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 운동화를 좋아한다. 어느 코디에나 잘 어울리기도 하지만 그냥 새하얀 운동화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며칠 전에는 출근 준비를 다 마치고 자연스레 흰 운동화를 꺼내 신었는데 자세히 보니 운동화에 때가 많이 타있었다.
바빠죽겠는데 그냥 오늘까지만 신고 빨아야지 하고 구깃구깃 흰 운동화를 신고 나갔다가, 아무래도 마음이 찜찜해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신발을 갈아 신고 출근했다. 그게 벌써 저번주 수요일이었던 것 같은데, 아직 신발을 세탁소에 맡기지 못했다.
이왕지사 세탁소에 갈 거라면 다른 신발도 맡길 게 있나 싶어 살펴보는데 두 개 정도가 더 눈에 들어왔다. 모두 원래는 뽀얬던 애들이었는데, 때가 많이 타서 누레져있었다. 다음 주 중에는 세탁소에 가서 얘네를 다시 뽀샤시하게 만들어줘야지. 까먹지 않으려고 꼬질이 삼 형제를 현관문 앞에 나란히 세워놨다.
내 낡은 운동화들을 쳐다보고 있자니 골든구스 신발을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이 떠올랐다. 이게 새 신발이라고? 이게 그렇게 비싸다고? 당시에는 내 돈 주고 저 신발을 살 일은 절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세탁을 위해 내놓은 저 신발들이 골든구스였으면 어땠을까 상상해 봤다. 내 낡은 운동화가 낡은 게 아니라, 처음부터 그렇게 나온 거라면? 그럼 나도 운동화를 신고 나갔다가 찜찜해서 다시 돌아올 일이 없었겠지? 세탁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겠지?
골든구스는 이태리 장인이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향하며 만든 신발 브랜드로 알려져 있는데, 그 장인도 사실은 신발 세탁하기 귀찮아서 처음부터 더럽게 만든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