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회사 전체 org에서 팀원 10%가 잘렸다. 블라인드 보니까 다음 주에도 또 해고가 있다고 한다. 최근 FAANG에 개발자로 다니는 지인도 해고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뒤숭숭하다.
분명 항상 일어나는 일인데 이번에 더 그러함은, 아마 요즘 더 마음의 갈피를 못 잡아서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리고, 해고된다고 세상이 멸망하는 것도 아니다. 분명 모두가 그러하듯, 언제나 또 다른 길을 찾을 것이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 — 이번 주에 레쥬메 싹 다 업데이트하기. 그리고 다음 주를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기. (마침 또 다음 주가 온콜이다)
몇 년 전부터 조금씩 느껴왔던 갑갑함이 요즘은 거의 절정이다.
직장 생활은 1년, 3년, 5년, 10년 주기로 고비가 온다고 하는데, 아마 지금이 그 타이밍인 듯하다.
새로운 변화를 줘야 할 것 같긴 한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일단 그냥 해야 할 것들을 하고 있다.
머릿속으로는 이것저것 구상도 해보고, 대안책도 세워놓고, 동시에 하나님이 나를 변화의 길로 살짝 밀어주시길 기다리는 중이다.
“실패를 자주 해야겠다”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아마 경영 책 리뷰를 하면서였던 것 같은데 (아닐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지금은 저 글이 귀여운 오만이라는 걸 알게 됐다.
작은 실패들 — 다이어트, 식습관, 루틴 관리 같은 것들 — 못 지킬 때마다 “이것도 못 해?” 하면서 나를 깎아내렸다. 그렇게 반복되니까 뭐든 비관적으로 보게 되더라.
그때 J가 “실패를 많이 해도 괜찮아”라는 말을 해줬다. 뻔한 위로 같았는데, J가 하니까 이상하게 진짜 위로가 됐다.
그리고 또 하나 기억에 남았던 말,
"인생은 그냥 사는 걸로 의미가 있어."
사춘기(?)가 다시 찾아온 건지, 요즘은 또 “왜 살아야 하지?”라는 질문이 고개를 들었다. 답을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마저 착각이었나.
나는 아마도, 위대한 업적을 이루는 사람들처럼 내 삶에도 뭔가 ‘큰 목표’를 찾고 싶었다. 근데 J는 굳이 의미를 안 찾아도, 그냥 살아가는 것 자체로 의미가 된다고 했다.
새로운 시각이었다.
그런 대화를 하던 중, 성경 속 인물 모세가 떠올랐다. 약속의 땅에 직접 들어가지 못했지만, 하나님과 대면했던 유일한 사람. 업적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진 삶.
그러니 결국엔 모든 걸 내 시선이 아닌 하나님의 시선으로 볼 수 있는 연습을 해야 한다.
잦은 실패가 있어도 다시 루틴대로 돌아오려 하니까 -
꾸준히 하고 있으니까 -
작게 실패하는 만큼 그만큼 성공도 하니까 -
라는 심심찮은 위로를 스스로에게 건네면서.
J가 이런 말도 했다.
"예전엔 자유의지가 순종이랑 대립된다고 생각했는데, 하나님께만 순종하면 나머지는 다 자유롭다는 걸 알게 됐다"라고.
나는 속박을 싫어하면서도, 동시에 루틴 속에서 평온함을 찾는 스타일인데, 결국 내가 원하던 모든 자유와 평안이, "제대로 믿음"에서 온다는 저 말이 딱 맞았다.
사실 돈 많이 벌고 싶다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그 돈으로 결국은 자유와 평안을 얻기 위해서다.
그런데 내 욕심은 끝이 없어서, 늘 “감사하다”라고 하면서도 현재보다 “조금 더”를 원한다.
결국 그 끝없는 욕망을 제어할 수 있는 건 하나님이 주시는 자유와 평안뿐이다.
그러면 돈의 액수는 진짜 중요하지 않을 수 있게 된다.
아직 그 경지에 이르긴 한참 멀었지만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올해 자주, 성경 속 인물인 사울왕이 많이 떠올랐다.
항상 사울왕과 다윗의 에피소드를 읽을 때면, 하나님은 사울왕에게 회개할 긴 시간을 주셨는데, 왜 그는 평생을 질투심 속에서 다윗을 죽이는데 그 삶을 소진했을까,라는 의문이 들곤 했다. 그의 비참한 말로만 보더라도 알 수가 있다.
하나님 앞에 다윗처럼 금식하면서 회개하고 또 회개했다면,
그가 만약 질투가 아니라 다윗을 사랑으로 보고 차기 왕으로 품었더라면,
그의 나라는 아마 더욱 강성해졌을 수도 있다.
전쟁터에서의 자살이 아니라 다윗 이전 최고의 왕으로 성경에 기록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요즘은 그 사울왕의 모습이 이해가 됐다.
비교의식, 질투, 하나님이 아닌 내 능력으로 인정받고 살아가고 싶은 마음들이 자리 잡으면, 아무리 머리로는 잘못된 걸 알더라도 그 모든 욕심을 떨쳐낼 수가 없다.
그러니 다시 모든 걸 리셋하기.
‘내 능력을 많이 키워서 그 능력으로 나를 먹여 살려야 된다’라는 생각이 점점 강해만 지는데,
그게 아니더라도 ‘들풀도 입히시는 하나님’이 있으니
그분의 능력을 인정하고 의지하기.
나의 욕심과 하나님이 주시는 마음을 잘 구분하는 지혜를 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