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느긋 Nov 24. 2024

역대급 체성분 결과를 만나다!

 여느 때와 같이 평범한 토요일 아침, 중3 아들을 학원에 데려다주고 오랜만에 헬스장으로 바로 향한다. 사실 운동을 하고 싶은 마음보다 체성분을 분석하는 인바디를 재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한 달 전에 인바디를 쟀을 때 무에타이를 열심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별로 좋지 않아 적지 않게 실망을 했었다. 한달동안 식단은 별로 하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관리를 하여 살짝 기대를 하고 갔다. 구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의 헬스 일일 이용료는 2000원이기에 부담 없이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 늘 그렇듯 운동하는 것은 나의 의지에 달려있다. 9시 40분쯤 헬스장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인바디를 재고 싶다고 코치님께 말씀드렸다. 예전에 코치님에게 PT를 받았던 경험도 있고 종종 헬스장을 이용했기에 진행은 매우 자연스러웠다. 회원번호를 입력하고 나의 기본 정보를 확인한다. 오늘의 몸무게는 58.3kg(키는 164cm)로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양말을 벗고 전극에 발끝을 잘 맞춰 선 후 팔꿈치를 펴고 겨드랑이가 닿지 않도록 손잡이를 잘 잡는다.


 인바디를 많이 재 본 사람으로서 어떻게 재야 결과가 잘 나오는지 나름의 데이터가 쌓여있다. 물론 개인마다 다르고 식단 및 운동과 같은 관리를 해야 잘 나오는 건 매우 기본이다. 나 같은 경우는 전날 밤에 잠을 잘 잤을 때, 시간상으로는 아침에 쟀을 때, 밥을 조금이라도 먹고 쟀을 때 같은 몸이라도 인바디가 훨씬 잘 나오는 것 같아 이번에도 아침밥을 먹고 헬스장을 갔다. 두둥! 체감상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결과가 나오고 기계창에서 바로 체지방률(%)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체지방률만 확인하면 골격근량(kg)과 체지방량(kg)이 어느 정도 예상이 되고 몸무게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거기로 눈이 바로 갔다. 체지방률이 25.2%!! 40대 초중반의 아줌마가 만난 역대급 인바디 결과였다. 매우 기뻤지만 내색하지 않고 코치님이 종이로 출력을 해주시는 동안 양말을 다시 신고 소지품을 주섬주섬 챙겼다.


 종이로 확인한 인바디는 나를 더 뿌듯하게 만들어 주었다. 골격근량이 24.0kg이라니, 역대급 근육량이다. 코치님도 나의 결과를 확인하면서 많이 놀라워하셨다.


 "좋은데요, 무슨 다른 운동 하세요?"

 "저 무에타이 한지 3개월 되었어요!"

 "무에타이나 복싱이 근육량 늘리는 데 좋죠!"

 "와, 진짜 역대급이에요."


 전문가에게 나름의 인정을 받으니 기분이 매우 좋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분석 결과를 하나하나 천천히 살펴보았다. 요 며칠 과자와 맥주를 먹지 않았던 이유 때문인지 체지방량도 최고로 낮았다. 골격근량은 늘고 체지방량은 줄었으니 당연히 체지방률이 좋게 나올 수밖에 없다. 처음으로 C자가 아닌 I자 형을 만나게 되었다.


한 달 전 인바디와 오늘 인바디 결과


 한 달 전 인바디를 포함한 나의 모든 체성분 분석 결과는 표준체중 허약형(C자)였고 이번 생은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내 주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형태였고 나이가 점점 들어가고 있기에 항상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표준체중 허약형(C자)은 체중으로는 정상체중의 85% 이상이나 골격근이 부족한 상태로 보기보다 허약한 체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경우는 근육을 구성하는 단백질이 부족하기 때문인데 대부분 운동부족, 단백질 섭취 부족 또는 상처나 질병으로 인한 과잉대사에 기인하며 부종, 근육조직 분해, 신경조직 변화, 2차 감염, 아동의 경우 성장 둔화 등의 증상을 보입니다. (출처: InBody)

 

 체질적으로 근육이 몸에 잘 붙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나 40대 아줌마인 나도 관리를 하면 근육이 붙을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인바디를 통해 경험할 수 있어 나 자신이 매우 자랑스러웠다.

표준체중 일반형(I자)은 체성분이 매우 균형적인 양호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근육은 감소하고 지방은 증가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지속적인 관리가 요구되며 복부비만과 함께 계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출처: InBody)


 전에는 체형좌표에서도 경도비만이나 경도비만에 가까운 적정이 나왔는데 이번에는 안정적으로 적정 영역에 들어와서 이것 또한 나를 기분 좋게 만들어줬다. 오랜만에 경도비만이 아니라니 그동안의 나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에 감사했다. 기초 대사량도 내 인생 처음으로 만난 1300대였다. 확실히 근육량이 느니 기초대사량이 증가한다는 것을 실감하였다.



 내장지방레벨도 5로서 최근 들어 가장 좋았으나 복부지방률이 0.87로 꽤 높았다. 요즘에 과자와 맥주를 먹지 않아서 내장지방은 좀 관리가 된 것 같은데 복부비만이라니! 어쩐지 손에 잡히는 뱃살이 심상치 않았다. 하긴 감과 귤을 너무 많이 먹긴 했다. 과일에도 당이 많이 들어있어 과하게 먹으면 살로 간다더니 전문가의 말은 하나도 틀린 게 없다.


 뱃살은 여전하지만 하체에 붙은 근육이 짱짱하게 느껴져서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나이가 한 살 한 살 들어 갈수록 근육량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다만 실천하기가 어려울 뿐이다. 하루에 100개 스쾃 하기가 오늘로써 133일이고 1분 플랭크가 85일째이다. 여행을 가는 날에도 약속이 있는 날에도 컨디션이 별로인 날에도 나와의 약속을 꼭 지켰다. 그 결과를 이렇게 맞이하다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


 근육 1kg은 1400-1600만 원의 가치가 있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갊에 따라 가만히 있어도 근육량은 매년 조금씩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근육이 생기면 의료비도 아낄 수 있고 생활의 질이 향상이 된다. 나부터도 근육이 늘어서 바로 기분이 좋아진 것을 경험하였기에 근육의 힘은 대단함을 느꼈다. 노년의 건강한 삶을 위해 돈을 저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근육을 잘 관리하여 근육저축을 하는 것이 나의 현재 가장 큰 목표가 되었다. 예전에는 단순히 몸무게에만 집착을 하였지만 눈바디(눈으로 몸의 형태를 체크하는 것)와 체성분이 더 중요함을 깨달았다.


 내가 현재 하고 있는 무에타이 운동(주 3회)도 어느덧 3개월이 넘어가고 있다. 좋아하는 줌바댄스(주 2회)는 2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하루 100개 스쾃과 1분 플랭크는 앞으로 꾸준히 할 생각이다. 완전히 끊을 수는 없겠지만 맥주와 과자를 평일에는 가급적 먹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약속이 있을 때나 주말에는 인생의 즐거움도 한 번씩 챙길 거다. 역시 인생은 밸런스다.


40대의 나에게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 근육량순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