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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풀 Mar 06. 2024

새로 온 매니저와 1:1 커피챗, 그리고 3년만의 승진


지금으로부터 약 3주 전, 우리 팀과 다른 팀을 총괄하는 매니저가 새롭게 팀에 조인했다. 팀 전체 미팅을 할 때, 새로 조인한 매니저가 언제든 편하게 궁금한 게 있으면 DM 하라는 말을 남겼다. 겉보기에도 젊어 보였는데 그 전 매니저보다 더 직급이 높아, 링크드인에서 그분의 일한 궤적을 확인해 봤다.



지금 회사에서 거의 매해마다 개발자로 시니어 엔지니어까지 승진을 한 후 매니저로 커리어 전환을 해, 7년 만에 현재 위치에 있게 된 분이었다. 궁금했다. 어떻게 개발자에서 매니저로 직무를 바로 바꾸고 이렇게 빠른 시기에 그런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나는 계속 일을 리모트로 하고 있던 지라 사무실을 가서 얘기할 수도 없고, 지금이 아니면 편하게 얘기할 기회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에게 따로 DM을 보내 혹시 커피챗이 가능한지 물어봤다. 흔쾌히 가능하다는 말과 함께 이윽고 그 다음주 금요일로 커피챗 미팅 초대를 이메일로 보내셨다.






일주일 뒤, 길어야 15-20분 얘기할 줄 알았던 커피챗은 무려 30분을 꽉 채웠다.





이 분이 들려준 자신의 커리어 패스를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았다.





1. 처음 들어간 팀에서 별다른 큰 프로젝트는 없었지만 자기가 모든 걸 도맡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기본적인 아키텍처, 코드 로직을 매니저와 VP 에게까지 매 미팅 때마다 대화하며 얘기했어야 했다. 당시 그런 모든 걸 안 건 좋았지만 혹시나 실수할까 봐 두려움도 있었다.



2. 이후, 처음 들어간 팀에서는 더 이상 스스로 발전할 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른 팀원들에게 회사 내에서 가장 어려운 걸 도맡아 하는 팀이 어딘지 물어봤다. 다들 A팀이라고 해서, 당시 A팀에서 별다른 팀원을 구하지 않았는데도 매니저에게 찾아가 아무 일이나 맡아도 좋으니 제발 자기를 그 팀에 조인하게 해 달라고 어필했다.



3. (매니저의 말에 따르면 스스로) 별다르게 큰 기여를 하진 못했지만 거기에서 많이 배웠다. 어떻게 하면 언어를 더 제대로 완벽하게 쓸 수 있는지 (특히 JAVA에 대한) 별도의 공부를 시간 들여 계속했다.



4. 이후, 자기와 친했던 매니저가 그전에 팀 오가나이징(Organizing)과 매니징(Managing)을 잘하는 것 같다며 매니저로의 직무 전환을 제안했다. 그러나 그동안 개발자로 한 시간들이 있기에 이 제안을 3번이나 거절했다.





사실 마지막 부분에서 놀랐었다. 나는 당연히 개발자로서는 한계를 느껴 매니저로 직무 전환을 한 건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이 제안을 했고 그 제안을 3번이나 거절했다는 것도. '회사 내에서 이렇게까지 제안을 하는 팀 동료를 만들었다는 것도 어쩌면 업무 역량을 어필하는 것뿐만 아니라 관계 구축도 잘했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 분과 얘기하면서 나의 커리어 관련 고민도 잠깐 언급했다. 무엇보다 나는 언제 어떻게 적재적소에 승진이나 TC(Total compensation), 내가 프로젝트를 맡고 싶다는 얘기를 꺼내야 되는지 고민이 됐다. '일을 열심히 하면 누군가 알아주지 않을까', 또는 '지금 다들 바쁜데 내가 이런 얘기를 하는 게 그분들한테 수고스럽거나 부담이 되진 않을까',라고 항상 무의식 중에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랬더니 매니저가 하는 말,


"네가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지 알겠다. 그러나 정중히 얘기하면 누구든지 다 자신의 얘기를 하고 싶어 하고 또 그런 커리어 관련 고민은 언제나 편하게 얘기해도 좋다."



사실 그동안 매니저 자리도 몇 달간 공석이었고 코어 팀원들의 떠남으로 마음속에 도사리는 불안감이 일을 하다가도 스멀스멀 올라왔었다. 그러나 매니저랑 얘기하면서 그전보다 확신과 자신감을 얻었다. 내가 있는 이 팀에서 여전히 배울 것도 많고 충분히 비전도 있노라고. 그리고 나와 함께 할 든든한 팀원들이 있다는 것도.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3월 1일, 승진 소식을 듣게 됐다.


정확히는 우리 팀을 맡을 새로운 매니저와의 갑작스러운 1:1 미팅을 통해서 알게 됐다.



다음 주에도 이미 1:1 미팅을 하기로 했는데 왜 갑자기 금요일 밤에 이런 얘기를 꺼내나, 좀 더 편하게 온보딩하고 싶어서 그런가,라는 의문을 가지고 금요일 밤 7시가 다 되어가는 시각에 줌 미팅을 했다.




사실 이제 막 새로운 매니저 두 분이 조인했고 작년과 달리 올해는 내 승진 관련 추천서를 써 주길 위해 내 기여도를 정리한 다큐먼트(contribution document)를 요청하는 엔지니어도 한 분 밖에 없었기에 별다른 기대를 안 했다. '올해는 안 되겠다.’라고 어림짐작 하고 마음을 비웠었는데.



아직도 얼떨떨하다.

특히 최근에 기운이 없다가 이런 소식을 들으니, '이렇게도 힘주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감사했다.






이 주 전, 1:1 커피챗을 했던 매니저분도 팀 채널과 DM으로 두 번이나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괜히 더 감사했다.


많은 팀원 분들이 축하해 주는 것도 감사하고,

그동안 속으로 곪을 때도 있었던, 고민하고 몇 날 며칠 밖에도 안 나가고 집에서 일한 시간들이 생각나서 또 감사했다.





전화위복이라는 건 이럴 때를 두고 하는 말일까. 지난 반년 간 한 명의 매니저와 Principal Engineer의 퇴사, 또 다른 직속 매니저의 팀 이동, 3명의 코어 팀원들의 인사이동이 있었다. 그 외에도 리더십 레벨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별다른 이유도 제대로 공지받지 못한 채 그 모든 소식을 갑작스럽게 듣게 될 때마다 답답했다. 리모트로 일하면서 느끼는 의사소통의 부재를 이때 참 많이 느꼈다. 그러나 최근에 또 다른  1:1로 새롭게 부임한 직속 매니저와 미팅을 하며 그분이 강조하는 '신뢰(Trust)'와 '의사소통(Communication)'의 중요성을 들으며 다시금 기대감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이전에 1:1로 내 직속 매니저 위의 매니저분과 커피챗을 한 게 도움이 많이 되었다. 이미 직속 매니저와 1:1 미팅을 다 하기도 전에, 그분이 내가 생각하는 바를 조금 더 자세히 전해 듣게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인간관계뿐 만 아니라 컴퓨터를 붙잡고 하는 개발일도, 결국엔 모두 다 의사소통으로 통한다는 걸 깨달은 시간이었다. 여전히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편하게 말을 꺼내고 즐겁게 대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이 많지만, 내가 원하는 것과 잘 모르는 것에 대한 구분을 명확하게 하고 그걸 표현해야 되는 건 필수였다. 이걸 이제야 알게 됐다는 것에서 살짝 늦은 감도 없지 않아 느끼지만,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어디야, 라며.



몇 년 후 이 시간을 돌아볼 때, 실력과 소통 두 가지 토끼 모두 다 잡는 내가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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