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성 베드로 대성전(Basilica di San Pietro, Basilica of St. Peter) 성당 입구에서 피에타 작품을 감상한 후 안을 둘러보았다. 천장은 황금색으로 번쩍번쩍했고 성당 안에 많은 교황의 무덤과 교황 조각상이 있었는데 교황의 조각상 사이즈는 실제 사람보다 커 보였다. 주로 화려한 옷을 입고 높은 위치 배치되어 있었고 손을 위로 번쩍 들고 관광객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이 교황들 조각상을 보면서도 아이러니 한 생각이 들었다. 우상숭배는 하지 말라고 한 종교가 아니던가? 왜 사람들로 하여금 우러러보게 교황 조각상을 위로 배치하였고, 크고 화려하게 조각하여 사람들을 압도하려 하는가? 왜 뭔가 숭배해야 할 것만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가?
억지스러웠다. 이쯤 되니까 천장에 해놓은 금칠도 못마땅하게 느껴졌다. 성베드로 성당을 둘러보는 내내 성스럽고 존경심이 우러난다기 보다 “봤지? 내가 얼마나 대단한지?” 하면서 우쭐되는 기운밖에 느껴지지 않아 씁쓸해졌다. 그리고 동유럽 여행 내내 봤었던 그리스정교회들 내부가 생각났다. 그들이 왜 성상숭배 하지 말라며 조각상을 치워버렸는지 그제야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탈리아에 오기 전에 튀르키예의 셀축에서 기원전 9세기 고대 로마 도시였던 '에페수스'투어를 신청한 적이 있었다. 그때 잘 알려지지 않은 이슬람 사원 하나가 투어 상품에 껴있었는데, 단체로 들르는 곳이라 어쩔 수 없이 구경하게 되었다. 이 사원은 1374년에 지어진 이사베이 이슬람사원이었는데 사원을 둘러보며 생각지도 못하게 감동을 받았다. 사원은 기도하는 곳으로 온전히 신과 나의 기도에 집중할 수 있게 내부장식을 화려하게 하지 않았다고 한다. 성 베드로 대성전을 관광하면서 이 이슬람 사원이 생각났다.
나는 기도하는 성전의 품위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성전이란 것이 화려하게 꾸미고 조각상을 거대하게 위쪽에 배치하여 방문하는 사람으로 올려다보게끔 권위를 과시해야만 인류에게 존경을 받을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존경받고 있기 때문에 과시하는 것인가?
나는 왜 소박한 성전이 더 품위 있게 느껴지는가?
내가 잘못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