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팩을 만들었는데 왜 불행할까?

메를로 퐁티가 전하는 '보여지는 몸'과 '느끼는 몸'

by 레슬러 플라톤

3개월의 기적, 그리고 그 후의 공허함

요즘은 예전만큼 아니긴 하지만 2030 세대에게 근육질 몸을 만들고 '바디 프로필' 촬영을 하는 것은 일종의 버킷리스트입니다. 과정은 눈물겹습니다. 3개월 동안 친구와의 약속을 끊고, 닭가슴살과 고구마만 씹어 삼킵니다. 촬영 전날에는 근선명도를 높이기 위해 물 한 모금조차 입에 대지 않고 참아냅니다. 마침내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보정 작업을 거쳐 조각상 같은 '인생 사진'을 얻습니다. SNS에 올리자 좋아요와 부러움 섞인 댓글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그토록 원하던 몸을 가졌는데, 촬영이 끝나자마자 알 수 없는 공허함이 밀려옵니다. 많은 이들이 촬영 직후 폭식증을 겪거나, 조금만 살이 쪄도 견디지 못하는 강박에 시달립니다. 거울 속 내 몸은 완벽한데, 내 마음은 왜 병들어가는 걸까요?

저도 물론 아직 바디 프로필을 찍을만한 몸을 가져본 적 없고, 피지컬:100에 나오는 멋진 몸을 가진 사람들을 보며 '나도 언젠가 한 번은 저런 몸이 되어보고 싶다'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체육 교사로서, 그리고 오랫동안 운동을 사랑하고 해온 사람으로서 저는 이 현상이 안타깝습니다. 바디프로필을 찍을만한 몸을 '가꾸는' 데는 성공했지만, 몸과 '친해지는' 데는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내 몸은 '전시품'이 아니다 (객체로서의 신체)

멋진 몸을 만들고도 공허함이 밀려오는 이유는, 우리 스스로를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철학자 메를로 퐁티(Maurice Merleau-Ponty)는 현대인들이 몸을 다루는 방식을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내 정신이 '몸'이라는 기계를 조종한다고 믿습니다. 마치 조각가가 돌을 깎듯, 나도 내 몸을 깎아 예쁜 모양으로 만들려 합니다. 이때 몸은 내가 살아가는 주체가 아니라, 평가받고 관리되어야 할 '대상'으로 전락합니다. 헬스장 거울 앞에 선 우리는 내 근육의 움직임을 느끼기보다,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까'를 먼저 검사하는 것이지요. SNS는 이 시선을 더욱 강화합니다. '보여지는 몸'에 집착할수록, 내 몸은 나의 것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 속에 갇힌 감옥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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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몸이다" (주체로서의 신체)

메를로 퐁티는 이 감옥에서 탈출하는 열쇠를 건넸습니다. "나는 내 몸을 '가지는(Have)' 것이 아니라, 나는 내 몸 '이다(Am)'."라고 말이죠. 그에게 몸은 세상과 내가 만나는 유일한 통로입니다. 시각장애인에게 지팡이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세상을 감지하는 손의 연장인 것처럼 말입니다.

진정한 운동은 거울 속의 나를 감상하는 것이 아닙니다. 심장이 터질 듯 박동하는 느낌, 무거운 바벨을 들어 올릴 때 근육이 비명을 지르는 느낌, 발바닥이 지면을 밀어내는 그 생생한 감각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이때 우리는 '평가하는 관찰자'에서 '살아있는 주체'로 돌아옵니다. 내가 내 몸과 온전히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의 순간, 거기엔 남들의 시선이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교실에서 발견한 두 종류의 아이들

학교 운동장에서도 이 차이는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어떤 아이들은 체육 시간 내내 머리카락이 헝클어질까 봐, 다른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할까 봐 몸을 사립니다. 이 아이들에게 몸은 '남에게 보여지는 대상'입니다. 체육 활동 중에 움직임이 부자연스럽고 표정은 어둡습니다.

반면, 공을 쫓아 미친 듯이 달리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얼굴은 시뻘게지고 머리는 엉망이 되지만, 그 아이들의 눈은 반짝거립니다. 그 순간 아이들은 자신의 외모를 잊습니다. 오직 공을 차겠다는 굳은 의지와 달리는 두 다리만이 존재합니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저는 생각했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몸은 헬스장 거울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몸이 아니라, 무언가에 몰입해 자신을 잊어버린, 가장 생동감 넘치는 몸이라는 것을요.


식스팩보다 중요한 것: 감각 깨우기

식스팩을 만드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저도 너무 갖고 싶습니다). 건강하고 강인한 몸은 분명 멋진 일이지만, 그것이 전시를 위한 강박이 될 때 불행은 시작되는 것입니다. 혹시 지금 다이어트와 몸매 관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오늘 하루는 헬스장의 거울을 등지고 운동해 보시길 권합니다. 러닝을 즐기신다면 이어폰은 빼고 내 거친 숨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타인의 시선을 거두고, 나의 감각을 깨울 때 비로소 우리는 자유로워집니다. '보여지는 몸'에서 '느끼는 몸'으로의 전환. 이것이 제가 제안하는 진짜 몸만들기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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