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팔이 소년

성냥팔이 소녀와의 동행

by 둥글이

소년의 큰 코트는 바닥에 질질 끌리다시피 했다. 긴소매를 말아 바구니를 쥔 소년은 그 안쪽을 바라다보며 한숨을 뿜었다. 손가락 마디만 한 껌 덩이가 바구니에 가득했다. 원장이 오늘 팔 할당량으로 정해준 것이었다. 이것을 팔지 못하면 아동원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밥을 안 주는 것은 물론 두들겨 맞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오후부터 구름이 해를 덮더니 기온이 뚝 떨어졌다. 이내 눈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목도리를 벗어 바구니를 감쌌다. 껌이 젖으면 팔 수 없기 때문이었다. 소년은 지나는 사람들을 향해 열심히 바구니를 들이밀며 권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연말의 흥청망청한 분위기에 취해 소년을 거들떠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머리에 쌓인 눈을 한 번씩 소매로 털어내며 소년은 이따금 장소를 바꿔보았다. 백여 명의 사람들이 외면하고 지나쳐가면 다른 목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이곳에서도 안 되면 저곳으로 바꿨다. 폭격을 맞아 폐허가 된 구역만을 빼고 끊임없이 자리를 이동했다. 그렇게 위치를 바꾸고, 바꾸고, 바꾸고, 바꾸며 거리 곳곳을 휘저었다. 이동한 길에는 발자국이 점선처럼 이어졌고, 멈춰서 껌을 팔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른 곳은 동그란 원형이 만들어졌다. 하늘에서 바라봤다면 그 모습이 마치 줄에 꿰어진 진주같이 보였으리라. 그렇게 소년은 낮부터 밤까지 거리에 진주목걸이를 만들었다.


요 며칠 시설에서 제대로 받아먹은 것이 없는 소년은 배가 고팠다. 기껏 감자 두 덩이를 받아먹었을 따름이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폭탄이 먹을 것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으로 입을 벌렸다. 아동원 형에게 들은 얘기로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폭탄 한 발을 만들 돈이면 빵을 수백 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어른들이 하늘에서 폭탄만 떨어트리지 말고 빵과 소시지, 옥수수, 감자 같은 것을 뿌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걸었다. 왜 남의 집을 파괴하기 위해 빵 수백 개분의 돈을 들이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자 뱃속에서는 더욱 요란한 굉음이 발생했다. 그 소리는 이내 극심한 통증으로 변했다. 위벽이 달라붙어 비비 꼬였다. 말라비틀어진 빵 한 조각이라도 입에 쑤셔 넣는다면 그사이 틈이 벌어져 쓰라림이 덜할 텐데, 신체의 가장 보들보들하고 예민한 살결은 서로 뜯어먹으려고 뒤엉켜 있었다.


그러다 소년은 어느 고급 레스토랑 앞에 발걸음을 멈췄다. 그 앞을 우연히 지나는 중에 발걸음이 멈춘 것이 아니었다. 이미 수백 미터 전부터 레스토랑에서 풍기는 음식 냄새를 맡고 자기도 모르게 이곳으로 이끌려 온 것이었다. 고급스러운 모양의 글라스 안쪽으로 사람들이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웨이터에 의해 지금 막 놓인 칠면조 요리를 보고 냄새를 들이키고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훈제 돼지고기를 잘라 먹기 위해 포크와 나이프를 손에 쥐고 갈아대고 있었다. 잘 익혀진 빵에 갖은 샐러드 놓여 있는가 하면, 소년이 생전 구경도 못 해 본 음식이 식탁에 산더미처럼 쌓여 져 있기도 했다. 음식을 담은 그릇과 촛대의 화려함으로 인해 음식이 더욱 맛나게 보였다. 소년은 그 모습을 넋 놓고 보며 입맛을 다셨다.


그런데 소년은 식탁에 앉은 사람들의 모습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먹을 것을 앞에 두고도 먹지 않는 것이다. 나이프를 든 손은 고기를 자르다 말았다. 빵을 쥔 손은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심지어 음식을 먹으려고 입에 넣으려다 내려놓는 경우도 있었다. 앞에 앉아 있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 말이다. 기껏 먹는다고 해 봐야 반입 입에 넣고 나서 냅킨으로 입을 닦아내고 10여 분간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다. 어느 테이블에서는 신사들끼리 얘기를 주고받고 있었고, 어느 테이블에서는 선남선녀들이 다정한 미소를 보이며 그러고 있었다. 누군가는 빼곡한 글씨가 적힌 종이를 상대에게 보이며 열변을 토했고, 누군가는 상대의 손을 잡으며 뭐라고 속삭였다. 먹을 것을 앞에 두고 말이다. 이 탓에 소년은 안날이 날 지경이었다


입에 집어넣어야 할 음식을 앞에 두고 대화라니. 대화는 아무 때나 할 수 있는데, 먹을 것을 앞에 두고 대화라니. 어른들은 참으로 인내력이 강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자신이라면 순식간에 집어삼켰을 것이다. 사람들이 먹지 않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 소년은 더욱 허기가 졌다. 누군가 좀 게걸스럽게 먹어줬으면 싶었다.

무엇보다 화가 나는 것은 음식을 다 먹지도 않고 그냥 털고 일어서는 사람들이었다. 거대한 칠면조 요리 주변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다리와 몸통 일부에 흠집을 냈을 뿐 그 나머지는 고스란히 남겨두고 자리를 떠났다. 식탁 위에 산더미 같은 양의 빵을 주문했던 이는 고작 한 조각을 베어 물고는 자리를 털고 식당을 나오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니 어른들은 먹기 위해 그 자리에 온 것이 아니라 먹는 흉내를 내기 위해 온 듯했다.

남는 음식을 자기에게 줬으면 하는 바람이 밀려왔지만, 소년은 어림도 없는 희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동원 형들 중에도 이곳 레스토랑 음식 쓰레기를 뒤지다가 죽도록 두들겨 맞은 경우가 있었다. 레스토랑 사람들은 고양이와 가난한 아이들이 쓰레기통 뒤지는 것을 하늘에서 폭탄 떨어지는 것보다도 싫어하는 눈치였다. 하여 레스토랑에서는 어느 때부터 아예 음식 쓰레기를 갈아서 하수구에 밀어 넣었던 것이고, 더 이상 고양이와 가난한 아이들은 이곳 레스토랑 뒷골목을 기웃거리지 않았다. 차라리 가난한 집 뒷 터를 기웃거렸다. 그곳에는 말라비틀어진 채소 조각이라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소년은 아마 이곳 레스토랑 주인이 과거 고양이와 가난한 아이들로부터 큰 상처를 받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소년도 아동원에서 자기 뺨을 때렸던 형이 먹는 빵에 몰래 가래침도 뱉었던 적도 있기 때문이다. 싫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여간 그 때문에 레스토랑 주인아저씨에 대한 알 수 없는 죄책감을 가지고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허기를 달랬다. 머리에 쌓인 눈이 모자만큼 부풀어 오를 지경이 될 때까지도 소년은 창문 앞에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음식이 어떻게 사람들의 입에 씹혀 뱃속으로 들어가게 되는지를 자세히 살피는 것이 소년의 존재 이유였다.


사람들이 음식을 씹어 먹는 동작과 함께 소년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러면 싸늘한 대기 중에 흩날려져 있던 음식의 분자가 콧속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흡사 음식을 먹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소년은 얼굴 가득 함박웃음을 지으며 눈 떨어지는 싸늘한 대기를 들이마셨다. 그러면 그럴수록 폐 속에는 시린 공기가 들어찼고 소년은 굳어져 갔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창문 바로 인근에서 식사를 즐기고 있던 신사 하나가 소년의 모습을 보고 겸연쩍은 듯한 표정을 하더니 지배인을 불렀다. 이내 지배인이 나와 소년을 쫓아 보내려 했다. 소년은 안 가려고 버텼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창문 옆에 숨어서 구경했을 것을. 너무 드러내놓고 냄새 맡으려고 욕심을 부리다가 이 지경이 된 것이었다. 키 큰 어른의 완력을 당해낼 수 없었다. 그나마 밀어내는 지배인의 몸에 붙어 있던 진한 음식 냄새를 힘껏 빨아들인 후에 발걸음을 돌릴 수 있어 다행이었다.


소년은 움푹움푹 빠지는 눈밭을 발을 끌다시피 하며 걸었다. 다 떨어진 신발 속으로 눈이 밀려 들어오는 이유로 발을 좀 높이 들어 걸으면 발이 덜 시릴 것이었다. 하지만 무릎을 들어 올릴 힘이 없었다. 너무 배가 고파서였다. 하지만 눈 쌓인 천지 어디 변변히 앉을 곳을 찾기 힘들었기에 떠밀려가듯 계속 걸었다. 그러다 소년은 어느 폐가 건물 아래에 바구니를 내려놓고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쪼그려 있다 보니 배는 더욱 오그라들었다. 머릿속으로는 조금 전에 봤던 음식과 음식 냄새가 맴돌았다. 군침이 돌았다.


소년은 바구니를 덮은 목도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 그중에 유난히 볼품없이 생긴 껌덩이 하나를 주시했다. 너무 볼품없어 어떤 헐값을 부르더라도 사람들이 사갈 리 없는 그런 껌이었다. 소년은 한참을 주저했다. 껌의 숫자가 맞지 않으면 돌아가서 원장에게 죽도록 맞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며칠간 감자 한 조각도 얻어먹을 수 없을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껏 아무리 배고픈 상태에서도 껌은 일절 손을 대지 않았다.


하지만 그 껌덩이가 조금 전 봤던 칠면조 다리같이 보였다. 소년은 자신도 모르고 그 껌을 집어 들었다. 오후 내내 강추위에 얼어붙은 껌은 차라리 얼음덩이 같았다. 소년은 껌을 입속에 집어넣었다. 그 찬 기운이 혀를 얼게 하고 이를 시리게 했지만, 입안에 달콤함이 훅하고 감돌았다. 마치 입속에 파티가 벌어지는 듯했다. 그렇게 씹은 껌의 단맛은 목 줄기를 타고 들어가 위 속으로 떨어져 내렸는데, 그와 동시에 온몸에는 한기가 전율하듯 감돌아 소년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진저리쳤다. 껌을 몇 번 씹고 나니 단물이 다 빠지고 턱만 아파왔다. 껌을 씹을 힘조차 없었다. 소년은 껌을 뱉었다. 소복이 쌓인 눈 위에 구멍이 하나 생겨났다.


바구니 안쪽을 보니 돼지 훈제 덩이가 하나 놓여 있어 집어 들었다. 이것마저 먹으면 원장에게 20대는 맞은 후에 일주일 넘게 굶어야 할 것이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났지만, 싸늘하게 얼어붙은 돼지 훈제 맛 같은 것이 입안에 맴돌며 포만감이 차올랐다. 아주 까마득히 오래전, 아마 소년이 두 세 살 때 할아버지 품에서 받아먹었던 돼지고기 맛이 그랬던 듯하다. 소년은 우걱우걱 씹어 댔다. 금세 단물이 빠졌다. ‘퇴이’ 눈 위에 구멍이 하나 더 생겼다.


소녀는 이제 정말 그만 먹으려고 했다. 하지만 바구니 안을 들여다보니 크림 바른 빵이 놓여 있었다. 폭격 맞아 할아버지 집이 날아가기 얼마 전이었을 것이다. 어린 나이였지만 입에서 오물거렸던 크림빵 맛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했다. 소년은 크림 빵을 집어 들고 열심히 씹어 댔다. 그러자 할아버지의 포근함이 느껴졌다. 할아버지 얼굴은 떠올려지지 않았지만, 크림빵을 건네며 인자하게 웃던 웃음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듯했다. 하지만 이내 단물이 빠지고 턱이 아파져 껌을 뱉었다. ‘퇴이’


그런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할아버지의 손이 생전 보지 못했던 맛 나게 생긴 음식을 집어 소년의 입에 넣어주는 것이다. 소년은 입을 벌렸다. 그렇게 소년의 입은 단물 짜내는 기계가 되다시피 했고 소년 앞 눈밭은 기관총 사격을 당한 듯 곳곳이 구멍으로 패였다. 그 구멍이 늘어날수록 소녀의 몸속은 더더욱 차가워졌다.

그런데 싸늘한 한기로 진저리를 치며 고개를 뒤흔들던 중, 저 옆 어두운 골목 구석으로 점멸하는 빛의 반복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어느 집의 백열전구가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곳은 문 닫은 상가가 몰려있는 골목이라 불빛이 새어 나올 리 없는 곳이었다.


계속 주시하자, 갑자기 환하게 피어오르는 빛과 함께 어린 소녀의 환하게 웃는 얼굴이 드리워졌다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 빛 속에서 누군가 반가운 사람을 만난 듯했다. 이것이 몇 번이고 반복되었다. 인적이 끊긴 눈 내리는 거리에는 오직 둘밖에 없었다. 소년은 바구니를 들고 다가갔다. 가까워지는 인기척에 소녀는 화들짝 놀라 쳐다보고는 다시 별일 아니라는 듯이 성냥 켜기를 반복했다.


“너는 어디 아동원에서 왔어?”


소년이 묻자 소녀는 잠시 주저하다가 답했다.


“아동원 아냐. 집 있어”


소년은 의아했다.


“집이 있는데 왜? 안 들어가고 이러고 있어?”


소녀는 한숨을 쉬며 답했다.


“이 성냥을 다 팔아야 들어갈 수 있는데 못 팔았어”


소년은 그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아동원에 사는 소년은 부모가 있는 집에 사는 것이 소원이었다. 집에서 살면 뭐든지 행복하고 풍요로워질 줄 알았다. 그런데 집 생활도 아동원 생활과 다를 바 없다니. 어른들의 세상이 왜 이런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 저 산 너머로부터 폭격의 진동이 전해졌다. 소년과 소녀는 잠깐 그쪽을 바라봤다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너는 안 춥니? 왜 그렇게 입고 왔어?”


소녀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소년은 자기 외투를 벗어 소녀에게 덮어 주려 했다. 하지만 막상 외투를 벗으니 찬 공기가 예상보다 몸속을 깊이 파고들었다. 하여 소녀와 딱 붙어 앉다시피 한 후에 외투를 그 위에 함께 덮었다. 그러자 소녀는 넘어간 숨을 다시 돌리듯 안도하며 포근함을 느꼈다.


“자 이거 먹어”


소년은 껌 바구니를 소녀 앞에 건넸다.


“이거 뭐야?”


“껌이야. 씹어 먹으면 단물이 나와”


소년은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껌을 입에 넣었다. 입안이 시린지 진저리를 쳤지만, 한참 오물오물하다가 당분을 빨아 먹었다.


“근데 이 성냥은 왜 지피는 거야?”


“음 할머니 생각이 나서”


“성냥을 켜면 할머니가 보여?”


“응”


소녀는 소년에게 성냥을 건넸고, 소년은 성냥을 켰다. 정말 이었다. 그 작은 불빛이 온 세상을 덮듯 하더니, 그 속에서 할아버지가 포근히 미소 짓고 있었다. 몇 번 그러고 나니 허기진 배가 가라앉으며 알 수 없는 포만감이 느껴졌다. 마음이 충만해 졌다. 그렇게 소년과 소녀는 밤새 성냥과 껌을 나눴다. 이따금 어둠을 밀어내는 환한 성냥 빛과 딱딱 껌 씹는 소리가 어두운 골목에 기척을 불러왔지만, 쏟아지는 폭설에 그 빛과 소리는 점차 묻혀 갔다.


눈은 멈추고 날이 밝았다. 가게와 관공서 사람들이 나와 무릎 높이까지 눈 쌓인 길을 치우느라 거리의 분주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떠오르는 태양 빛은 눈에 반사되어 안그래도 새하얀 세상을 다이아몬드처럼 빛나게 했다. 유난히 춥고 음울하던 밤을 보낸 후 되찾은 활기에 사람들은 들떠 있었다. 더군다나 오늘은 풍요로운 일요일 아닌가. 잠시 후 교회 종이 울리면 모두 주님이 주신 축복을 찬양하기 위해 교회로 몰려갈 것이었다. 어느 마부가 마구간에서 말을 끌어 마차에 달 때까지 거리의 분위기는 그렇게 활기가 가득했다.

하지만 마차에 달린 말이 갑자기 고개를 틀어 골목길 안쪽을 향해 머리를 휘젓기 시작했다. 마부는 처음에는 아무 일 아닌 듯 무심코 골목 쪽을 흘긋 살폈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보고는 얼음처럼 굳었다. 눈 속에 반쯤 묻힌 두 아이의 얼굴이 보였다.


이내 사람들이 달려들어 눈을 치우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머리를 덮은 외투 위로 30cm가량의 눈을 털어냈고, 쪼그려 앉은 아이들의 어깨까지 쌓이다시피 한 눈을 다 긁어냈다. 그때 누군가 소리쳤다.


“어? 저 소녀는 성냥 팔던 아이인데”


“저 소년은 껌팔이인데”


하지만, 소년의 앞에는 성냥 통이, 소녀의 앞에는 껌 바구니가 있었다. 이 모습을 본 어른들은 무슨 일이 빚어졌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 그래서 부끄러웠다. 어른들은 스스로가 가진 많은 것을 서로 나누기는커녕 더 많이 가지려고 싸워왔고, 상대가 가진 것을 파괴하려고 전쟁을 벌여왔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자신들이 가진 유일한 것을 서로 나눴던 것이다. 이 모습에 어른들의 얼굴은 화끈 닳아 올랐다. 부끄러움에 괴로워하던 어른들은 돈을 모아 아이들의 장례식을 치러주기로 했다. 하지만 아이들의 시신을 관에 넣기 위해 둘 사이를 아무리 떼어 놓으려 해도 꽉 잡은 두 손은 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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