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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긋 Nov 03. 2024

운전 잘해주는 우리 예쁜 막내 사위

 내 남편은 우리 집의 막내 사위다. 성격이 서글서글하고 부모님 말씀을 잘 들어주는 귀엽고 착한 사위이다. 이런 사위가 지난 주말에 이어 이번주도 바쁜 일요일을 부모님과 함께 보내고 있다.


 지난주 토요일은 아빠가 전북 익산으로 한시 상을 받으러 가시는 날이었다. 2007년 공무원 퇴직 후 한시 짓기라는 아주 고상한 취미를 가지신 아빠께서 요즘 여러 대회에서 입상을 하고 계신다. 이번에도 참방이라는 이름의 입상을 하시고 혼자 익산에 가셔서 상을 받으려고 하셨으나 이 사실을 알게 된 막내 사위가 기꺼이 익산까지 운전을 해주기로 하였다. 평소 자식들에게 최대한 신세를 짓지 않으려 하시나 다리 한쪽이 불편하신 아빠께서 이번에는 기쁜 마음으로 막내 사위의 호의를 받아들이기로 하셨다. 막내딸인 나는 지난 토요일에 개인적인 일이 있어 함께 하지 못하여 막내 사위와 장인어른만 익산 일정을 함께 하였다.

 

 남편은 아빠가 한시 대회에서 상 받는 모습의 사진을 우리 가족 톡방에 실시간으로 보내주었고 덕분에 주변의 알록달록한 풍경의 사진들에서도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기분 좋게 상을 타시고 집으로 오는 길에 아빠가 좋아하는 백합정식 식당에 간다는 소식도 들려주었다. 사진 속에 아빠는 아주 환한 모습으로 더없이 행복해 보이셨다. 막내사위가 한잔 따라주는 부안뽕주와 음식을 함께 곁들이니 완벽한 식사가 되었다고 하셨다.


 "OO이가(막내 사위 이름) 익산까지 운전도 해주고, 상도 잘 받고 점심식사까지 아주 완벽하게 잘 먹고 왔다. 백합탕에 백합찜, 전, 죽까지 너무 맛있게 먹고 와서 기분이 정말 좋구나! OO이가 운전을 잘해줘서 너무나 편하게 잘 다녀왔다! OO이가 고생 많이 했다! "


 너무나 기분이 좋은 아빠의 모습을 보니 자식으로서 기분이 좋았고, 운전을 해주고 아빠를 잘 모셔 준 남편에게 정말 고마웠다. 남편도 익산에 다녀온 후기를 재미있게 들려주었다.


 "백합 요리 식당이 부안에서 유명한 곳이었는데 정말 맛있었어. 아버님도 진짜 좋아하시고... 상 받으시는 분 중에 우리 아버님이 제일 훤칠하시고 미남이시더라! 아버님이 제일 젊으시고 멋지셨어."

한시 상을 받으시고 막내 사위와 함께 백합정식까지 완벽한 하루를 보내신 우리 아빠!


 이번 주말은 나와 남편, 엄마, 아빠가 함께 목포에 다녀왔다. 목포 평화광장에서 무에타이 경기가 열렸고 내가 다니는 체육관의 프로 선수가 출전하여 응원차 남편과 함께 목포에 가는 것이 원래 계획이었다. 목포에 가는 김에 평소 엄마와 아빠가 '목포해상케이블카'를 아직 타보지 않았다고 하신 게 기억이 나 부모님께 같이 가실 거냐고 여쭈어 보니 아빠께서 흔쾌히 가고 싶다고 하셨다. 엄마도 잠시 고민하셨는데 아빠의 설득 끝에 같이 여행을 갈 수 있게 되어 너무나 좋았다. 평소 엄청 알뜰하신 엄마의 이런 망설임은 다 여행 경비때문일거다.


 나와 남편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긴 해상케이블카인 '목포해상케이블카'를 전에도 아이와 함께 타 본적이 많다. 그에 비해 부모님께서는 처음으로 해상 케이블카를 타보신다고 하여 살짝 죄송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첫 여행 목적지인 목포해상케이블카로 향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두런두런 하다 보니 금방 도착하였다. 역시 운전을 잘해주는 예쁜 막내 사위 덕분이다. 남편이 우리 셋을 내려주고 주차를 하는 동안 부모님과 나는 승강기를 타고 탑승지로 올라갔다. 다리 한쪽이 많이 불편하신 아빠가 지팡이를 짚고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그래도 안전하게 케이블카를 탈 수 있었다. 다행히 비교적 이른 시각이라 사람들이 많이 없어 기다리는 시간이 짧았다. 케이블카를 타니 부모님의 얼굴이 어린아이처럼 밝아진다. 평소 놀이기구도 좋아하시고 스릴을 좋아하시는 엄마는 이 시간을 즐기고 있음이 보였고, 살짝 겁이 있는 아빠의 굳은 얼굴이 이내 점점 펴지신다.


 내가 유치원생 일 때 목포에 잠시 살았던 시절의 이야기가 나와 추억 여행을 떠날 수 있었고 너무나 좋아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니 진작에 함께 하지 못해 죄송스러웠다. 이제라도 모시고 와서 건강하게 즐기시는 모습을 보니 너무나 감사하기도 하였다. 스테이션에 내려 산책로를 한 바퀴 도는 코스가 있었는데 다리가 불편하신 아빠가 걱정되었다. 산책로를 올라가면 해상 데크길을 걸을 수 있었고 아빠는 조금 걷다가 어지럽다고 하셔서 승강기가 있는 의자에서 좀 기다리셨다. 우리 셋만 해안동굴이 있는 곳까지 다녀왔다. 바다를 낀 산책길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노인들 데리고 다니느라 너네들이 고생한다. 그래도 나오니까 날도 좋고 너무나 행복하구나."라는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니 자주 나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맛있는 회를 먹으러 횟집으로 갔다. 아빠가 사신다고 했는데 목포여행 오기 전 언니가 가족 회비에서 여행 경비를 주어 그 누구도 부담 없이 맛있는 회를 먹을 수 있었다. 바닷가를 보며 회를 먹으니 아빠 기분이 또 좋아지셔서 소주를 한 병 시키셨다. 엄마도 처음에는 너무 비싸다며 다른 저렴한 식당에 가고 싶어 하셨으나 막상 오시니 너무 좋아하셨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빠가 좋아하시는 갈치 한 상자를 살 계획이었으나 목포의 유명한 수산시장이 쉬는 날이라 너무 아쉬웠다. 그래도 엄마 아빠가 좋아하시는 모습과 우리에게 고마워하시는 모습을 보니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불편하신 다리로 우리를 열심히 잘 따라와 주신 아빠와 계속 웃는 모습과 유쾌한 얼굴로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신 엄마가 계셔서 너무나 감사하였다.


"이제 얘네들 없으면 우리끼리는 이런 데도 맘대로 못 오네. 자식들이 같이 가자고 할 때 열심히 따라다니세!" 


엄마, 아빠는 우리에게 너무나 고마워하셨고 오늘 하루 많이 걸으시느라 힘드셨지만 행복해하셨다. 막판에 아빠의 다리에 힘이 풀려 걱정되었지만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엄마는 막내 사위에게 미안하고 고마웠는지 다음에 꼭 시부모님을 모시고 다녀오라는 당부도 잊지 않으신다. 오늘 하루 안전하게 운전도 하고, 아빠 뒤에서 묵묵히 잘 따라다녀 주고, 음식점 예약도 잘하고, 부모님 왕년의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카페 음료도 부모님 맞게 잘 시켜준 우리 남편, 막내 사위가 오늘은 정말 최고였다. 나도 시부모님에게 더욱더 잘하는 맏며느리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운전 잘하고, 밥 잘 사주는 우리 예쁜 막내 사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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