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방학에는 자격증 공부도 했지만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하여 열심히 작업했다. 디자인에 과정에 있어서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Theme 바로 주제를 선정하는 일이다. 물론 테마 없이 디자인을 하거나 브랜드를 전개하는 디자이너들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패션 브랜드 그리고 한 시즌의 콘셉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테마이다.
테마는 사람들에게 설명하기 위해서 이미지와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이미지는 쉽게 테마의 감정이나 이야기 즉 느낌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스토리는 조금 더 디테일한 부분들을 설명한다. 두 가지 모두 중요하지만 특히 이미지는 매우 중요하다. 이미지는 시각적인 부분이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글 보다 쉽고 편하게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있다. 만약 스토리가 엄청 좋더라도 이미지에서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는 디자인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테마로 보여주는 이미지와 디자인까지 확장성과 연계성이 디자인을 얼마나 잘했는지를 판가름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많은 디자이너들은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어서 좋은 이미지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또한 여러 이미지들은 영감을 얻는 것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
여러 사이트들이나 책들이 있지만 보통 핀터레스트라는 사이트를 자주 이용한다. 아마 패션만이 아니라 음악, 글 등 여러 예술적인 분야에서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은 이미지를 찾기 위하여 핀터레스트를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 역시 핀터레스트를 많이 사용하고 있고 포트폴리오 작업을 위하여 이번에도 역시 핀터레스트에서 많은 이미지들을 찾아보고 있었다.
핀터레스트는 분명 좋은 사이트이다. 이미지들도 좋은 이미지들이 정말 많다. 그런데 이미지를 찾다 보니 어느새 알고리즘에 영향일 수도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좋은 이미지들을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느낀다는 것이었다. 보는 눈은 다들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핀터레스트의 문제점이다.
앞에 이야기한 것처럼 디자인에 있어서 이미지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사람들은 다들 비슷한 이미지를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에 새롭고 재밌는 디자인보다는 조금 더 한정적이고 익숙한 디자인들과 스토리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포트폴리오 사이트를 보거나 주변 사람들의 작업물을 보아도 본 이미지들이 많고 역시나 거기서 나오는 내용도 물론 다르기는 하지만 그 느낌들은 비슷했다.
요즘은 대부분 컴퓨터로 이미지들을 찾고 작업한다. 굳이 직접 가거나 책 등을 찾지 않아도 쉽고 좋은 이미지를 많은 양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느낌 그리고 감정이라는 것을 언제부터 이렇게 쉽게 배워갈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것들이 과연 진정한 감정이고 느낌인지도 잘 모르겠다.
결국 좋은 디자인은 감정이 느껴져야 한다. 그 감정이 아름다울 수도 있고 슬플 수도 있고 무서울 수도 있지만 우리가 이야기하는 좋은 디자인이나 예술 작품들에는 특유의 감정이 있다. 디자이너들은 그러한 감정을 느끼기 위해서 노력한다. 근데 단지 핀터레스트에서 찾은 이미지들로 그런 복잡한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이번 방학에 그 감정을 느끼기 위해서 직접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장소를 찾아가서 냄새를 맡고 바람과 햇살을 느끼며 사진을 찍고 눈으로 직접 본 것과 사진을 비교하며 그때 그 느낌들을 비교했다. 그리고는 이제야 확실히 깨달았다. 핀터레스트로 찾는 이미지들로는 느낄 수 없었던 것들이 무엇인지.
좋은 이미지는 무엇일까? 단순히 아름다운 이미지가 좋은 이미지일까? 그렇다면 핀터레스트의 이미지가 맞을 것이다. 내가 찍은 이미지들은 당연히 핀터레스트에서 찾은 이미지들보다 아름답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미지에서 느껴오는 감정들은 내가 직접 찍은 것들이 훨씬 풍부했다.
언제부턴가 디자이너들은 인터넷에 많은 의존을 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은 쉽고 빠르고 퀄리티도 좋고 양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쉽게 느낀 감정들은 약하다. 풍부하지가 않고 모두가 비슷한 느낌을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접 찾아가서 찍은 이미지들은 다른 사람들이 느낄 수 없는 감정들을 더 풍부하게 느껴지게 돕는다. 좋은 이미지는 아름다운 이미지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느낄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하는 이미지가 바로 좋은 이미지인 것 같다. 그러한 이미지는 쉽게 얻을 수 없다. 진정한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다면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