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폭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나의 마음과 연결되는 것은
다이어트든, 정신건강이든, 어떤 삶의 문제 해결이든 항상 통하는 진리라고 생각한다.
외부의 소리가 아닌 내 몸과 마음의 소리를 듣는 것.
남이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
다이어트를 하다 보면 외부의 소리와 미디어의 잡음에 중심이 흔들릴 때가 있다.
예를 들면,
배고픈 상태로 자야 살이 빠진다.
하루에 2끼만 먹어야 한다.
간헐적 단식을 해야 살이 빠진다.
탄수화물을 줄여야 살이 빠진다.
음식의 '양'이 다이어트의 치트키다.
그러나 이 모든 말은, 어떤 사람에게 적용될 수는 있지만 어쩌면 당신에게 맞지 않는 옷일 수 있다.
배고픈 상태로 자야 살이 빠진다?
나는 저녁을 배부르게 먹지 않으면 잘 때 메스꺼움이 올라오는 체질이다. 배부르게 저녁을 먹고 자도 살이 빠졌다. 오히려 다음 날 개운했다.
하루에 2끼만 먹어야 한다?
나는 2끼만 먹으면 2끼를 폭식한다. 3끼를 적당히 먹되, 아침은 가볍게 먹어야 에너지가 충만하다.
간헐적 단식을 해야 살이 빠진다?
간헐적 단식 시간을 타이머로 잴 때 시간강박으로 인해 생활이 피폐해졌었다. 고작 5분을 넘기기 위해 주린 배를 잡고 버틴 적도 있다. 그 모든 것은 '에너지'다. 간헐적 단식 시간을 칼같이 지키려는 것도 어쨌든 다 나의 '에너지'다.
그 에너지를 아껴서 공부하거나, 운동하거나, 사람을 만나는 데 쓰는 게 백 배 낫다.
탄수화물을 줄여야 살이 빠진다?
나는 쌀밥을 먹지 않으면 디저트를 폭식하는 타입이었다. 일부러 식사를 부족하게 하고, 탄수화물을 줄였더니 간식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이제는 백미를, 혹은 비율이 낮은 잡곡밥을 한 공기 아주 배부르고 든든하게 먹어야 간식이 생각나지 않고, 생각이 나도 잘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음식의 '양'이 다이어트의 치트키다?
어느 정도는 동의한다. 그러나 양에 너무나 집착하게 되면, 다이어트가 힘들어진다. '어제보다 덜 먹어야 살이 빠지는 거 아니야? 이 정도만 먹으면서 평생 살아야 살을 뺄 수 있다는 거야? 대체 어떻게 해..?' 인간의 몸은 기계가 아니다. 어느 날은 운동량이 많아서 많이 먹을 수도 있고, 힘들어서 많이 먹을 수도 있다.
양에 집착하는 태도는 곧 배부름을 거북하게 느끼는 태도로 이어지고, 이는 식이 장애의 초기 증상이다.
물론, 먹으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몇 가지 식단이나 규칙이 존재할 수는 있다.
그러나 거기에 목을 매는 순간, 그걸 하지 않으면 평생 살은 절대 못 빼는 몸과 정신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중요한 건 나 자신을 아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나를 어린아이 다루듯 조심히 달래주고, 관찰하고, 훈육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관찰에는 반드시 기록이 따른다. 인스타 비공개 계정이든, 수첩이든, 핸드폰 메모장이든, 여러 군데에 반드시 기록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기록을 하며 어떨 때 폭식을 하는지 돌아봐야 한다.
어떤 생각을 했을 때 '폭식해야겠다' 혹은 '먹어야겠다'라는 욕구가 확, 올라왔는지, 그 감정은 어떤 감정이었는지, 혼자 먹었는지 같이 먹었는지, 어떤 음식을 폭식했는지, 어떤 장소에서, 몇 시에 폭식을 했는지, 먹고 나서의 감정과 생각은 어땠는지 등을 세세하게 전부 기록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꾸준하게 겪다 보면 결국 내가 항상 생각하는 대로만 생각하고, 행동하는 대로만 행동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치 뇌에 어떤 회로라도 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기록을 통해 그 회로를 조금씩 바꾸어 나가면 된다. 종이 울리면 침을 흘리는 파블로프의 개를, 이제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고 생각하도록 훈련시키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은 결국 나의 몸과 마음을 연결시키는 행위다.
폭식을 하고 나서 아무런 성찰 없이 그저 지나가버리는 행위는, '폭식'이라는 일종의 몸에 대한 자해 때문에 큰 상처를 입었을 내 마음을 전혀 돌아보지 않는 것이며, 이는 곧 내가 자신에게 가하는 두 번째 폭력에 다름없다.
이 단순한 자연적 섭리가 우리에게 어려운 이유는, 우리 마음에 나의 것이 아닌 무언가가 가득 들어차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온갖 방해물들 때문에, 나의 몸과 마음은 서로를 향해 가닿아 연결되려 하는 즉시 그 시도가 좌절되어 버린다. 우리가 할 일은 그 방해물들을 치우고, 몸과 마음을 끊임없이 연결해주려 노력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요즘의 내가('나'는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 소개한 규칙 중 몇 가지는 언젠가 나를 옭아매는 강박이 될 수도 있고, 그래서 나는 그것을 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그것이 강박이 되지 않도록 언제나 내 마음과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가지고 있는 몇 가지 규칙을 소개하고 싶다. 그러나 이 포스팅에 담은 내용처럼, 단순히 참고로만 사용하길 바란다.
어차피 모든 것 중에서 가장 우선이 되는 것은,
당신이 '편안함'을 느끼고, 실행하는 데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가지 않는,
다시 말해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 하기에 쉬운 규칙들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1. 나는 아침을 가볍게 먹는다. 일찍 일어나면 세끼를 먹고, 어쩌다 늦게 일어나면 두 끼를 먹는다.
2. 나는 되도록이면 한식을 먹으려고 한다. 디저트 강박이 심할 때는 매일매일 2끼 밥 한 공기씩을 다 먹었다. 지금은 가끔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우기도 하고 햄버거를 먹기도 하지만, 디저트 폭식 욕구가 올라올 때는 무조건 밥 한 공기를 다 먹는다.
3. 끼니는 재료를 다양하게 먹는다. 오감을 만족시키고, 영양도 충분히 공급하여 다른 영양가 없는 간식이 생각나지 않도록 한다.
4. 특정 간식(경험상 과자, 쿠키, 빵, 케이크, 도넛 같은 정제 탄수화물일 경우가 많았다)이 너무너무너무 당길 때는, 행복하게 예쁜 그릇에 담아 먹어준다. 다른 사람과 함께 이야기하면서 먹으면 더 좋다. 그러나 간식을 먹어서 배가 안 고프다고 끼니를 건너뛰는 짓은 절대 하지 않는다. 나의 경우에는, 그렇게 하면 다음날 폭식이 터지거나 강박이 생기는 악순환에 빠졌었다.
5. 카페에서는 라떼나, 당분 없는 티나,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이것도 밥을 든든하게 매끼 챙겨 먹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원래는 프라푸치노나 바닐라 라떼 같은 달달한 음료를 너무너무 좋아했으나, 그랬을 때의 나의 모습은 편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좋아했다'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순수하게 좋아했다기보다는 '먹으면 안 돼'라는 강박 때문에 알게 모르게 욕망이 계속 커져 있었을 수 있다.
이런 음료들을 먹을 때마다 입에서 단내가 나고, 텁텁하고, 배가 부르고, 그래서 다음 끼니를 만족스럽게 먹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졌었다. 그래서 요즘엔 끼니를 든든하게 먹고 카페에서는 0칼로리 음료를 마시는 게 훨씬 행복하다.
6. 목적없이 보는 스마트폰을 최대한 자제하려 노력한다. 릴스, 유튜브, 숏츠, 카카오톡.. 뚜렷한 목적없이 집어드는 스마트폰 속 시끄러운 정보들의 화려한 쇼는 내 몸과 마음을 분리해버릴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이고 쉬운 방법이다. 아무 생각 없이, 끊임없는 정보에 노출되면 나를 성찰하고 내 감정을 직면할 기회와 필요성을 잃게 된다. 나중엔 결국 내 감정과 생각에 둔감해진다. 내가 왜 자기파괴적인 행위(예를 들면 폭식)를 하고 있는지, 어떠한 경로로 마치 어떤 값이 입력된 기계처럼 이러한 행위를 반복하게 되는지를 전혀 알지 못하게 되며, 알고 싶지도 않게 된다.
그리고 내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고 상상하고 호흡하는 것은 여기에 꽤나 큰 도움이 된다.
위 사진처럼 인스타그램에 먹은 것을 찍어 기록한다.
다이어리엔 식사일기를 쓴다.
다이어리가 없을 때는 핸드폰 메모장에 적고 나중에 옮기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