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이, 머엉
예전에는 너무 바빠 먹는 시간조차 아까웠던 적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대충 사 먹거나 간단하게 차려서 훌훌 씹어 넘기곤 했다.
먹는 동안에도 일거리를 손에서 놓질 않았다.
다른 생각을 하며 밥을 먹으면 밥알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때가 많다.
먹는 것도 아니요, 일을 하는 것도 아닌 상태에 놓인다. 물론 심리적으로는 시간을 잘 활용했다고
위안 삼을 수 있을지 모른다. 혼자 있을 때 잘 차려 먹는 것은 어쩐지 사치라 여겨져 매 끼니 소홀해진다.
그래서 나는 아침식사를 좀 더 바라보기로 했다.
먹는 것이 목적이지만 그전에 아침식사를 바라보는 것이 포인트다.
마음에 드는 접시를 골라 간단한 토스트와 샐러드를 플레이팅 해도 좋고, 한식 전용 나무 그릇에
밥과 몇 가지 반찬을 정갈하게 담아내어도 좋다. 입으로 들어가기 전에 단정하게 차려진 식사를 바라보며 잠시 감상해 본다. 인증숏을 찍어도 좋지만 그보다는 눈으로 만족감을 느껴야 한다.
많은 음식은 필요치 않다. 바라보기 좋은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중략-
음식의 담음새를 잠시 바라본 뒤 온전히 그 맛에 집중하며 천천히 아침식사를 하면, 그날 하루는 영감으로 충만한 준비운동으로 시작한 셈이다.
-쓸데없이, 머엉 '아침식사 바라보기'-
우리는 밥을 너무 빨리 먹는다. 식사시간의 한계도 있지만 시간제한이 없어도 빨리 먹고 끝내 버리곤 한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느리게 먹었다. 나이 들면서 소화 기능이 약해져 속도가 느려진 건 아니다. 분명 유년시절, 학교에서 밥을 먹을 때도 주어진 점심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먹는 시간도 부족했지만 먹고 난 뒤의 시간도 늘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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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느리게 먹는 걸까? 먹는 시간 때문에 일의 능률이 떨어질 때도 있지만 하루 세 끼 중 단 한 끼라도 느린 식사를 고수하려 한다.
음식은 만들기 전부터 조리과정, 그리고 먹는 그 순간까지 몸의 세포와 감각을 깨운다. 바빠서 삼각김밥 하나만 먹는다 해도 삼각김밥과 가장 잘 어울리는 바나나 우유를 고르고 바깥 풍경이 잘 보이는 편의점 창가에서 느린 속도로 맛있게 꼭꼭 씹어 먹을 수 있다면 나에겐 그 한 끼가 만찬이다.
바빠서 느리게 먹을 시간이 없다면 간단한 요기를 꼭꼭 씹으며 맛을 느껴보면 어떨까.
내 입, 내 식도, 내 위는 내 것이다. 다른 이들은 내 모든 감각 세포를 책임질 수 없다. 그러니 천천히 먹어도 좋다. 아니, 그래도 된다. 입을 통해 들어간 음식은 내 몸과 일체가 되기에 먹는다는 건 곧 나를 삼키는 일이다. 그런 나를 마구잡이로 선택해서 함부로 삼킬 수는 없지 않은가.
-쓸데없이, 머엉 '나를 삼킨다는 것-
이걸 쓰고 있는 지금, 나는 너무 배가 고파졌다. 삽입한 두 점의 그림은 동물보호 그림책을 만들 때 아이들에게 채소를 정말 맛깔나게 보이게 하려고 했던 원화다. 다행히도 이웃집 아이들이 이 장면을 보고 엄마에게 당장 채소반찬을 먹고 싶다고 했단다. 얏호!
요리를 할 땐 그림을 그릴 때와 매우 비슷하다고 느낀다. 그 자세한 이야기는 '지금 시작하는 드로잉'이란 책에도 썼었는데 기회가 되면 그 부분도 소개해 보겠다. 뭔가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이미 음식 사진들을 본 후 기력이 떨어졌다. 아무래도 당장 뭐라도 먹어야겠다. 브런치 쓰다가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참고로, 나는 아침에 커피를 먹기 위해 한식보다는 커피와 어울리는 음식들이 주를 이룬다.
점심과 저녁은 주로 토종 한식을 즐겨 먹는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청국장.
아래는 아침식사 장면을 담아보았다. 나는 요리담당이라면 짝꿍은 커피담당이다. 당연히 설거지는 짝꿍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