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음식 2025

Menu_2 [2악장의 아름다움]

라흐마니노프 소나타 2번, 내림 나 단조, 2악장

by 양현석

사진: UnsplashLulu Wu


클래식에는 수 많은 작품들이 있어 '누가' 연주하는지 굉장히 중요하다. 똑같은 작품을 연주해도 연주자의 소리, 음악의 서사, 완성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작품을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연주자들에 대해 하나의 세트처럼 이야기 하는 사람들도 있다. 오늘은 13년 전, 나에게 피아노와 클래식에 대한 깊은 매력을 느끼게 했던 작품과 피아니스트를 소개한다.




Menu_2 [ S.Rachmaninov Sonata No.2, op.36, 2nd mov. - 김정원 Pf. ]

https://www.youtube.com/watch?v=H4bGn6-r7Jc

Julius Kim. Rachmaninov: Piano Sonata No. 2, Op. 36 – II. Non allegro, YouTube

작곡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Sergei Rachmaninoff, 1873-1943)


낭만주의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작곡가이다. 20세기 중반, 쇤베르크나 스트라빈스키처럼 실험적인 현대 음악이 주된 흐름을 타던 시기에도 라흐마니노프는 낭만주의 속에서 자신의 세계를 키워갔다. 한손으로 13도 음정(무려 '도'에서 '라'까지 한 손으로 칠 수있다.)을 칠 수 있었던 라흐마니노프는, 그만큼 화려한 화성과 고난도의 테크닉을 악보에 담아내며 그만의 음악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피아노 소나타 2번 내림 나 단조, 작품번호 36번은 1913년에 작곡되었으나 개정을 거쳐 1931년에 개정판을 중심으로 연주된다. 오늘날에는 개정판을 중심으로 연주되고 있지만, 오리지날 버전인 1913년 작곡된 악보로 연주하기도 한다. 김정원 피아니스트의 연주는 개정판 연주로, 총 3악장으로 구성되어있는 곡 중 2악장을 소개하고자 한다. 2악장은 Non allegro - Lento의 느린 템포의 빠르기로 아주 서정적이며, 시적인 음악이 펼쳐진다.


연주

피아니스트 김정원


13년 전, 나는 김정원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처음 듣게 되었다. 그 연주가 바로 지금 소개하는 음반의 라흐마니노프 소나타 2번이었는데, 이 연주를 들은 이후로 '라흐마니노프 소나타' 하면 김정원 피아니스트의 연주가 반사적으로 떠오른다. 기차 안에서 이어폰을 꼽고, 고요한 중에 들었던 들었던 연주와 감성은 가슴을 쿡쿡 찌르는 듯한 감동을 느끼게 했다.


Kick 1. 어디론가 떠나게 만드는 소리

2악장 자체에 노트(음표)가 많지 않고, 4분의 4박자에서 8분의 12박으로 넘어가면서 마치 잔잔하면서 애틋한 왈츠를 추는 듯한 뉘앙스를 준다. 김정원 피아니스트는 8분의 12박으로 넘어가면서 어디론가 떠나게 하는 철학적인 소리를 주는 것 같다.


2악장 자체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하다. 그 서사는 연주자 본인이 철저히 계획하고 가다듬지 않으면, 청자에게는 닿지 않는 고도의 테크닉이자 재능의 영역이다. 연주를 집중해서 듣고 있다보면 내가 무언가를 생각하다, 무엇인가에 뜨거워지다, 다시 돌아올 것이다. 시간예술이라는 단어가 참 어울리는 연주이다.


Kick 2. 페달링(Pedaling)

페달링은 소리의 한 영역으로, 발로 밟는 장치(페달)을 이용해서 음의 길이, 울림, 연결, 음색 등을 조절하는 기법이다. 따라서 그저 소리에 대한 개입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음악을 결정한다. 페달을 밟는 방식에 따라 곡의 해석이 완전히 다르게 들리게 된다. 김정원 피아니스트의 연주에서는 섬세한 페달링이 돋보인다.


화성과 멜로디를 완전히 이해하는 듯한 페달링은 들려야 할 순간에 '이 소리를 들어야 해.' 라고 말하는 것처럼 이어진다. 곡의 초반부에 아르페지오로 화성을 펼치면서 하행하는 부분은 베이스부터 멜로디의 영역까지의 블렌딩(음의 조화)와 밸런스가 귀를 사로잡는다. 곡 중반부와 후반부에는 자칫 두꺼운 화성과 음역대로 소리가 깨끗하지 않게 섞이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 연주에서는 아무리 들어봐도 다시 음악에 집중하게 해주는 깨끗하고, 안정적인 페달링을 선보인다.




피아노의 아름다움을 체험할 수 있는 곡과 연주이다.


Bon Appét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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