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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풀 Dec 15. 2023

미국 생활 6년 차 느꼈던 한국과 미국 문화의 차이

어디에서 살던 장단점이 있다


2023년도 끝을 향해 달려가면서 미국 생활을 한 지 꽉 찬 6년이 되었다. 올해 1월에 2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비교적 오랜만에 들려서 그런지 새롭게 느꼈던 점들이 있었다.



먼저 미국에서 살다가 한국에 돌아온 시선으로 보자면, 한국은 살기 편한 나라였다. 여기에서 말하는 건 정신적, 심리적인 부분은 아니다. 그저 정말 "물리적으로" 살기 편하다는 뜻. 몇 가지를 나열해 보자면,


차 없이도 이동하기 편리하다. 대중교통이 전 세계 어딜 가도 한국이 으뜸일 것 같다. 특히 지하철안에서 터지는 와이파이 연결이 최고다. 심지어 북한산 정상에서도 인터넷이 된다. 이 점이 미국이랑 두드러지게 다른 점인데, 일단 미국은 산 정상 부근으로 조금만 높이 올라가면 네비가 안 되고 인터넷 연결이 끊긴다. 그 예로 한 번 렌트카 빌려서 산에 갔다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뻔했다 (자세한 내용은 링크 참조)


카페에 비데가 있는 것에 감탄했다(네, 미국에서 오히려 시골쥐가 되었습니다). 그만큼 세련되고 어디를 가던 깨끗하다. 미국은 당장 시골에 있는 스타벅스만 가더라도 화장실에 파리가 휭휭 날아다니고 변기도 왜인지 안 닦았을 것만 같은 느낌을 풍긴다. 한국 도착하고 며칠 지나면서부터는 대체적으로 수도권 웬만한 데는 비데가 있는 걸 발견해서 별 감흥이 없었지만, 미국에서 비데? 한 번도 못 본 것 같다.


의료보험이 잘 되어있다. 이번에 위내시경 검사를 하면서 꽤 많은 비용에도 의료보험이 적용돼서 감사했다. 미국 같은 경우 의료보험이 적용된다고 해도 위내시경 검사는 기본 50만원 - 100만원이 넘는 경우가 많다.


모든 것들이 미국 물가와 비교할 때 싸고 퀄리티는 그 배로 좋다. 한국은 정말 놀기 좋고 꾸미기 좋고 쇼핑하기 좋은 곳이다. 그래서 최근 왜 외국인들이 한국에 한 번 갔다 오면 한국에 대해 너무 좋은 인상과 또 다시 한국을 가고 싶다고 하는지 완벽히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아기자기한 소품들, 그리고 싸고 작은 소품들이지만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들이 각양각색으로 많다. 이 부분에서 한 번 더 한국사람들이 얼마나 효율적이고 똑똑하며 창의적인지 느끼게 된다.



두 번째로, 대부분 어딜 가던 효율적이고 일을 잘한다. 이건 물론 직장 내에서 다를 수 있지만 카페나 식당에서 주문할 때 많이 느꼈다. 특히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마케팅을 한다:  예를 들면 직장인들이 많은 번화가에서는 아침 11시까지 샌드위치를 시키면 아메리카노를 500원 할인해서 준다든지, 10잔  프로모션 행사에 참여하면 커피 값을 45% 할인한다는 것, 프랜차이즈 커피숍 같은 달콤 커피의 경우 커피숍의 굿즈를 만들어서 그걸 구입 시 아메리카노가 공짜라던지 하는 것과 같은. 마케팅적인 면모는 한국이 일반 미국 커피숍 보다도 더 앞서나간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또 하나 체감했던 부분이 있다면, 카페에서 주문받는 분이 비교적 빠른 어조로 재빠르게 질문에 대답한다. 일적인 면에서는 최고다. 그 대신, 그만큼 정을 느끼기가 어렵다. 그저 음료를 주문하는 거라고 할 수도 있다. 그래도 미국에서는 사람들과 미소라도 한 번 더 짓고 교감한다는 느낌을 받는 반면 한국에서는 ‘나 따로 너 따로’ 각자 살기 바쁘다- 이런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 PhotoMIX-Company, 출처 Pixabay


세 번째로, 옷을 입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획일화된 듯 아닌 듯 트렌드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사람들이 대부분 다 무채색의 옷을 입는다. 검은색 아니면 흰색 또는 회색. 그렇지 않을 경우에도 획일화된 패션이다. 패셔너블한 것 같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로를 모방한 것처럼 비슷하게 입고 그 안에서 독특함을 찾아보기 어렵다. 다채롭지 않다. 그렇기에 해외에 나가서도 입은 옷 스타일을 보고 그 사람이 아시아인 중에서도 한국인인지 중국인인지 일본인인지 상대적으로 한눈에 판가름할 수 있다(물론 이 글을 쓰는 나도 그렇다).



네 번째로, 세심함과 예민함 그 사이 어딘가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곳이다. 몇 가지 놀랐던 점들이 있는데


백화점에 여성 전용 주차장이 있다는 것. 미국에선 한 번도 못 본 것 같다. 그래서 한국에선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이 더 강한가 싶기도 했다.


버스에서 음료를 들고 타면 안 된다는 것. 한 번은 완전히 식고 거의 다 먹은 커피를 들고 타려 했는데 버스 운전사 분이 다 버리고 타라고 하셨다. 그러나 주변에서 쓰레기통을 발견 못했고 결국 그 버스를 놓쳤다. 미국에서는 이런 규제도 없을뿐더러(아무래도 대체로 다 차로 이동하니까), 있다고 하더라도 약간의 융통성이 발휘되지 않을까 싶은데 (기사를 찾아보니 뜨거운 커피에 덴 사례가 있어서 당연한 거라는 얘기도 있다)



직접 겪은 몇 가지 사례들을 보면 한국은 더 배려해야 되고, 그래서 더 세심해지고 촉을 세우며 살게 만드는 사회가 아닌가 싶었다.



분명 "물리적으로" 살기에는 편한 곳이다. 단지 사람들과의 비교의식이 사회적으로 팽배해 있고 약간의 획일화된 사고방식으로 인해 살기 좋음에도 내면의 우울함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아님 우리 사회가 너무 거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사회적 이슈들도 더 주목해서 돋보기처럼 보게 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외국생활을 오래 하게 되면서 그전에는 안 보였던 한국과 외국의 다른 점들이 눈에 들어온다. 어딜 가던 나한테 맞는 게 있고 안 맞는 게 있다. 단지 나한테 더 맞는 쪽을 알아가고 찾아나가는 것일 뿐. 요즘에는 그렇게 알아가는 길목 가운데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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