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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풀 Jun 06. 2024

엄마와 삶, 인간관계에 대한 3시간의 대화

4월의 어느 날, 


친구를 만나고 자정을 넘겨 들어온 나의 발소리에 깼는지 엄마가 새벽 1시에 거실로 나와 잠이 안 온다고 하셨다. 나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양질의 대화를 나누면 그날 밤은 쉽사리 잠을 자지 못한다. 그래서 말똥말똥한 정신으로 엄마와 새벽 1시 반에 시작한 대화가 4시 반까지 이어졌다.





예전에는 엄마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도 기록하지 못해 그 모든 내용들이 쉽사리 휘발되곤 했는데 다행히 이 날은 바로 메모장에 남겨뒀다. 아래는 그때 나눈 대화 내용 중 몇 가지를 추려 정리한 것들. 



- 누군가 나한테 질문을 했을 때, 3초 간의 정적을 허락해도 된다. 굳이 물은 질문에 바로 답할 필요 없다. 3초 동안 어떤 식으로 대답해야 할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정적으로 나온 답변이 오히려 물어본 사람에 대한 답변으로서 신뢰감을 주기도 한다.



- 모든 사람한테 어려움은 다 다르다. 누군가한테는 깃털처럼 쉬운 일이 누군가에게는 몇 년의 각고의 노력 끝에 얻게 되는 결과물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다시 한번, 누군가의 힘듦을 ‘왜 저럴까’라고 함부로 판단하면 안 되는 것이다.



- 가정환경, 자신의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는 한 사람의 가치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물론 경우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 



- 사랑이 많은 것을 해결해 준다. 어떤 일을 꼬아서 보게 되는 사람도, 삶이 우울한 사람도, 그 사람 곁에 끝까지 그 사람을 포기하지 않고 이해하고 응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결국 좋은 방향으로 조금씩 살아가지게 된다.



-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공개적인 자리에 올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걸 통해 자기 검열을 하게 되고 또 나중에 내 생각을 ‘말로 해야 하는 자리’에서 이미 한 번 정리의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더 매끄럽게 말할 수 있게 된다.



- 사람은 결국 자신이 속한 곳에서라도 조금이라도 이바지를 해야 한다. 



- 어느 분야에서 일하던 미묘한 서열이 존재한다. 나이가 꽤 있으신 분들이라도 그런 유치한 기싸움을 하는 것이 존재한다. 내가 만약 무명이고 그렇게 차별을 받는 곳에 있다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계속해 나가며 그런 일들로부터 초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 결국엔 내가 잘 되어야 한다. 내가 나의 실력과 나의 성장에 더욱 집중하는 순간, 그 밖의 자잘 자잘한 소음과 잡음들은 신기할 정도로 어느 순간 사라지고 오히려 존경으로 바뀐다.



- 내가 선택하는 언어가 나를 결정한다. 내가 나에게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별 일 아닌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지금 순간에 충만함을 느끼며 감사하고 성장으로 나아갈수록 나의 내면은 더욱 단단해진다.



- ‘힘들다’, ‘바쁘다’라는 말은 가급적 안 하면 안 할수록 좋다. 대체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각자 저마다 힘듦이 있고 생이 여유롭지 않을 것이기에. ‘나’에 집중하는 말하기 방식보다 ‘상대방’을 생각하는 말하기 방식을 하자.






평소 미국에 있었으면 엄마의 자세한 속사정을 알기 어려워 나누기 어려웠던 이야기들을, 이 날은 새벽의 멜랑꼴리해지는 감성을 빌려 오랫동안 대화를 이어나갔다. 언제나 마음 열어 내 생각에 공감하고 또 적극적으로 들어주는 엄마 덕분에 할 수 있었던 이야기들.



가끔, 이 글을 통해 그날의 기억을 들춰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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