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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민 May 05. 2024

혼자보다 둘이, 셋이 더 힘들다

#39 조별 디자인 수업

이번 학기에 디자인 수업은 지금까지 수업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바로 팀별 프로젝트 수업이었다. 주제는 트렌드 리서치이다. 일반 사람들은 아마 유행이 우연히 발생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우연은 잘 없다. 유명 트렌드 리서치 기업들이 이미 몇 년 전에 컬러, 실루엣, 소재 등에 대해서 미리 발표를 한다. 그러면 그 발표 자료들을 보고 많은 브랜드들이 옷을 디자인한다. 즉 유행도 철저한 계산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동안 디자인 수업에서는 자료조사 부분을 제외하고 대부분 개인을 중점으로 한 수업이었다. 하지만 트렌드 리서치 경우에는 조금 다르다. 개인 위주로 한다면 트렌드보다는 그 사람의 성향이 깊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이 아닌 조별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다행히도 랜덤으로 조별을 정하는 것이 아닌 미리 각자 관심이 있는 분야의 키워드들을 가지고 와서 그룹을 만든 다음에 자신이 원하는 그룹으로 이동했다. 그 결과 4명의 조원을 가진 우리 조가 만들어졌다. 사실 복학생 한 명을 제외하고는 다 아는 사람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우리는 달라도 너무 달랐고 소통도 너무 안되었다.



혼자보다는 둘이 낫고 둘보다는 셋이 낫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 말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저 마다 실력과 센스 디자인을 하는 느낌은 모두 다 달랐지만 다행히 다들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처음에 별로 걱정하지는 않았다. 사실 조별 과제에서 가장 힘든 것은 나만 열심히 하는 과제인데 우리 조는 절대 그런 걱정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생각한 장점이 오히려 단점이 되었다. 우리는 자신들의 생각이 너무 강했다. 소통으로 최적의 결과를 뽑아내야 하는 것이 조별 과제인데 그것이 쉽지 않았다. 여러 의견들이 모여서 하나의 의견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의견이 선정되고 다른 의견들은 사라지는 타협의 형태였다.



아마 다들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라 어쩔 수 없이 자신의 개성이 강해서인 것 같다. 같이 작업을 하며 내 의견이 맞다고 생각했는데 조원들은 아닌 것 같다고 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물론 내 의견이 틀렸을 수도 있지만 조원들은 내 의견이 왜 틀린지에 대해서는 설명해주지 않았다.



개인 프로젝트와 조별 프로젝트의 차이는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각자의 개성과 의견도 물론 중요 하지만 개인이 아닌 조별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유는 소통을 통해서 좋은 아이디어를 도출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소통이 안 되는 조별 프로젝트는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가끔은 도망가고 싶을 때도 많았다. 너무 힘들었다. 사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결과물을 보면 내가 혼자서 작업했다면 나올 수 없는 작업물이라 작업 자체의 결과를 보면 좋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았다. 하지만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작업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차라리 작업 결과는 부족하더라도 혼자서 작업했다면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여러 사람이 모이면 혼자 보다 더 좋은 결과물이 탄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혼자 작업하는 것보다 여러 사람들과 작업하는 것은 같이 작업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날 때마다 배로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로 다른 나이와 성별 그리고 환경에 사람들이 같이 프로젝트를 한다는 것에서 소통하는 방법을 배웠으면 하는 마음에서 교수님이 이번 수업을 준비하셨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알고는 있지만 물론 성장하고 배워가는 점들도 많았지만 잘 모르겠다.






아마 사회에 나가면 지금 보다 더 많은 소통을 해야 되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너무 무섭다.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은 괜찮다. 그런데 소통을 통해서 결과를 도출하는 일은 쉽지 않다. 세상에 나와 비슷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일이 아니라면 쉽게 양보하고 존중할 수 있다. 그런데 일이라는 것은 결국 답이 없다. 누구의 의견이 맞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하나의 의견을 선정하는 것이 나는 너무 어렵다. 나는 아직도 어리고 배울 것들이 많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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