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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풀 Jun 29. 2024

미국에서 고양이 입양 삼일 만에 응급실을 가다

왜 나는 이것도 몰라서

생전 처음 들어보는 낯선 소리에 밤중에 눈이 저절로 떠졌다.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가보니 화장실 안이었다. 그곳에 우리 집으로 온 지 삼일 밖에 안 된 아기고양이 모찌가 얼굴을 숙이고 있다. 자세히 가보니 바닥에 누군가 침을 뱉은 것 같은 모양의 액체가 있었다.



놀란 마음을 부여잡고 모찌를 보니 오히려 모찌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태연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토한 입 안이 꺼끌 거리는지 혀로 입맛만 다셨다. 그리고선 다시 자세를 바꿔 축 처진 모습으로 자신이 방금 뿜어낸 액체를 바라봤다.




사실 전날 오후부터 모찌가 기운이 없어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 집에 왔을 때만 해도 슈퍼맨처럼 집 안을 방방 뛰며 돌아다녔기에 힘이 없는 모습을 피곤한 거라고 착각했다. 그래서 밥을 제대로 먹는지, 물은 충분히 마시는지도 제대로 확인을 안 했다. 밥그릇에 밥이 남아있으면 ‘아직 배가 많이 안 고픈가 보네’ 라며 점심에 놓은 밥그릇을 저녁까지 그대로 뒀다.



그게 문제의 시발점이었다



아기고양이는 입맛이 까다로웠고, 실제로 배가 안 고팠는지는 모르겠으나 밥도 안 먹고 토를 하면서 점점 탈수가 생겼다. 뭘 마셔도 토를 하니 더 먹는 걸 꺼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4일째 되는 새벽, 2-3시간 간격으로 토를 하면서 삼일 전과 달리 점점 앙상하게 말라갔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저 밤을 꼴딱 새우며 아기고양이를 지켜보다가 급기야 우버를 타고 응급실을 갔다.



그날은 5월 30일, 일요일이었다.


병원이라고 문을 연 곳은 응급실이 전부인 데다가 그 조차도 이미 만석이었다. 하염없이 내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다른 분들은 다 각자 차를 가지고 와서 차 안에서 기다리는데 뚜벅이인 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양해를 구하고 응급실 안에 있는 빈 방에서 모찌를 데리고 갔다.



마치 영겁의 시간처럼 기다린 6시간 동안 나는 가지고 온 습식 캔을 모찌에게 주며 어떻게 해서든 탈수를 막으려 했다. 그러나 사람도 장염 걸리면 뭘 먹는게 두려운 것처럼, 아기고양이도 음식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골골대는 모찌를 보며,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유튜브에서 ‘고양이 집사들이 주의해야 할 점’과 같은 제목의 영상들을 보고 또 보는 것이었다. 혹시나 내가 무언가 잘못 줘서 모찌가 밥을 안 먹는 건 아닌지, 속이 꼬인 건 아닌지, 영상을 보며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아침 9시쯤에 도착해, 수의사 선생님을 뵌 것은 오후 3시였다. 수의사선생님이 내가 머무는 방 안으로 직접 찾아왔다. 도저히 절망적인 마음을 숨길 수 없어 울상인 표정으로 내가 모찌를 처음 데리고 와서 한 것들을 차례차례 짚어 나가며 설명을 했다. “혹시 내가 털 달린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줘서 속이 꼬였을까?”라는 물음에 수의사 선생님은 그럴 수도 있고 안 그럴 수도 있다는 애매한 대답을 했다. 그래서 “그럼 엑스레이로 관찰해야 할까?”라고 연이어 질문했더니, 아직 아기여서 엑스레이로 그게 관찰될지도 모르겠고 수술을 하는 것도 위험하다고 했다. 일단 며칠만 지켜보고 토하는 증상이 지속되면 다시 보자고 하셨다.



다시 우버를 타고 집에 돌아와, 제일 먼저 한 것은 근처 식료품 가게에서 아기들이 먹는 이유식을 사는 거였다. 아기 이유식은 냄새가 강하기에 아기 고양이가 흥미를 가지고 먹을 수도 있다고. 그다음 다시 펫스마트(Pet smart)로 가, 아기고양이가 혹시나 마실 락토프리 우유와 아예 안 먹을 경우를 대비해 액체를 강제로라도 마시게 할 주사기를 샀다.



모찌는 다행히 아기 이유식에 관심을 보이고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


안도의 한숨을 부여잡고 모찌가 밥을 먹어주는 것에 감사하며, 그나마 지금이 휴일이어서 모찌를 이렇게 돌볼 수 있다는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제발 모찌가 건강해지기를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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