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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긋 Jul 04. 2024

주인공이 되어

 초등학교 5학년 1학기 국어-나 10단원의 제목은 '주인공이 되어'이다. 자신이 경험한 일을 이야기로 써 보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첫 차시에는 자신이 경험한 것 중에 가장 기억이 남는 이야기를 친구들과 공유함으로써 기억을 떠올리는 활동을 했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은 후 6장의 카드에 다른 사람들이 발표한 내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과 그때 느꼈던 감정을 써서 기억카드 놀이도 하였다. 다양하고 재미있는 경험이 많이 쏟아져 나온다. 나도 아이들의 경험담을 재밌게 들으며 그들과 비슷한 경험을 했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신나게 푼다.

 

 나는 이 단원이 재미있다. 말 그대로 내가 경험한 일을 이야기로 나타내는 활동을 요즘 즐겨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만든다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해본 사람들은 다 공감을 할 것이다. 물론 글로 표현을 할 때 약간의 고통도 따라오지만 완성 후 내 글을 읽어보면 그 고통은 말끔히 사라진다. 이 단원에서 일상생활의 경험이 잘 드러난 글을 읽어보기도 하고, 경험을 이야기로 표현하는 방법을 알아보면서 나도 아이들과 함께 조금씩 성장하는 기분이다. 


초등학교 5학년 국어 교과서 316-317쪽, 교육부

 교과서에는 경험을 이야기로 쓰는 방법을 대화형식으로 풀어내어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익힐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상자 안의 대화문은 교과서(5학년 국어, 교육부) 316-317쪽에 나온 내용들이다. 


- 이야기가 참 재미있다. 대화 글을 많이 쓰고 우리 주변에서 쉽게 겪을 수 있는 일을 이야기로 써서 좋았어. 
- 고마워, 5학년 때 있었던 일 가운데에서 이 일이 가장 기억에 남았어. 친구와 내 이름을 다른 이름으로 바꿔보았어. 

 일상에서 일어난 일을 글로 표현할 때 아무래도 주변 사람들 이야기가 빼놓기는 정말 힘들다. 초등교사인 나는 우리 5학년 친구들과 생활하면서 겪은 일을 자주 글로 쓰는데 아이들의 이름을 무조건 바꾼다.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좋은 내용이기는 하지만 왠지 실명을 쓰는 것은 초보작가에게 엄청난 부담이고 꼭 그럴 필요도 없음을 이미 잘 알고 있다.


- 제목을 '대화가 필요해'라고 지은 까닭은 뭐니?
- 말 그대로야. 대화로 서로 오해를 풀었으면 하는 내 생각을 담았어. 

 "대화가 필요해"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 제목이라 반가웠다. 아이들이 노래의 원곡자인 "더 자두"라는 혼성그룹을 알리 만무했다. 가장 최신의 것으로 다른 가수들이 부른 영상을 보여주니 역시 공부할 때와는 눈빛이 달라진다. 가사에 더 집중해서 노래를 감상하라고 하니 가사의 내용을 이해하는 친구들이 공감하는 표정을 짓는다.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올리면서 제목의 중요성을 매번 느낀다. 글을 읽고 싶게 만들기도 해야 하고 내용도 짐작할 수 있는 그런 매력적인 제목을 짓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교과서에 주어진 대화문에서는 생각보다 제목을 단순하게 짓는 것을 보고 그동안의 나의 글쓰기를 돌아보았다. 나의 생각을 담아야 하는데 유행을 좇는 제목을 지으려고만 한 건 아닌지 살짝 부끄러웠다.


- 그랬구나. 그런데 일어난 일의 차례가 바뀐 부분이 있어.
- 응, 그래야 처음 시작이 재미있을 것 같았거든. 필요하다면 사건을 지어낼 수도 있어서 조금 지어서 썼어. 

 일상의 에피소드를 글로 옮겨낼 때 시작의 재미를 위해 차례를 바꿀 수도 있고, 필요하다면 사건을 지어낼 수 있다는 부분이 재밌었다. 글을 쓸 때 첫 문장이 가지는 그 힘은 정말 위대하다. 그래서 나도 많은 고민을 하고 시작 부분에 제일 많이 신경 쓴다. 그러기 위해서 본 사건에 대한 빌드업을 글 초입 부분에 많이 한다. 그런데 필요하다면 사건을 지어낼 수도 있다는 부분이 좀 놀라웠다. 그렇지, 이 단원은 자신이 한 경험을 바탕으로 꾸며 쓰기를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니 필요하다면 꾸며 쓸 수도 있겠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글이 있으므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꼭 사실만 쓸 필요는 없다. 매력적인 글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각색을 할 수 있다. 


- 재미있었어. 인국이를 자세히 설명한 것은 이야기를 읽는 사람들이 잘 이해할 수 있게 하려고 그런 거지?
- 맞아. 알아줘서 고마워. 그러면 제가 내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을 한번 써 볼래?

 이 단원을 하면서 브런치 작가가 되어 글쓰기를 할 때의 경험담을 아이들에게 많이 들려준다. 독자들이 나의 글을 이해하기 쉽게 좀 더 친절한 작가가 되어보자고 아이들에게 제안한다. 하지만 너무 많은 정보는 피로감을 줄 수 있기에 적정선을 잘 지켜야 한다. 이는 항상 어렵다. 경험이 조금씩 쌓이다 보면 어느 수준으로 맞춰야 하는지 깨달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 그럴까? 마지막 부분에는 사건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나타나야 하는데...
 - 응, 상은이가 인국이랑 대화하면서 사이가 좋아진 내용이 잘 나타나면 좋겠어.

 글을 쓸 때 마무리가 항상 어렵다. 교훈적인 내용으로만 끝내기도 싫다. 뭔가 깔끔하게 마무리가 되면서도 위트가 좀 섞인 마무리를 좋아한다. 가끔은 나도 교과서에 나와있는 친구처럼 내 글의 마무리를 누가 써줘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잠시 한다. 온전한 내 글이 아닌 것 같아 애정도 덜해질 것 같기도 하다. 잘 썼던, 못 썼던 내가 쓴 글이므로 많이 부족해도 그것 자체가 나를 표현하므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도 많이 해야겠다. 요즘 우리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이 있다.

가르치면서 나 또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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