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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민 May 04. 2024

의미 없는 만남도 있다

#38 내가 인간관계에 노력하지 않는 이유

3학년 2학기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다. 우리 학과는 교환학생 등의 이유로 휴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이번 학기에는 특히 복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아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도 많았다. 친구들은 새로운 사람들과 친해지려고 노력지만 나는 그냥 평소처럼 지냈다. 내가 이상한 것일까?






나는 운명을 믿는 편이다. 그래서 의미 없는 만남은 없다고 생각했었다. 잠시 스쳐가는 사람들도 다 인연이고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사소한 만남이라도 우리는 무언가를 배워가며 살아가기 때문에 나는 길에서 처음 본 대화조차 나누지 않는 사람이라도 다 운명이고 인연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학교에 입학하고 특히 전역 후에 복학을 하고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나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왔을까? 정말 여러 사람들을 만나왔다. 하지만 지금 연락하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가끔 연락하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아마 10명도 안 되는 것 같다. 이 이유가 바로 인간관계에 대한 나의 생각이 바뀐 이유이다.



선배들이나 후배들과 친해지기 위하여 약속을 잡고 같이 밥을 먹고 노력하는 친구들이 나는 멋있다. 왜냐하면 나는 전혀 노력하지 않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생각이 바뀌고 나는 인간관계에 대해 큰 노력은 들이지 않는다. 어차피 내가 얼마나 노력을 해도 아니면 노력을 하지 않아도 친해지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아닌 사람들은 친해지더라도 금방 연락이 끊기기 때문이다.



그 사실들을 느끼고부터 나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다. 과거에는 혹시 아는 사람이나 누군가를 만날 것 같아서 길에서도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보았다면 이제는 사람들을 보기보다는 건물들 나무, 꽃과 같은 풍경을 보면서 걷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졌다. 어느새 익숙해져서 이제는 사람을 보는 일은 드물다. 그래서 그런지 길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내가 먼저 인사하는 경우 보다 상대방이 먼저 인사를 해야 아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인간관계를 위하여 노력하는 사람들의 행동이 다 의미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물론 나 역시도 그랬었던 적이 있고 그런 사람들의 노력이 대단하고 멋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너무 인간관계에 집중하는 사람들을 보면 조금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인간관계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일단 나라는 사람에 대해 조금 더 집중하게 되었다. 전에는 인간관계를 위하여 다른 사람의 기분이나 반응을 신경 쓰고 어떻게 하면 나를 긍정적으로 생각할까? 아니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노력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에게 집중하며 어떤 것이 내가 좋아하는 것이고 어떤 것을 내가 노력해야 하는지 알게 되어가는 것 같다.



사실 인간관계에 집중하지 않는 나는 상처가 많아서 회피하려고 그러는 것 같기도 하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과 친해지고 깊은 관계를 갖기 위하여 노력했지만 그러한 노력에도 정작 남은 사람들은 없다. 오히려 별 다른 노력 없이 자연스럽게 가까워진 사람들이 인연이 되었다. 그래서 많이 아팠던 것 같다. 내가 이렇게 노력하는데 왜 그 사람들은 나를 그렇게 생각해주지 않는지라는 보상 심리가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사람들과의 관계는 정말 어려운 것 같다. 세상에 노력해서 안 되는 일은 없다고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나지만 인간관계에서는 그 말이 해당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좋은 사람들로 행복했던 기억들도 많지만 좋은 사람들과 어떻게 인연이 끊기다 보니 받았던 상처들도 많았던 것 같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고 더 어른이 되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내 생각은 이렇다.



인간관계는 마치 스며드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물을 조금 부으면 스며들더라도 금방 증발해서 사라져 버리고 너무 많이 부으면 젖어 버린다. 하지만 그 기준은 애매하다. 노력하더라도 쉽지 않다. 인간관계에 집착하고 많은 노력을 하더라도 오히려 멀어질 수도 있고 반대로 노력하지 않는다면 인간관계는 형성할 수 없다.





정말 좋은 관계는 스며드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이 나에게 들어오고 그 사람 역시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스며든 인연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고 오래 여운이 남는다. 비록 잠시 잊을 수는 있지만 언젠가는 다시 기억이 난다. 어떤 작가님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천천히 오래, 그래서 멀리"



나는 더 이상 인간관계에 집착하지 않는다. 다만 나에게 스며든 소중한 인연들에게 조금 더 잘하려고 노력한다. 조금 더 천천히 오래 스며들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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