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운전하다가 '보초 운전'이라는 딱지를 붙인 자동차를 보고 그 차에게는 양보를 안 해줄 수가 없었다는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다. 초보 운전보다 더 안쓰러운 초보 운전 같은 느낌이랄까.
나는 현재 보초 운전과 초보 운전의 중간쯤 되는 상태이다.
친구 집에 놀러 가는데 차를 가져갈까 말까 여덟 번쯤 고민하다 운전대를 잡았다. 친구집과 나의 집은 차로 25분 정도의 거리인데, 지하철을 타면 20분이면 간다. 그래서 시간상으로나 노동력상으로나 지하철을 타는 게 훨씬 좋은 선택인데, 이대로 가다간 영영 운전을 안 할 것 같아 오늘은 운전을 결심했다. 티맵 지도로 시뮬레이션을 세 번쯤 돌려보고 차에 탔지만, 초보 운전자로서 네비를 쳐다볼 여유가 별로 없었다. 안내 멘트에 귀 기울이며 운전대를 두 손으로 꼭 붙잡고 있었다.
초보운전자에게 가장 어려운 건 끼어들기다. 친구들의 조언 중 제일 이해가 어려웠던 게 "옆의 차가 끼워줄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 보고 들어가라"는 거였다. 난 아무리 봐도 옆차가 끼워줄 마음인지 아닌지를 알 수가 없었다. 옆차가 창문을 내리고 "들어오셔도 됩니다!"라고 크게 외쳐주지 않는 이상 그들의 속내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싶었는데, 오늘 운전할 때 몇 번의 끼어들기를 하며 약간이나마 옆차의 표정을 파악하는 방법을 배운 것 같다.
친구집에서 돌아오는 길은 처음으로 혼자 밤 운전을 했다. 가파른 오르막길 신호에서 멈춰 섰을 때는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는 순간 뒤로 쏟아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브레이크를 세게 꾹 밟고 있었다. 밤이라 주위의 차들이 잘 안 보일까 봐 창문도 반쯤 열어놓고 운전했는데, 바람과 차 소리 때문에 난이도가 조금 더 올라간 것 같았다.
무사히 집에 도착해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나니 뿌듯했다. 여덟 번의 고민 끝에 운전을 선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얼른 실력이 늘어 티맵으로 사전 시뮬레이션을 하지 않고도 능숙하게 운전을 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