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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풀 Feb 06. 2024

내가 기록을 계속하는 이유  (feat. 기록의 쓸모)

한 달 동안 브런치 글을 12개 발행하며

이번 해 SNS를 꾸준히 잘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브런치 주 3회 발행하기.


1월 마지막 주에 결산해 보니 현재까지 총 12개의 글을 발행했었다. 작년 8월에 브런치 작가 신청 합격 이후, 꾸준히 글 쓴 지는 이제 2달도 채 안 됐다.



© uns__nstudio, 출처 Unsplash



브런치에 글을 쓰기 전에는 네이버 블로그에 미국 생활과 여행 정보 글들을 짧게나마 리뷰를 남기면서 평균적으로 하루에 1개의 글을 발행했었다. 네이버 블로그는 브런치보다 비교적 형식이 자유로웠고 특히나 정보성 글을 썼기에 자주 발행하는 것에 별다른 부담감이 없었다. 그러나 브런치는 네이버와는 달리 긴 호흡의 글을 작성하는 플랫폼이어서 매번 글을 적을 때마다 어떤 내용을 가지고 적어야 될지 쓰기 전에 한참 고민을 했고, 그걸 계속 훈련하는 지난 한 달이었다.



작가도 아니고 그저 단순한 마음으로 시작했기에 스스로에게 부담이 들었다. 글을 쓰고 나면, 일 외의 남은 에너지를 쏟아부은 느낌이라 두통이 오기도 했다. 그래서 어느 순간 이런 질문이 들었다.


왜 이렇게까지 글을 열심히 쓰려고 할까?



바로 다음과 같은 단순한 이유들이 떠올랐다.


- 그냥 해야 될 것 같아서

- 글 쓰는 게 재밌기도 하다

- 글 쓰는 훈련을 계속해야 말하는 것도 같이 늘 것이기에

- 미국 살면서 한국어 제대로 못 쓰면 0개 국어 되어서


그러다가 조금 더 심층적으로, 나보다 더 기록을 잘하는 다른 분들은 어떤 마음으로 기록을 할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인스타그램 계정 영감노트로도 유명한 이승희 작가님의 ‘기록의 쓸모’ 책을 밀리의 서재에서 다운로드하여 읽어 보았다.



책의 목차를 쭉 훑다가 바로 눈에 들어온 제목이 있었다. '기억은 짧고 기록은 길다’. 그리고 그 제목에 해당하는 글의 첫 문장이 다음과 같다. '나는 기억력이 좋지 않다. 너무 잘 까먹어서 가끔은 무서울 정도다.'


읽으면서 너무 내 얘기 같아 격하게 공감했다. 돌이켜보니 내가 기록을 시작한 이유도 비슷했다.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가는데 지나고 보면 기억나는 게 없어서. 기록을 하면 뭐라도 남는 게 있기에. 그리고 기록을 하는 과정에서 갔다 온 곳, 그때의 감정, 그 순간의 생각들을 잡아두기에 나중에도 쉽게 복기가 된다. '이때 내가 이런 곳을 가고 이런 생각을 했구나'라고. 지나고 보면 별거 아닌 일들도 그때는 왜 그렇게 힘들어했는지, 기록을 하면서 깨닫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도 조금 멀리서 보려는 훈련을 하게 되기도 했다. 나중에 지나고 보면 이것도 또 '내가 그때 그랬다고?' 하고 기억 못 하는 순간이 올 것 이기에.



또한 머릿속에 실타래처럼 얽힌 생각들을 하나하나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이 글을 쓰면서 좋았던 점 중 하나다. 때때로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모르는 감정을 비유로 표현하는 게 가능해졌고 많은 생각들을 글에 적음으로써 더 이상 그것에 대해 또 고민하거나 생각하지 않게 됐다. 이런 여러 장점들이 글을 계속 쓸 수 있는 동기가 되었다.


즉, 기록은 또 다른 의미로 나의 상태를 말해준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는 글 한자 적기가 어렵다. 물론 답답한 마음에 이것저것 생각나는 대로 적긴 하지만 필터링 안 된 날것의 감정이라 어디에 공개할 수도 없는 글이다. 무엇보다 기승전결 없이 두서없을 때가 많다.



그래서 내게 기록을 하는 행위는 적어도 나의 마음 상태가 온전하다는 것, 굳건하다는 것, 한 곳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어떤 특정한 감정에 침잠해있지 않고 조금은 멀찍이 떨어져 나를 바라봐주는 것.
그 시작점이 나를 알아가는 출발선이 되기도 한다.





앞서 말한 기록의 쓸모라는 책의 초반을 읽던 와중, 저자는 내 궁금증에 대한 답을 바로 해줬다. '효용성이나 효과보다는 '기록'이라는 결과물 자체가 기록의 가장 큰 쓸모'라고.



사실 조금은 휘황찬란한 답을 듣기 원했기에 김이 빠지는 답변이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래서 기록을 '시작' 하고 '꾸준히' 이어나가는 것에 크나큰 다짐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했다. 모든 위대한 건 겉으로는 작아 보이지만 꾸준한 일들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 이기에.


그리고 다음과 같은 구절들을 차례로 읽으며 기록이라는 행위 자체에 용기를 얻는다.



결국 기록은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점이자 우리를 성장시키는 자산이 된다고 믿습니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이 질문은 내게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로 번역된다. 남의 언어에 휘둘리지 않고 나의 언어로 살아가기 위해 나는 쓴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지 않아서. 어떤 생각을 갖고 사는가, 어떤 문제의식을 지니고 사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글을 쓰는 과정은 나라는 사람의 답을 찾는 과정이다.



아직도 기록을 통해 뭘 이루려고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목표는 없다. 앞서 말한 것처럼 지극히 단순한 이유들이 계속 쓰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나중에 보면 다 추억이 될 것 같아서. 적어도 시간을 흘러내 버릴 것 같진 않아서.



무엇보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통해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가 누군가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면, 그것 나름대로 힘을 얻기도 한다. 다들 이런 시간을 지나오시는구나, 하고. 개발자라는 일은 사람과 사람의 일보다는 나와 코드 로직의 이야기, 그 밖에 자잘 자잘하게 데이터를 분석하는 시간이 많기에 이렇게 글을 통해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것이 즐겁고 감사하다.



그렇게 계속 꾸준히 하다 보면,

'나도 저자분처럼 내가 진정으로 원하고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지금보다는 구체화되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가져보며, 오늘도 메모장에 글을 적어 내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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