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너를 처음 만나게 된 계기
미국에서 대학 졸업 후, 일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10평 내지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
누구나 으레 그렇듯, 첫 한 달의 자취 생활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 누구도 간섭하는 사람 없이 텅 빈 공간에 아마존에서 주문한 가구들을 혼자 조립하며 나의 취향으로 채워놓은 시간은, ‘드디어 내가 어른이 되는 첫 관문을 넘었구나’,라는 자신감을 가지게 만들어줬다.
무엇보다 지인들을 자유롭게 초대하고 집에서 같이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늦은 시간까지 영화를 보거나 수다를 떠는 시간들은 행복 그 자체였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재택으로 일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일이 거의 없었다. 오직 직장 하나를 위해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마음 터 놓을 사람을 만나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지인들이 잠깐 여행으로 놀러 왔을 때를 빼고는 일이 끝난 후 평일 저녁에는 집 주변의 공원을 산책하는 것이 어느 순간 매일의 루틴이 되었다.
공원을 산책할 때면 항상 보게 되는 광경이 있었는데 바로 자그마한 강아지부터 큰 강아지까지 풀밭을 뛰놀고 목줄을 매고 산책하는 모습이었다. 동물에 별다른 관심이 없던 나였지만 매일 눈에 보이는 풍경이 그러하니, 점점 나도 모르게 그 익숙한 풍경에 동참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동물과 함께 하는 견주들의 모습이 참 행복해 보였다. 나도 내가 애정을 쏟을 대상이 있으면 조금은 이 산책길이 더 즐겁지 않을까, 조금은 이 허한 마음이 채워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로부터 2달 뒤인
21년 5월 28일,
나의 반려묘 모찌를 만나게 되었다
앞으로의 이야기는 처음으로 혼자 반려묘와 함께 하게 되면서 우당탕당 슬기로운 집사가 되어가는 과정들을 담을 계획이다. 무엇보다 모찌와 함께 하는 시간들을 추억할 겸, 소소하게 적어내려 가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