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나 혼자 산다'의 김숙, 박나래 편을 보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제 막 마흔이 된 박나래가 숙선배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자신만의 고민을 말하는 장면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박나래: 나 어떻게 살아야 해 마흔을?
숙선배: 마흔, 너무 예쁠 나이야. 마흔이 어느 정도 알고, 그다음에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미래도 좀 그려 놓아서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살 수 있는 나이래.
이 장면을 보는 구성환, 전현무, 기안84도 2-30대의 치열했던 시절로 굳이 돌아가지 않아도 괜찮다며 공감을 하는 모습이 나의 마음을 그대로 그려놓은 것 같았다. 물론 젊은 시절에는 물리적인 조건들이 더 좋았을지 모르지만 체력은 그때보다 지금이 더 낫고, 삶에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면서 나를 돌보고 돌아보는 시간이 확실히 더 많아졌다.
박나래: 이런저런 일이 있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 내가 더 도전을 해야 하나? 아니면 지금처럼 안정적으로 살아야 하나?
숙선배: 난 도전!
숙선배가 40살이었을 때 송은이와 팟캐스트를 시작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숙선배가 그 당시에 너무 일이 없어서 원래는 은퇴를 하려고 했었는데 그때부터 바빠져서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숙선배: 네 나이 때 나는 시작도 안 한 거야!
박나래: 그랬나? 그러네.
박나래에게 40대는 되게 불안한데 또 되게 호기심이 생기는 나이라고 했다. 숙선배를 많이 의지하기도 하고 좋아하기도 하지만 오늘 캠핑에서 숙선배의 멋진 인생을 보고 느낀 점이 많아 보였다.
'열심히 일해야지 숙선배처럼 멋지게 살 수 있구나!'
사진 출처 : 유튜브 '엠뚜루마뚜루: MBC 공식 종합 채널'
40대의 새로운 도전과 현실의 안정감 사이에서 조금은 마음을 정하게 되는 하루였다는 박나래의 인터뷰에서도 편안함이 엿보였다. 끈끈한 둘의 관계가 너무 보기 좋았다. 여유롭게 자신의 인생을 즐기는 그녀들의 이야기는 나에게 40대가 어떤 의미인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마흔이 훌쩍 넘은 나이지만 나에게 40대는 특별하고 소중하고 아름다운 나이다. 흰머리는 갈수록 늘어가고 머리카락은 점점 얇아져 가는 게 눈으로 보인다. 나름대로 팩을 하며 피부관리를 하고 있지만 기미는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눈에 노안이 시작되었는지 아니면 30대에 했던 라식수술의 부작용이 이제 슬슬 오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왼쪽 눈의 빛 번짐이 요 몇 달 사이에 심해졌다. 얼굴을 거울에 비춰볼 때마다 눈밑 지방 재배치는 꼭 조만간에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늙어가는 나의 40대 모습이 싫지만은 않다. 외모적으로 나이 들어가고 있음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끼고 있지만 지금의 내 나이가 정말 좋다.
중 3인 아들 녀석이 이제는 나의 손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고 나도 점점 아들과 건강하게 거리 두기를 연습하면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많이 줄었다. 물론 답답하고 서로가 이해되지 않은 경우가 아직도 많지만 아들 나름의 인생이 있고 엄마인 나는 잔소리보다 따뜻한 눈으로 응원을 해주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중이다. 30대에 육아를 하면서 치열하게 살았다면 이제는 여유가 생겼다. 아이가 어렸을 때 조금이라도 많은 경험을 시켜주기 위해서 주말마다 여기저기를 다니며 바쁘게 살았었다. 이제는 아이가 주말에 학원을 다니며 자신만의 인생을 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나는 그만큼 시간적인 여유가 많이 생겼다. 주말에 바람을 쐬러 외출을 하더라도 남편 하고만 같이 갈 뿐 이제 아들은 우리를 더 이상 잘 따라다니지 않는다. 서운하기도 하고 좋기도 하다.
확실히 30대보다는 마음적으로 여유가 생겼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예전보다 조급한 마음은 많이 줄었다. 숙선배의 말대로 인생을 어느 정도 알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나이대가 40대인 것 같다. 그동안 했던 여러 가지 많은 경험을 통해 나의 취향도 알게 되었고, 하고 싶은 것은 다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돈은 버는 것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므로 물건에 크게 사치를 하지 않는 나와 남편은 우리 집의 월수입으로 하고 싶은 것은 다 하는 편이다. 이 나이대에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는 명품백은 나에게 없지만 내가 직접 만든 핸드메이드 에코백을 잘 가지고 다니는 것에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남들의 시선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졌다. 아직도 인정욕구가 있고 시선으로부터 완벽하게 풀려난 건 아니지만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에 크게 개의치 않게 되었다. 예전에는 자기 전에 이불킥도 많이 했고 자기 검열도 심했으나 요즘은 내 마음이 편한 대로 행동한다. 물론 그 행동과 말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되거나 민폐가 되면 안 되므로 성찰은 한 번씩 하지만 자책은 하지 않는다.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상대방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지 않는다. 몇 안되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만 만나도 인생에 크게 지장이 없음을 알게 되는 나이이다. 혼자서도 매우 바쁜 취미부자인 나는 나 자신과 좋은 관계를 지속적으로 맺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주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많이 아껴주고 신경 써준다.
2-30대의 몸무게였던 54kg과3-4kg 정도 차이가 나서 지금은 58kg 정도이다. 뱃살도 많이 나오고 나잇살이란 핑계 아래 다이어트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30대보다 더 체력이 좋아진 것은 요즘에 하고 있는 무에타이 영향이 단연코 엄청 크다. 나 같은 아줌마가 어쩌다 무에타이의 맛을 알게 되어 이렇게 빠지게 되었나 웃기지만 정말 감사하고 놀라운 일이다. 40대의 나이에 무언가에 도전하는 게 쉽지는 않다. 하물며 무에타이라니 나 자신이 정말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이 정도 나이면 부상당할까 봐 시작하기가 쉽지 않은 운동인데 도전을 했고 지금도 재밌게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사람마다 취향은 다르지만 새로운 종목에 접근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숙선배의 '나는 도전!'이라는 말이 나에게 큰 격려로 다가왔고 앞으로도 계속할 수 있는 울림이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 때가 다 있지만 그때가 사람마다 다 다를 수 있다. 직장에서도 열심히 일하고, 가족을 돌보기 위해 집안일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또한 명랑한 할머니가 되기 위해 지금부터 다양한 씨앗을 뿌리고 있는 지금 40대가 나의 인생의 황금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