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음식 2025

Intro.

It's On - George Duke

by 양현석

사진: Unsplash의 Coppa Cover


소리 음(音)

어린 시절, 나는 드럼을 사랑했다. 언제부터인지 집에 있는 그릇들을 모아서 아주 화려한 홈메이드 드럼을 쳤었다. 그릇을 모아놓았던 장면이 아직 기억에 아른거린다. 아마 초등학생 저학년 때까지는 그렇게 놀았던 것 같다. 집에서든, 밖에서든 드럼의 존재를 인식하면 그렇게 설렜다. (신기하게도 지금도 마찬가지다.)


드럼에 대한 마음을 간직하면서 학교생활을 이어가게 되는데, 중학생이 될 무렵 나는 한 드럼 선생님을 만난다. 그리고 나의 평생 잊지 못할 음악적 경험은 선생님의 첫 레슨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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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실에서 나와 마주 보고 앉은 선생님은 스네어 드럼(작은북) 하나를 내 앞에 놓았다. 그리고 스틱을 들고, 말없이 자세를 잡으셨다. Single Stroke Roll, 양손으로 한 번씩 번갈아 치면서 아주 느린 속도부터 아주 빠른 속도를 냈다가 다시 아주 느린 속도로 돌아오는 짧은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매우 집중해 있던 상태였고, 선생님의 속도에 따라 호흡도, 심장도 반응했다. 선생님께서 스틱을 놓을 때까지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날 처음 알았다. '음악이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또 듣고, 또 경험하고 싶었다.



먹을 식(食)

19세기 독일 철학자 루트비히 포이어바흐(Ludwig Feuerbach)는 이런 말을 했다. "Der Mensch ist, was er isst." 직역하면, "사람은 그가 먹은 것이다." 내 몸과 건강은 내가 섭취하는 음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의미다. 나는 이 말에 깊이 공감하며, 음악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믿는다. 우리는 자의든 타의든 음악을 '귀로 먹으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것이 나를 만든다.


나는 여기에 슬로건 하나를 덧붙이고 싶다. "완벽한 영양은 골고루 먹는 것." 한 가지 음식을 고집하지 않고 다양하게 섭취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듯, 음악도 '골고루' 듣고 경험하다 보면, 새로운 '맛'을 알게되고, 그 맛은 결국 더 건강한 나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음악들은 살아갈 수 있는 좋은 에너지를 공급한다.



매거진 음식(音食)은 내가 직접 선택한 음악 메뉴로 구성된다.

어릴 적 드럼소리에서 받은 감동처럼,

인생에서 다시 마주한 감동과 충격의 순간들을 하나씩 소개한다.




Menu_1 [ It's On - George Duke ]

https://youtu.be/uHFJ9qhR0VM?si=XIlqsrFth483NW2c

George Duke Trio. ‘It’s On.’ Java Jazz Festival 2010, 6 Mar. 2010, C1 Hall JiExpo Kemayoran, YouTube

연주

George Duke – Keyboards

Christian McBride – Bass

Ronald Bruner Jr. – Drums


It's On은 1998년, 조지 듀크(George Duke)가 발표한 스튜디오 앨범 『After Hours』에 수록된 재즈-펑크 퓨전 스타일의 곡이다. 이 글에서 소개하는 영상은, 2010년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Java Festival 에서의 실황 버전이다. 2013년, 조지 듀크의 별세 이후 이 영상은 더욱 소중한 기록이 되었다.


앨범 수록 음원이 아닌 이 연주를 선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복합적인 맛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는 그 현장을 원할 때마다 다시 꺼내볼 수 있다. 이 얼마나 시대의 큰 축복인가.


Kick 1. 앙상블

세팅이 진행되는 동안 조지 듀크의 독백이 이어지다가 베이스와 드럼이 들어오면서 연주가 시작된다. 사실 서두에서 세 개의 악기가 모두 들어왔을 땐 이미 앙상블은 하나가 된 듯했다. 테마 연주 이후 건반, 베이스, 드럼 순으로 솔로가 진행되었었는데, 나는 여기서 솔로를 받쳐주는 사운드에 한번 더 놀라게 된다. 마치 국악에서 연주자를 든든히 뒷받침해 주는 고수 같았다. '얼쑤!', '좋다!', '그렇지!'를 외치는 것처럼 적절한 타이밍에 솔로 악기를 향한 추임새가 오고 간다.

이러한 추임새는 자칫 너무 부각되어 연주의 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연주에서는 그런 걱정은 들 이유가 없었다. 각자의 솔로에서 다른 연주자들의 소리에도 귀 기울여보면 또 다른 맛이 느껴질 것이다. 서로의 연주를 빛나게 해주는, 몰입도 200%의 연주였다.


Kick 2. 드럼

내가 좋아하는 드럼의 매력 중 하나는 '땜핑감'이다. 땜핑이란, 드럼 연주에서 경쾌하고 명확한 타격감을 뜻하는 한국식 표현인데, 좋은 땜핑감은 음악의 리듬감을 살리고 드럼 사운드의 생동감을 높여준다. 이 곡의 장르인 '펑크'에서 특히 강조되기도 한다. 드럼의 마이킹, 좋은 드럼도 한몫을 하겠지만, 연주자가 만들어내는 소리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로널드 브루너 주니어(Ronald Bruner Jr.)의 스네어에서 '미친 땜핑감'을 느꼈다. 스네어의 소리가 울릴 때마다 무엇인가 달라붙는 듯한 음색은 그 만의 바이브이다.

그의 드럼 솔로는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이 연주에서 그의 솔로의 기승전결은 완벽에 가깝다고 느꼈다. 단순한 리듬으로 시작하면서 땜핑감에 집중되는 소리는, 중반부에서는 말도 안 되는 싱글 스트로크가 돋보이고, 손과 발(베이스, 큰 북)의 콤비네이션은 그의 솔로에 더 빠져들게 한다. 솔로가 끝나기 직전 온몸을 썼던 단순하지만 강렬한 클로징은 현장에서 모두의 환호를 불러일으켰다. 솔로가 끝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앙상블의 밸런스를 맞춰 브릿지로 돌아가는 순간에는 소름이 돋는다.




드럼을 사랑했던 내게 설레는 감동을 선사하고 앙상블의 새로운 눈을 뜨게 해 준 연주이다.


Bon Appét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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