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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풀 Jan 16. 2024

미국에서 살아남는 팁 7가지

좌충우돌 해외생활 7년차에 체득한 것들

벌써 20대의 절반을 넘게 미국에서 지내고 있다. 고등학교를 한국에서 나온 나는, 처음 대학교를 미국으로 왔을 때만 하더라도 내가 이곳에 오래 있을 줄 몰랐다. 돌이켜보면 별다른 기대 없이 오른 유학길이기에 아직 여기 이렇게 있을 수 있지 않나 싶다.



그러나 나와 달리 어떤 분들은 큰 꿈을 마음에 품고, 또는 비장한 결단을 내려 미국으로 오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분들을 생각하며 미국에서 처음 지낼 때 나에게 도움이 됐던 몇 가지 팁을 적어본다.






1. 사소한 일에 인종 차별이라 생각하지 말기


4년 전,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킨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한 동안 BLM(Black Lives Matter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이라는 해쉬태그와 함께 강력한 흑인차별 반대 운동이 미국 전역에 있었다. 그리고 가끔 이런 일들이 뉴스에 나와 더욱 부각이 되곤 하지만, 개인적으로 7년의 미국 생활동안 별다른 인종 차별을 경험한 적이 없다. 내가 둔해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느껴본 바, 웬만한 미국인들은 어딜 가던 친절한 편이다.



물론 다음과 같은 경험은 있다. 미국 유학 생활 3개월 차에, 한 번 나랑 방을 같이 쓰던 중국인 친구가 나에게 “네가 뭐라고 말하는지 모르겠어(I cannot understand what you are saying)”라고 말한 적은 있다. 그때 당시에는 그 말이 상처였지만, 이내 그러려니 하게 됐다. 하기야 한국 토종인이 성인이 되어 영어로 말하고 생활하는데 처음부터 외국인들이 말하는 모든 걸 다 알아듣는다면 그야말로 언어 천재가 아닐까?




 2. 영어 못한다고 주눅 드지 말기


앞서 말했던 경험과 맥락을 같이 한다. 나에게 미국 와서 도움이 되었던 마음가짐은,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알 바야' 또는 ‘x 까'였다. 나는 이곳에서 외국인이다. 외국인이 모국어가 아닌 제2의 외국어로 생활하는데 처음에 말을 못 하고, 또 못 알아듣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


조금 이기적일 수도 있지만, 나는 내 발음이 좋지 않아 다른 미국인들이 알아듣지 못할 때도 당황하지 않고 더 자신감 있게 단어를 반복해서라도 얘기를 했다. 반기문 총장님도 세계인을 대상으로 연설을 하는데, 내가 지금 당장 내 앞에 있는 사람한테 몇 마디 말을 못 던질 건 뭔가? '만약 저 사람이 내 말을 못 알아듣고 나를 무시한다면, 그건 저 사람한테 문제가 있는 거다'라는 마인드를 장착하면 소심해질 필요도, 말하기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언어는, 부딪히면서 느는 거다. 계속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리 외국에 나가 산다 한들, 내 언어는 제자리걸음일 수밖에 없다. 한국인이라고 모두가 영화 평론가가 되고 소설가가 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3. 미국에 있는 이유를 한 가지라도 찾기


별 생각이 없이 온 유학생활임에도, 1년쯤 되어가니 향수병이 생겼다. 외국 생활을 오래 하면, 한국에 살 때는 몰랐던 한국의 좋은 점들이 눈에 들어온다. 가족이 첫 번째요, 그다음이 음식, 친구들, 놀거리 정도가 되겠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가고 싶을 때쯤, 내가 왜 미국에 왔는지 그 동기와 목적을 상기시키는 게 좋다.


특히 나 같은 경우, 하필 오퍼를 받은 직후 코로나가 터지면서 3일 만에 오퍼가 취소된 적이 있었다. 이때 나 말고도 주변에 많은 분들이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게 전면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되면서 취업 기회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간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나는 오기로 버텼다. 오직 ‘취업' 그것 하나만을 생각했다. 부모님이 큰돈을 들여 미국으로 유학을 보내줘서 ‘취업 가능 티켓'을 얻게 됐는데 그걸 포기하기가 너무 아까웠다. 물론 사람마다 성향에 따라, 성격에 따라, 가치관에 따라 조금 더 살기 알맞은 곳이 있다. 그러니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있음을 알고 그 장단점을 잘 파악해야 한다.




 4. 아플 때, 병원 가기 전 보험이 in-network인지 확인하기


미국 병원비는 상상을 초월할만큼 어마무시하다. 한국에서 몇 만 원 내고 끝나는 기본 진료가 미국에서는 보험이 적용되어도 $100 (약 13만 원)을 넘는 경우가 태반이다. 오죽하면 사랑니 뽑으러 한국으로 돌아가겠는가.




 5. 도움이 필요할 땐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하기


학생 때의 나는, 누군가한테 도움 청하기를 어려워했다. 괜히 그분의 시간을 뺏는 걸까 봐 죄송했고 친하지도 않은 사이에 부담이 되지 않을까,라는 조심스러운 마음이었다. 그러나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법이고, 특히 외국에서의 생활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게 당연한 일이다. 당장 학생이어서 차가 없는데 이삿짐을 옮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흔한 장을 보는 것도 차가 있어야 가능할 때가 많다. 그것만이 아니더라도 대학교에서 좋은 수업을 고르는 법, 룸메이트를 잘 찾는 법 등 사실 내 힘만으로 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이 사실이 당연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다.


지금은 조금 더 편안히 주변사람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구한다. 나 또한 그분들이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든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오히려 도움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혼자 해내는 것보다 마음도 풍성해지고 좋은 분들을 알게 되는 경우도 많다.




6. 말조심, 사람 조심


외국인들과 지낼 거라면 상관없지만, 미국에 있는 한인 사회는 특히나 작다. 그리고 이런 작은 사회에서는 더욱 이 말, 저 말이 오고 가는 법이다. 앞의 내용과 상반되는 얘기이지만, 요지는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이여도 주의는 하자'이다.


처음 대학교를 다닐 때 나는 조기졸업을 목표로 계획했기에 별다른 한인 동아리를 들지 않았다. 반년이 지난 후, 나중에 한인 동아리를 들었던 다른 동기들을 통해 성인이라고는 생각이 안 드는 온갖 종류의 루머와 사건 사고를 듣게 되었다. 기싸움이라던가, 누가 누구랑 사귀었느니와 같은 그런 일들이, 나는 대학교 때 와서 더 극대화될 줄은 몰랐다.  그것뿐만이 아니더라도, 사실 작은 커뮤니티에서는 가십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 가십의 타깃이 되지 않기 위해서 특별히 더욱 말조심을 할 필요가 있다.




7. 혼자서도 잘 지내는 마음이 단단한 사람이 되기


아마 어디에서든 적용되는 말. 간혹 해외생활에서 오는 외로움을 사람을 통해 채우는 경우를 보곤 한다. 사람을 만나는 게 좋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여러 사람들과 시너지를 얻는 경우는 적극 권장한다. 여기서 말하는 ‘외로움을 채우는 관계’는 특히 연애의 경우에 잘 나타났다. 혼자 있는 것이 어려워서 항상 남자친구, 여자친구를 사귀고 또 금방 헤어지는 관계. 그런 관계는 좋았던 시절은 금방 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로에게 독이 되고 상처를 내는 결말로 맞이하곤 한다.
 
나에게는 신앙이 많은 힘이 됐었는데  각자가 스스로 재충전하는 방법을 찾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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