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제임스가 말하는 '믿으려는 의지'
1954년 이전까지, 인류에게는 절대 넘을 수 없는 투명한 벽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육상 1마일(약 1.6km) 달리기에서의 '마의 4분 벽'입니다. 당시 스포츠 과학자들과 의사들은 단호했습니다. "인간의 골격과 폐활량으로는 1마일을 4분 안에 주파하는 것이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하다. 만약 시도한다면 심장이 터져버릴지도 모른다." 전 세계의 선수들은 이 '의학적 사형 선고'를 믿었고, 4분 1초대에서 약속이나 한 듯 멈춰 섰습니다.
하지만 옥스퍼드 의대생이자 육상 선수였던 로저 베니스터(Roger Bannister)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그는 자신의 의학 지식을 동원해 분석한 결과, 4분의 벽은 신체의 한계가 아니라 '두려움이 만든 심리적 한계'라는 것을 확신했습니다.
그는 트랙에 나가기 전, 마음속으로 수백 번 경기를 치렀습니다. 4분 벽을 깨고 결승선을 통과하는 자신의 모습, 그때 터져 나오는 관중의 함성, 터질듯하지만 끝내 멈추지 않는 심장의 박동을 생생하게 그렸습니다. 그는 공포라는 허상과 싸워 이겼고, 결국 1954년 5월 6일 3분 59초 4라는 기록으로 인류 역사를 다시 썼습니다.
하지만 더 놀라운 일은 그 이후에 일어났습니다. 베니스터가 기록을 경신한 지 불과 6주 만에 다른 선수가 4분 벽을 깼고, 그해에만 무려 37명의 선수가, 이듬해에는 300명이 넘는 선수가 4분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갑자기 인류의 심장이 튼튼해지기라도 한 걸까요? 아닙니다. 바뀐 것은 단 하나, "그것은 불가능하다"는 집단적 생각이 깨졌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베니스터 효과'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흔히 "보이는 것만 믿는다"라고 말합니다.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믿겠다는 뜻이죠. 하지만 미국의 철학자이자 심리학의 아버지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의 생각은 정반대였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믿음이 사실을 만들어낸다."
제임스는 그의 철학을 통해 '믿으려는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어떤 일이 성공할 가능성이 반반일 때, "안 될 거야"라고 믿는 사람은 소극적으로 행동하여 결국 실패를 만듭니다. 반면 "될 거야"라고 믿는 사람은 신경계가 활성화되고 근육의 반응 속도가 빨라져 실제로 성공을 만들어 낸다는 것입니다.
즉, 믿음은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라, 물리적 결과를 바꾸는 실질적인 스위치라는 것입니다. 로저 베니스터가 4분의 벽을 넘을 수 있었던 건, 그가 남들보다 다리가 튼튼해서가 아니라 "내 심장은 절대 터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먼저 믿기로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이 철학적 통찰은 현대 스포츠 과학에서 '심상 훈련(Visualization)'으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의 일화가 대표적입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접영 200m 결승전, 출발하자마자 펠프스의 물안경 안으로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최악의 상황. 보통 선수라면 당황해서 호흡이 꼬였겠지만, 펠프스는 침착하게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요? 비결은 바로 그의 오래된 코치 바우만이 제시한 특별한 훈련 방법에 있었습니다. 바우만은 펠프스에게 매일 잠들기 전, 머릿속으로 경기를 시뮬레이션하는 '비디오테이프'를 돌리라고 했습니다. 내 몸을 스치는 물살의 느낌, 스타트를 하고 나서 결승점에 도착하기 전까지 휘두른 팔의 스트로크 개수, 경기가 끝나고 수모를 벗는 느낌까지 매일 밤 상상하게 했습니다. 경기 중 수경에 물이 차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밤마다 돌려보았던 비디오테이프에서 했던 것 그대로 스트로크를 휘둘렀기에 금메달은 물론이고 세계 신기록까지 세울 수 있었습니다. 그는 금메달 이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정말 맹인이 된 기분이었다'라고 얘기했지만, 비디오테이프 속 그는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뇌는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펠프스의 뇌 속에서 그는 이미 수경에 물이 찬 채로 수영을 수백 번 완주했던 베테랑이었습니다. 윌리엄 제임스의 말처럼, "우리의 신경계는 우리가 훈련한 대로(상상한 대로) 자라난 것"입니다.
저는 운동장에서 매일 '작은 베니스터들'을 목격합니다. 요즘 학교 체육 시간,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하면서도 몰입하는 종목 중 하나가 바로 'PAPS 왕복 오래 달리기(셔틀런)'입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순간, 아이들은 선택의 기로에 섭니다.
"선생님, 저 이제 못 뛰겠어요."라며 멈추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똑같이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는데도 기어이 한 번 더 발을 내딛는 아이가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포기한 아이들의 심박수를 재보면 아직 신체적 한계에 도달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다리가 멈춘 것이 아니라, "여기까지가 내 한계야"라는 마음이 먼저 멈춘 것입니다.
반대로 자신의 기록을 경신하는 아이들을 보면, 출발 전부터 눈빛이 다릅니다. "지난번엔 30개였으니까 오늘은 무조건 31개 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뜁니다. 배드민턴 수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저 셔틀콕은 너무 멀어서 못 받아"라고 생각하면 발이 떨어지지 않지만, "받을 수 있다"라고 믿는 순간 몸은 이미 다이빙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체육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궁극적으로 가르치고 싶은 것은 더 많이 뛰고, 더 잘 치는 기술이 아닙니다. "내가 그어놓은 한계선이 사실은 가짜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도 셔틀런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나는 원래 이런 거 못 해", "내 나이엔 힘들어", "이건 전공자가 아니면 안 돼." 혹시 우리는 1954년 이전의 선수들처럼, 스스로 만든 '4분의 벽' 안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닐까요?
윌리엄 제임스는 말했습니다. "우리 세대의 가장 위대한 발견은, 인간이 마음가짐을 바꿈으로써 자신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 밤, 당신이 간절히 원하는 목표가 있다면 머릿속에서 가장 생생하게 재생해 보세요. 베니스터처럼 벽을 넘고, 펠프스처럼 물살을 가르는 당신의 모습을요. 당신의 뇌는 이미 달릴 준비를 마쳤습니다. 믿는 순간, 그 믿음은 현실이 되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