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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풀 Feb 10. 2024

미국 공립대학교 컴싸로 3년 조기졸업 한 방법

학부생이 미국 대학교 알차게 보내는 법

**들어가기에 앞서, 제가 다닌 대학교는 아이비리그는 아닙니다. 그래서 아이비리그 수업의 난도 보다는 더 수월했을 수 있습니다.

참조 1) 제가 다녔던 미국 공립대학교의 경우, 컴싸로는 항상 학부/대학원 US ranking 50위권 안에 듭니다.

참조 2) 미국은 학교 이름 자체보다는 전공 과마다 유명한 학교가 다르고 오히려 이걸 더 높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컴퓨터와는 거리가 멀던 나였다. 어렸을 때부터 책 읽기 좋아하고 특히 역사와 문학을 많이 좋아했다.

대학교 입학 전까지도 VPN도 알지 못하고 코딩을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내가 어떻게 computer science로 3년 조기졸업을 할 수 있었을까.





조기졸업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입학 전부터 조기졸업을 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학비가 너무 비쌌기에 1년을 단축하는 것만으로도 돈을 많이 절약할 수 있어서 당시 나에게는 조기졸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그래서 대학교 1학년 입학 초부터 조기졸업을 위한 세부 계획을 짰다. 먼저 고등학교 때 치른 AP 점수가 얼마나 인정되는지 계산했다. 내가 대학교 입학 전 들고 갔던 AP는 아래 네 과목이었다:


1) Calculus -B
2) Microeconomics & Macroeconomic
3) Chemistry
4) Psychology


대학교마다 인정되는 AP 학점은 다르지만 우리 대학교의 경우, 졸업학점 120학점 중 총 23학점이 인정이 됐다. 학기로 운영되는 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미국은 대학교마다 학기 또는 쿼터제로 나뉜다) AP 과목으로 이미 1.5학기가 인정된 셈이었다.



이제 얼마큼 남은 학점을 채우는지 알게 됐다면 그다음부터는 세부적인 조기졸업 계획을 세우면 된다. 이때 계획을 세우는 방법은,


1) 자신의 전공에 필수로 들어야 되는 과목의 개수 파악하기

2) 그 과목의 prerequisite 과목 나열하기

3) 해당 필수 과목들의 교수님과 A 성적 분포도를 웹사이트 들어가서 확인하기
(필수과목 중에서도 비교적 성적을 쉽게 받을 수 있는 과목이 있고 그렇지 못한 과목이 있다)


**나 같은 경우, 빌 게이츠와 같이 컴퓨터 천재였다면 한 학기에 전공과목 5개를 풀로 들을 수도 있겠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컴퓨터의 ‘컴’도 모르는 상태로 갔기에 한 학기 당 전공과목을 2-3개 정도 배치했다.



A 성적 분포도를 확인하는 이유는 같은 컴싸 과목이어도 비교적 A를 받기 쉬운 과목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과목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간혹 OS(Operating Systems), Algorithm, AI 등의 과목과 같이 A 받을 수 있는 난이도와 상관없이 나중에 배경지식으로서라도 꼭 들어야 하는 필수과목은 제외지만, 그렇지 않다면 본인의 인생을 위해 A 분포도를 꼭 확인하는 걸 추천드린다.



물론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가득해서 A 분포도와 상관없이 흥미로운 과목을 수강해도 된다. 단지 조기졸업에 차질이 생기지 않는지만 미리 염두에 두면 된다. 나 같은 경우, 첫 1학기 때 컴싸가 아닌 교양과목을 이런 식으로 선택했는데 수업 듣고 2주 만에 드롭했다. 기억하기로 역사 과목이었는데, 첫날 들어가니 영어 수업인데도 외계어를 듣는 기분이었다. 예상했던 점수를 못 받아 다음 학기에 재수강을 하는 일이 생긴다면, 조기졸업은 일단 물 건너갈 수도 있어서 쓰라린(?) 마음을 부여잡고 다른 과목으로 바꿨다.




이렇게 조기졸업 계획을 위해 전공과목을 제일 먼저 배치했다면 그다음 중요한 건 ‘어떤 교양과목을 듣는가’이다. 이때 교양과목 학점을 채우면서 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여름학기와 겨울학기에 열리는 커뮤니티 컬리지(Community college)의 온라인 수업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비싼 돈 주고 미국 유학까지 왔으면서 왜 굳이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학점을 채우는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나 또한 흔히 말하는 ‘경험’을 위해서라도 대학교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수업을 현장에서 듣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고민 때문에 한동안 저울질을 했었는데 커뮤니티 컬리지의 장점이 다음과 같은 점에서 좋았다.


1) 대학교에서 듣는 교양과목은 재료비/기타 경비로 드는 게 부가적으로 엄청나다. 한 번 미술 수업을 들었는데 재료비로만 $100이 넘게 들어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생각을 했다.
 
2) 커뮤니티 컬리지가 대학교 수강비의 1/6과 같은 가격으로 제공된다.

3) 교양과목을 미리 채우면 학기 중에 자신의 전공과목을 더 들을 수도 있다는 점도 좋다.(물론 나는 이걸 조기졸업으로 상쇄했다)

4) 온라인이어서 한국에서도 방학 때 수강 가능하다.

5) 커뮤니티 컬리지의 수업은 숙제만 잘하면 웬만하면 A를 받는다. 또한 간혹 몇 개는 Pass/Fail로 측정되기 때문에 GPA를 올리고 싶은 게 아니라면 한국에서든 미국에서든 수월하게 수업도 듣고 다른 기타 일들도 할 수 있다.



그래서 할만했냐고요?



할… 만은 했지만 쉽진 않았죠 ㅎ



당시 조기졸업을 위해 매 학기 풀학점으로 듣고, 알바도 국제학생으로 할 수 있는 최대 시간인 주 20시간을 했다. 그때는 쉬는 것에 대한 개념도 없고, 눈 뜨는 순간부터 눈 감는 순간까지 오직 알바, 과제, 교회모임이 전부였다. 그래서 당시의 나는 때로는 번아웃이 오기도 하고, 때로는 이미 성큼 다가온 취업의 관문 앞에 불안감에 휩싸인 순간도 많았다.



더구나 미국 대학교를 다니는 이유는 해외 취업이 가장 큰 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개개인에 따라 조기 졸업이 별로 안 좋게 작용할 수도 있다. 특히 3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조기졸업과 취업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면 미리 다음과 같은 것들을 생각하고 계획하면 좋다:


1) 1학년 때부터 학교에서 있는 리서치(research) 포지션은 뭐든 다 알아보고 지원하기!


교수님들에게 메일로 다 연락드리고 정말 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과 이것저것 필요한 서류들을 1학년 때부터 준비하면 웬만한 교수님은 다 받아주신다. 무급이어도 상관없다고 하면, 정말 웬만해서는 다 받아주신다.


본인이 대학원을 가고 싶은지 해외 취업을 하고 싶은지 결정이 안 됐어도 상관없다. 일단 뭐든 경험하면 나중에 줄 하나라도 더 쓸 수 있다.



2) 컴싸로 해외 취업을 준비 중이라면, 학교에서 있는 컴퓨터 동아리 활동 / 수업에서 하는 여러 프로젝트들로 레쥬메를 미리 채우기


3) 대학교 내에서도 학생 포지션의 코딩 관련 알바들이 꽤 있다. 이런 걸 미리 알아보고 work experience 란을 꽉꽉 채울 준비하기


4) 이 모든 걸 다 함에도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릿코드(leetcode)로 코딩 문제 미리 조금씩 풀어보기






대학교를 졸업한 지 몇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남 얘기하듯 아무렇지 않게 적을 수 있었지만 당시에는 머릿속에 오직 '조기졸업'과 '취업', 이 두 가지 생각밖에 없었던 것 같다. 당장 졸업을 코 앞에 두고 개발자로 일하기엔 실력이 부족한 것 같아 중간에 휴학을 할까도 고민하고, 취준생 때는 매번 GOD의 '길'을 들으며 세상 짐 혼자 짊어지는 것 마냥 심각한 얼굴로 마음을 다잡던 밤의 연속이기도 했다 (왜 그랬나 모르겠다).



그럼에도 지금 돌이켜보면 이렇게 보내기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결과가 좋아 모든 힘들었던 일들이 후광효과처럼 필터링 됐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시도들을 했기에 3년간의 학부생활에 있어 후회가 없다.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이라는 생각 또한 하지 않는다. 다시 돌아가도 그렇게 할 자신이 없다.


덕분에 이때 이렇게 계획하고 하나의 목표만을 보고 치열하게 살았던 순간이 있어서, 때로 또 다른 어려운 일이 있어도 '이 정도 가지고'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된다. 또 저 때 조기졸업하는 과정 동안에도, 팀 프로젝트며 커뮤니티 컬리지 수강신청이며 이 모든 조언과 도움을 아낌없이 줬던 많은 선배들과 동기들이 있어 가능했기도 하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저마다의 꿈과 목표를 가진 유학생활에 꼭 필요한 도움의 손길들로 해내고자 하는 바를 이루시길, 조심스레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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