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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풀 Jun 20. 2024

매니저가 경기 침체로 승진이 연기됐다고 합니다

일과 삶 그 사이에서 나의 가치와 선택, 그리고 일하는 방식

*2023년 2월 19일에 적은 글입니다




약 이주 전, 매니저랑 1:1 미팅을 하면서 이번해 2월에 기대했던 승진이 경기침체로 인해 미뤄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직 부족한 게 많지만 작년(2022년) 10월에 매니저가 1:1 미팅을 하면서 다음 레벨로 승진 얘기를 했고 그 이후, 동료 개발자로부터 '(나의) 승진 관련 추천서를 써야 되니 지금까지 내가 한 일의 목록을 보내달라- '라는 메시지를 전해받으며 꽤나 기대를 했었다.



그래서 매니저로부터 전해 들은 소식은 나에게 적지 않은 실망감을 줄 수밖에 없었다.



나한테는 승진 = 내가 잘하고 있다는 증거와 같았기 때문에.





그런 와중, 타이밍이 신기하게 유퀴즈에서 수능 일타강사 분들이 나오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아마 최근 넷플릭스에서 정경호, 전도연 배우님 주연의 인기 몰이 드라마 '일타스캔들'에 맞춰 이런 섭외를 한 게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이 분들의 인터뷰 내용을 보며, 적지 않은 위로를 받았다.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해 본인들이 수능을 보지도 않지만 수험생보다 더 많은 노력을 들인다.


"기본적으로 10년 치의 수능기출문제들이 머릿속에 다 있다"라는 말을 들으며, 스스로 "나는 우리 회사 모든 디자인 아키텍처를 속속들이 꿰뚫고 있는가?"라고 반문하게 됐다.






"차를 타면 일을 해야 해요"



뿐만 아니라, 수능 시험에서 필요한 부분을 짚어주기 위해 학생들에게 너무 얕지도, 너무 깊지도 않은 적정선의 배경을 알려주기 위해 이런 각고의 작업이 꼭 필요하다고 한다. 심지어 옆의 여자 일타 강사 분은 결혼 당일까지도 책 출판 작업을 하고 임신을 한 와중에도 직전까지 계속 일을 했다고.




그 말을 들으니 저절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게 됐다.


나의 삶에서
내게 중요한 가치는 뭘까



일은 나에게 꽤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내가 일하고 있는 곳에서 전문가가 되고 싶으면서,  다방면에서도 내 흥미를 계속 일으키는 제너럴리스트가 되고 싶다. 그래서 누구와 얘기를 하던 이야기 주젯거리가 풍부한 사람이 되고 싶다.



즉, 나는 내 삶을 일과 완전히 분리시키고 싶지 않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결혼 당일과 출산 전까지 내 몸을 혹사시키고 싶은 것도 아니다.




이 인터뷰 영상을 본 뒤 어느 날은 뜬끔없이 '나에게 허락된 내 나이는 몇 살까지 일까?'라는 물음이 떠올랐다.


나에게 허락된 시간이 30살까지면? 50살, 70살까지면?

그러면 난 지금 어떤 가치를 선택할까-



지금 생각나는 건, 내 능력을 인정받는 삶. 그 능력으로 누군가를 도와주고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 단단하고 균형 있는 삶. 감사, 끈기.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건 하나님을 향한 마음과 하나님을 잃지 않는 영성.




유퀴즈 영상을 보면서 이어서 베테랑이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전 삼성 임원이셨던 분의 인터뷰 내용도 함께 시청하게 됐는데 이 분이 해주신 말씀 중 와닿았던 것을 3가지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자신만의 영역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어라
2. 본인의 커리어 계획을 잘하자
3. 하고 싶은 일이 아닌  해야 되는 일을 우선으로 하라



특히 2번 본인의 커리어 계획을 잘하자 라는 부분에서, 인터뷰 끝에 이 분이 "가장 후회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에 “예상치 못한 해고"를, 덤덤하지만 꽤 많은 것들을 억누르고 답하시는 말씀에 머릿속에 경종이 울렸다.



언제나 예상치 못한 해고를 대비하기 위해, 일단 나는 지금 선에서는 수능 일타 강사분들이 하는 것과 같은 노력을 기울여야 된다는 것.






우리 팀은 매니저가 마이크로 매니징을 한다. 세부적으로는, 매일 미팅에서 하루 동안 맡겨진 JIRA 티켓을 어느 정도까지 완수했는지, 막힌 문제는 뭔지, 그리고 앞으로 며칠이 걸릴지를 보고하는 시간이다.



최근 팀 전체 서비스 배포 데드라인이 다가오면서 매니저가 우리가 말한 데드라인을 "꼭" 지키길 원했는데 만약 일의 진전이 없을 경우, 압박 면접처럼 매니저의 질문 공세가 가해졌다. 예를 들면,



"왜 아직까지 못 끝냈느냐"

"앞으로 정확히 며칠이 걸릴 것 같냐"

"(생각보다 걸리는 시간이 많으면) 왜 그렇게 많이 걸릴 것 같냐"


등등.



그래서 항상 미팅 전에 어떻게 하면 매니저의 연이은 질문이 없이, 매니저가 원하는 내용으로 한번에 깔끔하게 보고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었다. 그러던 와중 이 인터뷰 영상을 보면서 (내용을 캡처하진 않았지만) 또 하나 새기게 된 것 중 하나가 미팅에서 상사에게 보고해야 할 때, 반발짝만 앞서가서 얘기하라는 것.



이 조언을 적용해 요즘에는 아래와 같이 일을 한다:



최대한 내게 맡겨진 JIRA 티켓의 내가 정해놓은 데드라인 안에 끝내기 (+ 추가근무는 덤)
  

에러가 있다면 내 선에서 슬랙에서 찾을 수 있는 비슷한 에러와 해결방법 다 시도하기. 그래도 못 찾겠다면 그때 내가 시도한 내용과 막힌 부분을 요약해서 시니어 엔지니어들에게 도움 구하기
 

미팅 전까지 최대한 모든 걸 완수하고 매니저에게 짧게 핵심만 어느 부분에서 막혔고 며칠 안에 완수할지 말하기




제일 중요한 건 간결하지만 핵심만 말하는 것.



너무 길게 말해봤자 매니저는 다른 팀원들 일도 관리하느라 내가 하는 말이 중언부언될 뿐이다 (물론 제일 좋은 건 당연히 데드라인 안에 완수하는 거지만).





번외로, 나는 위의 인터뷰 내용이 좋았는데 댓글들을 보니 다른 반응도 많다.





역시 사람들의 생각은 다양하다. 회사의 CEO가 되고 대기업의 경영진들의 모습이 어떨지 아직 안 만나보고 안 돼 봐서 모르겠지만 "인간 아니다"라는 사람이 되지 않도록 나의 모든 부분에서 역량을 다 갈고닦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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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뒤에 이 글을 볼 때 나에게 부끄럼 없는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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