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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풀 Dec 22. 2023

SNS에 글을 올리면 좋은 점

공공연한 공간이어서 조심스럽기도 하지만요


본격적인 블로그 활동과 브런치 활동을 한 지 각각 1년, 그리고 4개월이 되었다. 특히 이렇게 오픈된 공간에서 나의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은, 작지만 개인적으로 큰 변화이다. 너무 공공연한 공간에 글을 쓰는 게 망설여져 제대로 된 sns 활동을 마음먹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기 때문이다. 아직 햇병아리 수준의 글쓰기 실력이지만 그럼에도 그 시간들 동안 느낀 것들이 꽤 많다.



© thoughtcatalog, 출처 Unsplash



먼저, 당연한 거지만 기록이 남는다


해마다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고 느낀다. 특히 직장을 구하고 첫 두 해는, 뭔가 한 것들이 많은 것 같음에도 연말에 그 해를 돌아볼 때마다 신기하게 기억에 남는 게 없었다. 모든 게 허공으로 증발된 느낌이 들었다. 내가 한 모든 것들은 그저 내 머릿속 저편 어딘가에 나도 모르는 곳에 기억돼 있을 뿐, 실물로 남는 게 없다는 생각, 그저 지난 1년이 마치 허공에서 바람 잡듯이 내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버린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1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블로그에 글을 매일 하루에 한 개씩 적으려는 노력을 했다. 덕분에 이번 한 해도 정말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음에도 그 모든 걸 기록으로 남겨서 하나하나 더 돌아보고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들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올 한 해는 폭식증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 사실 아직까지도 완전히 고쳐졌다고 하긴 어렵다. 그러나 이런 일련의 시간들을 책을 읽으면서 방법을 모색해보려 하고, 시도해 본 것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가끔 무기력해지는 순간들까지도 기록으로 남기면서 어찌어찌 그 시기들을 잘 넘기고 있는 중이다.




두 번째, 자기 검열을 하게 된다.


일기랑 sns에 글을 올리는 것의 차이점을 꼽으라면 자기 검열을 더 많이 하게 된다는 것이다.



내 글이 그저 한쪽으로 치우쳐지지 않았나? 어느 정도 일관성을 유지하는가?

지금 나의 감정에 너무 이입해서 글 자체가 무겁거나 부담스럽진 않은가? 등등.



일기를 쓰면, 온갖 육두문자와 감정들을 폭발한 글을 쓰며 글을 쓰는 동안 오히려 기분이 더 나빠져서 그 상황의 기분 나쁨에 대해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이유를 찾으려고 한다. 그러나 공공연한 장소에 특정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쓰다 보면, 한 번 더 나를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된다.



왜? 내 편협된 시선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글이 될 수도 있으니까.



이런 시간 덕분에 가끔 일에 치여 힘들 때, 풀리지 않는 일이 있을 때도 쉽게 그 감정의 터널에서 빠져나와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행동이 무엇인지 모색하게 된다.




세 번째, 복기하게 된다


일기는 쓰고 다시 안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sns에 쓴 글들은 내가 특정 주제를 가지고 분류한 글이다. 그래서 쉽게 그날 있었던 일들을 찾아보고, 이때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덕분에 가끔 마음이 해이해졌을 때 비슷한 감정이 들었던 날의 기록을 찾아보며 다시 마음을 다잡기 좋다. 특히나 올 한 해는 한 해 뒤돌아보기에 도움이 될 많은 글들을 적어 내려서, 한 해 회고가 나름 기대가 된다.




네 번째, 내가 겪고 있는 문제가 문제가 아니게 된다


스스로 부끄러운 단점이라고 여기는 것들이 오히려 다른 사람의 시선에는 그만큼의 일이 되지 않을 때가 있다. 또 나와 비슷한 일을 겪는 사람들에게 공감하는 글이 된다. 그런 것들을 알게 되니, 지금 당장 스스로에게 힘든 일이라도 너무 무겁게 바라볼 필요가 없다는 것을, 그저 나에게 주어진 문제를 아주 사소하고 가벼운 일이라고 여기면 된다고, 자주 되뇌게 되었다.






예전에 배우 한소희님이 일기장을 다 쓰면 버린다는 내용의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나는 지금까지 써 온 일기장들을 고이 간직하고 있지만 일기장을 버리는 그녀의 마음이 십분 공감됐다. 가끔 예전 일기장의 글들을 읽으면 '내가 이런 생각을 했다고?'라는 신기함부터 힘들었던 순간들의 기록은 다시 그날의 감정과 일이 복기되는 느낌이기에.



출처: https://news.nate.com/view/20220216n27891



SNS에 글을 적는 것은 양날의 검과 같다. 그래서 조심스럽지만, 덕분에 스스로를 객관화하며 바라보기도, 또는 나와 비슷한 시기를 지나온 사람들과 서로 격려를 하는 시간이 되기도, 그리고 이 모든 시간들이 하나하나 추억거리가 된다는 것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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