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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풀 Jan 07. 2024

내가 버킷리스트와 목표를 계속 적는 이유

끌어당김의 법칙

내 성향은 MBTI로 따지면 P에 가깝다. 크고 굵직한 계획은 세워도 디테일한 부분까지 세우지 않으며, 즉흥적인 이벤트를 좋아한다. 세세한 계획을 세우지 않는 이유는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시간이 지나며 어렴풋이 깨달았기 때문이고, 즉흥적인 이벤트를 좋아하는 이유는 유년 시절의 기억 덕분이다. 예를 들면, 가족들과 함께 오후 10시에 한강 가서 라면을 먹는다던가 금요일 밤 즉흥적으로 1박 2일 경주여행을 간 것 등.



그럼에도 매년 새해 버킷리스트를 작성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마음이 해이해졌을 때 다잡기용이자 하루가 챗바퀴처럼 반복적으로 느껴질 때 설렘을 줄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또한 적어 내린 버킷리스트를 여러 사람과 공유하면 인생의 어느 순간, 나의 버킷 리스트를 도와줄 귀인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 가까운 예를 들자면 바로 엄마다. 매해 마지막날, 가족 연례행사처럼 있었던 버킷 리스트 적기에 엄마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버킷리스트에 ”미술관 전시“를 적어내리셨다. 엄마는 청소년기시절, 화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가난한 형편으로 인해 좌절됐었다. 그럼에도 그 꿈을 놓지 않고 성인이 되고 나를 키우시는 와중에도 문화센터에 다니며 계속해서 기초를 다지고 실력을 다듬으셨다. 버킷리스트에 적은 내용은 엄마의 꿈에 대한 굳은 결의였다.



5년 뒤?
엄마는 작게나마 꿈을 이루셨다.
미술 대학원에 입학해 전시회를 여신 것.



배경은 이러했다. 내가 대학 졸업 후, 동생도 곧 입시가 끝나 엄마는 자녀들의 교육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셨다. 이제 본인의 꿈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완전해진 순간, 엄마는 주저하셨다. 작품 콘셉트를 뭘로 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미술을 하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생각에.



그런 엄마의 손을 붙잡고 미술 대학원 입시 학원을 데리고 갔다. 상담을 받은 뒤 엄마는 입시학원을 등록하셨다. 그 후, 약 1년의 준비 끝에 엄마는 미술 대학원에 합격했고 나는 월급으로 받은 돈으로 엄마께 대학원 입학금과 등록비를 보내드렸다.






엄마의 손을 잡고 입시 학원을 간 날, 내게 거창한 계획이라던가 큰 뜻은 없었다. 그저 몇 년 동안 엄마가 꾀꼬리처럼 노래하듯이 말하신 엄마의 꿈이 무의식적으로 나의 마음 어딘가에 박혀, 엄마가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작은 방법을 보았을 때 알려드렸을 뿐이다. 나머지는 엄마의 10년이 넘는 노력과 1년의 치열한 입시 준비, 또 대학원에서의 1년의 작품 준비로, 모든 건 엄마가 해냈다.



즉, 이 순간들을 곁에서 보면서 느낀 건 나의 꿈에 대해 계속 주변인들에게 말하고 선포하면 그 열정이 나의 주변사람들에게도 무의식 속에 자리 잡아 예상치 못한 순간에 도움의 손길을 준다는 것이다. 이 말이 이솝 우화에 등장하는 마녀의 요술주문처럼, 또는 사이비 교리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가?



사실 내가 그랬다. 특히 비슷한 결의 조셉 머피의 '잠재의식의 힘'이라는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이 책이 사이비 집단의 교주가 적은 내용은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작년 7월 현재 살고 있는 미국 아파트를 매수하며 내 집 마련에 성공했을 때 이게 비단 이상한 내용은 아닐 수도 있겠다 싶었다. 집 매수 5개월 전, 현재 남자친구와 앞으로 살 집에 대한 얘기를 나누면서 적은 기록을 그 이후에 보며 소스라치게 놀랐기 때문이다. 그때 나눈 내용은 아래와 같다.



"통유리창의 햇볕이 잘 드는 곳. 아무래도 주택보다는 아파트를 선호하며 고층에서 뷰가 좋은 곳.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 시골보다는 도시." 별거 아닌 조건일 수도 있겠다 싶지만, 당시 대화를 나눌 때만 해도 조건이나 상황 자체가 그렇게 되기 어려웠기에 별다른 기대 없이 나눈 이야기였다. 그래서 나에게 이 경험은 집을 매수했다는 것보다도, 더 신기하고 색다르며 계속해서 나의 목표와 이상적인 삶을 상기시켜야 되는 결의를 다지게 해 준 시간이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블로그를 통해, 내 주변 사람들을 통해, 공상가 같은 기질로 나의 이상적인 모습과 꿈을 얘기하고 선포한다. 분명히 이 모든 것이 합력하여 이루어질 것임을 믿고 설렘 가득한 하루를 주심에 감사하며.



가족들도 한국에서 올해 버킷리스트를 적었다. 다들 소망하는 대로 이루어지기를




p.s: 적고보니 기승전 귀인이 나로 연결됐다. 사실 맞다. 엄마가 이 글을 보지 않기를.




글에서 적은 대화 내용 전문은 아래 링크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https://blog.naver.com/wnsms_mingful/223024018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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