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나의 아기고양이를 만나게 된 과정
원래 나는 고양이와 연이 없었다.
어렸을 때 강아지를 키운 할머니 밑에서 사람을 잘 따르고 해맑게 웃음 짓는 시츄를 보면서 자라왔다. 당시만 해도 주변에 고양이를 키우는 분이 없었기에 내가 바라본 고양이는 뚱하거나 무표정인 친구들이어서, 도무지 뭘 원하는지 알 수 없는 동물이었다. 또한 공포 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이미지 때문인지 오히려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쪽에 가까웠다. 그래서 만약 동물을 키우게 된다면 무조건 강아지일 거라고 생각했다. 처음 동물 입양을 알아볼 때도 오직 강아지 입양으로만 알아봤다.
사실 고백하자면, 그 마저도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봤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혼자 지내며 오는 외로움을 핑계로 귀한 생명을 책임지고 싶지 않았다. 종종 동물의 파양소식을 여러 매체를 통해 접할 때마다, 아마 모두 각자 본인의 사정이 있겠지만, ‘자기 자식이면 그렇게 다른 곳에 파양 할 수 있겠느냐’라는 댓글을 볼 때면 절로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그럼에도 내가 그런 사람이 되지 않을 거라는 자신이, 그때는 없었다.
그러나 가랑비에 옷 젖듯이, 어느 순간 습관적으로 하루에 20-30분씩은 각종 입양처에 올라온 동물 사진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애정 어린 마음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사진 속에 나온 해맑은 눈의 강아지들을 볼 때면, ‘이 강아지와 같이 공원 산책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상상을 하곤 했다. 꿈의 시각화가 이런 식으로 발현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럴수록 나의 강아지 입양에 대한 꿈은 커져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큰 마음을 먹고 한국에 있는 입양소의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문의를 드렸다. 혹시 해외로 입양을 할 경우 비용이 얼마인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얼마나 많이 들겠어 싶었는데, 그분이 알려주신 대략적인 가격을 들으니 100만 원 안 팎이었다. 강아지의 기본적인 예방접종부터 해외로 보내는 비행기표까지 생각하면 그 정도가 든다고 설명해 주셨다. 아무리 강아지와 함께 하고 싶다지만, 이제 막 새로운 곳에서 일을 시작한 직장인이 그만큼의 돈으로 입양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미국에 있는 입양센터에서 강아지를 입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지만, 그때 당시 입양센터 사이트에 올라오는 강아지들은 크기가 너무 커서 나 혼자 스튜디오 방에서 키우기에 부담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너무 아쉬운 마음이 들었음에도 포기했다.
그러나 포기한다고
이미 샘솟기 시작한 애정이 쉽게 사라질까.
강아지 입양은 안 될 것 같으니 고양이 입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는 코로나가 극심하던 시절.
강아지, 고양이 할 것 없이 모든 동물들이 각 종 포털 사이트에 나오는 족족 바로 입양이 되던 시절이었다. 심지어 입양 신청서가 넘쳐나서 그 마저도 선착순으로 받고 있는 터였다. 결국 이번에도 나는, 마치 로또 복권 사듯이 '혹시나 될까' 라는 심정으로 고양이 입양 신청서를 넣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침대에서 늑장을 부리고 있는데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Hello?” 라며 받으니, “Hi, this is 000 from 000 animal shelter.” 라며 자신이 어느 동물 입양센터 소속의 000이라고 소개한다. 이어서 물어보기를,
”You are the first person listed in adopting 000, do you still want to adopt him?”
네가 000 입양하는데 제일 먼저 리스트에 올라와 있어. 지금 입양 가능한데 어때?
복권 당첨이 되어 본 적은 없지만 아마 이런 기분이지 않을까. 재빨리 당연하다고 대답하니, 간단하게 입양 관련 절차를 알려줌과 동시에 내가 입양하기에 적합한 사람인지 등을 물어보고 언제 데리러 올 수 있는지 날짜를 조율하는 과정을 거쳤다.
당시엔 다른 영어 이름으로 불리고 있던 모찌는 3월 생, 아직 3개월이 채 안 된 아기 고양이였다. 아기 고양이 입양 비용으로 $160 을 지불해야 된다는 말과 함께 정확한 날짜를 알려준 뒤 통화를 끊었다.
모찌를 만나기 5일 전.
나에게 고양이가 생긴다니.
설레는 마음으로 모찌를 위한 리터박스부터 장난감까지 하나하나 아마존에서 주문하기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