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에타이 하는 것만 믿고 먹는 양이 늘어서인가, 2주 연속 주말여행에서 먹은 맥주와 안주의 탓인가, 직장에서 피곤할 때마다 한잔씩 마신 믹스커피와 초콜릿 때문인가, 결국 체성분 분석을 해주는 인바디에서 내가 '경도비만'을 받았다. 적정 체중보다 3kg이 더 나갔고 지방도 5kg 가까이 빼라고 아주 친절하게 소수 첫째 자리까지 알려주었다. 그동안 운동도 열심히 하고 4층에 있는 교실까지 부지런히 계단을 이용해 올랐으며 줌바댄스도 일주일에 2번씩 빠짐없이 했는데 기대를 너무 했던 탓인지 실망감이 적지 않다. 물론 어젯밤에 무에타이를 끝낸 후 하루를 정리하며 하이볼과 매운 막창을 먹긴 했지만 몇 년 사이에 거의 최고 몸무게를 찍었다.
퇴근 후 바로 근처에 있는 문화센터에 인바디를 재러 가서 오늘 입고 간 청바지 무게가 많이 나간 거라 나름의 정신승리를 해보려고 노력하지만 그러기엔 내 몸의 지방량이 너무나 많다. 지난 8월에 했던 인바디와 비교했을 때 몸무게는 1.7kg이 증가하였고 그에 비해 근육량은 0.5kg이 증가하였으며 체지방량도 0.5kg 증가하였다. 역시 다이어트는 식단이 80% 이상이라는 것이 또다시 증명되었다. 무에타이 운동양이 나에게 상당하였기에 과자, 초콜릿, 빵, 맥주 등을 안심하고 먹어댔더니 결국 이런 결과가 나와버렸다. '먹은 것이 곧 나 자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망감을 안고 결과표를 한창 들여다보고 있는데 아주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다. 그건 바로 복부지방률이다. 평소 복부지방률이 0.86, 0.87이 나와 기준치인 0.75~0.85를 항상 넘겼었는데 이번에는 0.83을 찍어 표준으로 들어왔다. 내가 인바디를 잰 역사상 처음으로 있는 일이다. 몸무게는 증가하였지만 복부지방률이 떨어졌다는 것은 나에게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물론 내장 지방 레벨이 6에서 7로 증가하였지만 표준 안에 들어왔기 때문에 괜찮다. 그동안 하루에 쉬엄쉬엄했던 스쾃 100개와 자기 전에 했던 플랭크 1분이 헛되지 않은 것 같아 매우 기분이 좋았다. 여행을 가서도, 맥주를 많이 마신 날에도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날마다 스쾃을 100개씩 한지가 오늘로 딱 100일이 되는 날이다. 몸이 피곤한 날에도 스쾃을 정말 하기 싫은 날에도 100개라는 숫자는 어떻게든 꼭 채웠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5개, 집으로 올라오는 도중에 10개 등을 하면서 무조건 하룻동안 100개의 스쾃을 하였다. 물론 한꺼번에 100개를 하면 그 효과가 더 좋겠지만 욕심부리지 않았기에 100일이라는 날을 꽉 채운 것 같아 나 자신이 정말 대견하다.
이번에도 나와의 약속을 만들어 본다. 일주일 동안 초콜릿, 맥주, 밀가루(빵, 과자, 라면, 피자, 치킨)를 안 먹는 것이다. 어제 학교에서 만든 초콜릿이 우리 집 냉장고에 있어 빼먹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지만 일주일 동안 한번 참아보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리고 믹스커피도 아무리 피곤해도 먹지 않기로 다짐한다. 나를 사랑하고 돌보는 마음으로 일주일 동안 좋은 것만 나 자신에게 먹여야겠다. 일주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 같지만 이번에도 그냥 '도전'이자 '실험'이다. 마침 일주일 후에 친구와 약속이 있으니 그날만을 참고 기다리며 나에게 달콤한 보상도 해줄 계획을 세운다.
다이어트에 관한 수많은 명언이 있다. '먹는데 1분, 빼는데 1시간', ' 먹어봤자 내가 아는 그 맛', ' 살 빼려는 마음을 먹어야지 왜 자꾸 다른 걸 먹나요?' 등 재밌는 말들이 많다. 내가 아는 그 맛이기 때문에 더 먹고 싶은 게 사람 심리 아닌가?
예쁜 몸매를 가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40살이 훌쩍 넘으니 근육을 저축해야겠다는 마음이 간절하다. 근육을 지금부터 키워나야 노년이 되어서도 병원비가 덜 든다는 말도 요즘에 많이 듣고 있다. 입에 달콤한 건 당분간 좀 자제하고 내 몸을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겠다. 일주일 동안 내 몸에 들어오는 음식과 양에 열심히 신경을 써보고 하루 정도는 맛있는 거 먹고 또다시 이런 패턴으로 도전하는 루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인생을 닭가슴살처럼 너무 팍팍하게만 사는 것도 재미가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