임 밸류가 없는 나 자신은 스스로에게 온전히 자신감 넘치고 떳떳할 수 있을까?"
"나도 회사의 네임벨류를 등에 업고 기회를 놓치고 있는 건 없나?"
라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0.1초 만에 나오는 대답은 두 질문에 대해 다 "아직까진 아니다"였다.
개발자로 일한 지 4년 차인 이제야 현재 일하는 분야에 대해 그나마 까막눈에서 벗어난 것 같다.
처음에는 외계용어처럼 들리던 단어들도 익숙해지고, 한국과는 다른 미국 회사 문화에서 어떤 식으로 주체적으로 행동해야 하는지 나만의 행동 방정식들도 잡혀간다. 재택으로 오랜 기간 일하며 때로는 무너졌던 생활습관들도 이제야 조금씩 자리를 잡혀나가는 중이다. 여전히 회사에선 배울 것들이 많고 나의 실력은 아직 부족하다.
그래서다.
언제든 내게 주어진 능력들로 온전히 바로 설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더욱 간절해짐은.
꼭 현재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남들에게 내 직업이 뭐냐고, 어디에 다니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도 딱 하나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가지 이름의 직업들로 나를 설명할 수 있고 싶다. 지금 생각나는 것들은 CEO, 베스트셀러 작가, 여행가, 모델, 요가강사.
궁극적으로는, 굳이 이름을 대지 않아도 스스로에게 자신감 넘칠 수 있는 삶.
그런 삶을 살고 싶다.
여담으로, 칼럼을 읽으면 처음에 그동안 일을 하며 소통의 부재가 있었던 가족들과의 관계도 다시 쌓아 올리는데 시간이 걸렸던 것을 알게 된다.
무엇보다 나에게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를 항상 주기적으로 검토하고 그걸 잘 지켜나가고 있어야겠다고 다짐했던 시간.
일도 중요하지만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내 삶을 지탱해 주는 것들 - 신앙과 믿음, 가족들과 친구들, 주변에 도움의 손길을 주고받는 너무 고마운 지인들, 감사, 긍정, 유머, 웃음.
그 모든 걸 항상 기억하고 있고 또 계속 잊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