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생 싱글이모와 2020년생 조카의 통하는 이야기
#1. 걱정의 크기
조카바보.
이보다 더 나를 설명해 줄 단어는 없다.
그 밖에도, 몇 가지 설명을 덧붙인다면...
오랫동안 라디오 대본을 써온 방송작가,
K리그 프로축구팀을 응원하는 열혈 서포터,
책을 좋아해서 서점과 도서관이 놀이터이고,
여행(그중에서도 유럽)을 좋아해 떠나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또 명화에 얽힌 뒷이야기를 좋아해 학예사 공부도 준비해 봤던...
그런 내가, 직장을 잃었다.
어딜 가든 조카를 위한 자잘한 선물 사기에 행복을 느꼈던 나와...
그 선물을, 누구보다 더 서프라이즈 한 표정으로 받아줬던 조카였지만
실업으로 인해 용돈의 부족함을 감지하게 됐고,
tv를 보며 '다음에 저거 사줘~', '나도 저거 갖고 싶다 사줄 거지?'라고 말하는 조카에게
거짓말을 덧붙여 '응, 밥 잘 먹으면 사줄게'라고 말할 수도 있었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털어놓고 말았다.
"이모 어쩌면...
다시 일 못할 수도 있어. 그래서 서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도 못 사주고,
맛있는 것도 같이 못 먹을 수도 있어. 그렇게 되면 어쩌지?
이모 조금 무서워... 그래도 이모랑 놀아줄 거야?"
그렇게 내 말을 곰곰이 듣고 있던 조카의 말...
"걱정하지 마~! 나 돈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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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울컥해, 역시 조카바보로 살아온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며 뿌듯해했지만
길바닥을 혼자 헤매고 있는 개미에게도 "걱정하지 마~! 엄마 만날 거야."
바람에 흔들리는 꽃을 보면서도 "걱정하지 마~! 바람아저씨 집에 갈 거야."
조카에겐 참 쉬운 말이었구나.
나의 눈물이 괜히 머쓱해졌지만....
이렇게 따뜻한 아이라서, 참 좋다.
걱정을 떨쳐내는 건 쉽지 않지만, 조금만 더 덜어 놓자.
생각해 보면, 그 걱정을 해결하거나 받아들이는 방법은 많으니까.
백수가 됐지만, 돈 많은 조카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뭐가 됐든, 꽃길만 걷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