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집사의 치명적인 실수
모찌를 입양하기로 결정된 후 3일 뒤, 우버를 타고 동물 보호소(Animal shelter)를 갔다. 아마존에서 주문한 고양이 캐리어 가방을 들고 가는 마음은 마치 소개팅을 나갔을 때처럼 설렘 반, 기대반이었다 (이렇게 말하지만 실제로 소개팅을 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우버에서 내려 문 앞으로 가니 안에서 일하시는 분이 맞은편에서 걸어오셨다. 코로나로 인해 내가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하고 직접 모찌를 데려와 주신다고 하셔서 얼른 들고 온 캐리어를 드렸다.
10년 같던 10분의 기다림 뒤, 다시 문이 열리더니 캐리어 안에 언뜻 검은색 물체가 보이는 것 같았다. 가까이 다가가니 황금색 눈동자가 날 맞아줬다.
그 사이에 쉘터에서 일하시는 분은 여분의 모찌 사료와 습식캔을 건네주시며 속사포로 어떻게 얼마만큼 습식캔을 줘야 되는지를 설명해 주셨다. 내 눈에는 모찌밖에 안 보여서 그분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마치 심연 속에 외치는 아우성처럼 먹먹하게 들릴 뿐, ‘이따가 설명서 보면 되겠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이때 잘 들었어야 했는데.
이윽고 고양이 입양 비용 $160을 계산한 뒤 다시 집으로 돌아갈 우버를 불렀다. 모찌는 그동안 이 모든 변화가 낯선지 침묵을 유지했다. 그러나 우버에 탄지 1분도 채 안 돼, 캐리어 안에서 가냘프게 ‘냐아아옹’이라는 소리를 냈다. 냐옹 아니다. 냐아아옹 이였다.
이 작디작은 생명체가 내는 소리가 너무 귀하고 신기해서 반사적으로 “응 모찌야, 괜찮아”라고 대답했다.
모찌를 데려오기 며칠 전부터 유튜브에서 다른 아기 고양이 입양 첫날 동영상들을 봤다. 보통 아기고양이들이 낯선 환경 때문에 캐리어 안에서 밖으로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길래 나 또한 반나절은 기다려야 되지 않을까,라고 어림짐작했다.
그런데 웬 걸, 집에 도착해서 캐리어를 열어주자마자 채 10초도 안 되어 코를 킁킁거리더니 바로 나오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역시 우리 냥이는 달라도 뭔가 달라’라며 애묘심이 차오르는 순간이었다.
금요일이어서 일을 비교적 일찍 끝낸 후, 아마존에서 미리 주문한 고양이 장난감으로 모찌를 놀아주기 시작했다. 모찌는 이미 집에 적응이 완료된 상태였다. 내가 흔드는 털실 달린 장난감에 0.1초 만에 반응하는가 하면, 내가 일하는 동안에는 가만히 무릎에 앉아서 잠을 청했다.
적적했던 집이
갑자기 환한 온기로
채워지는 것 같았다.
이 작디작은 생명체가 주는 존재감이란.
나는 모찌가 주는 온기에 취한 나머지 아기고양이가 밥을 제대로 먹는지, 물은 제대로 마시는지 확인을 제대로 안 했다. 쉘터에서 받아온 습식캔을 그릇에 놓으니 할짝할짝 먹다가 남기길래, 무심하게 ‘지금 배가 별로 안 고픈가 보다’라고 생각을 했다. 내가 본 강아지들은 언제나 먹성이 좋기에 고양이도 그럴 줄 알았다.
그런 나의 안일함 때문에
아기고양이를 입양 한지 3일 뒤,
나는 모찌를 응급실로 데려가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