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이, 머엉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나는 누군가의 기대치로 살아간다.
그와 동시에 의무적으로 해야 할 일도 늘어만 간다.
자식으로, 엄마로, 아빠로, 과장으로, 사장으로, 선생으로....
그래서 집중과 몰입이 필요할 때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방해받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먼지임을 떠올린다.
처음의 나는 우주의 먼지로 돌아다녔을 것이다.
그러다가 인연이라는 기적으로 이 세상에 태어났고,
언젠가는 우주의 먼지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니까 먼지만큼 가볍고 자유로운 존재가 바로 나.
우주를 채우는 것은 먼지이기에
먼지는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왜 우리는 수많은 무게에 짓눌리고 바닥에 달라붙어
천근만근 무겁게 살아가는 걸까?
사실 나는 먼지처럼 가볍고 자유로운 존재인데,
그리고 그럴 수 있는 사람인데.
사람들이 현실이라고 말하는 그 현실은 무엇일까?
돈? 가족? 직위? 배고픔? 사회성?
현실에 짓눌렸다는 표현은 어떤 현실을 말할까?
만일 내가 먼지임을 안다면 현실에 짓눌리지 않을 수 있다.
그건 무책임과는 조금은 다른 맥락이다.
누구에 의한 내가 아니라 나 자체로의 나.
실은 우주의 먼지처럼 최초의 내가 먼저 존재했노라고.
그래서 누군가의 눈치를 보기 전에
나의 근원적 자유에 먼저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건지,
내 마음속을 먼저 들여다봐야 하는 거라고.
설령 사랑하는 이의 생각과 내 마음의 소리가 다를지라도
너무 죄책감을 느끼지는 말자고.
먼지는 바람에 실려 두둥실 떠다니다가 햇살을 맞으며
무중력 상태로 멈출 수 있는 그토록 가벼운 존재임을 알아야 한다.
물먹은 솜처럼 무겁고 또 무거워질 때
먼지 같은 나를 떠올린다.
훌훌 털고 가뿐하게
공중에 떠서 날아다닐 때 비로소 나의 세상으로
온전히 몰입할 수 있기에.
(1) 나는 원래 먼지였다 - 쓸데없이 머엉 #힐링 브이로그 #여행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