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1일 새벽

짜증 나는 게 또 뭘 조르러 왔다

by 비구름

- 2년 전 겨울 하늘로 간 친구가 핼러윈 새벽에 찾아왔다는 설정으로 쓴 글입니다. 당일 완성 목표였어서 다소 완성도는 낮을 수 있습니다.

***

똑똑.

뭐야, 지금은 엄마 잘 텐데? 그보다 새벽에 보통 방문을 노크하던가?

“누나, 사탕!”

… 하…?

“사탕을 주지 않으면 장난칠 거야!!!”

내가 잘못 들었나?

“사탕 안 키운다.”

정말 말도 안 되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어 답하자, 문이 벌컥 열렸다.

“왔냐.”

“응!!”

마냥 좋다고 헤실거리는 애를 앞에 두고 난 여전히 무뚝뚝했다.

“야, 누가 새벽 3시 넘어서 노크를 하냐. 어제 카페인 먹었기에 망정이지.”

“나 안 보고 싶었어?”

“그럼 왜 두 번씩이나 납골당 찾아가냐? 과자는… 글쎄, 편의점에서 사야 하나…”

나가려고 주섬주섬 겉옷을 꺼내는데 이 녀석이 산책 가기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방방 뛰는 것이 아닌가.

“여기 있어, 인마.”

“같이 가자!!”

“귀신이랑 편의점 가서 나 혼자 허공에 대고 말하라고?”

“나 5시 되면 다시 들어가야 된단 말이야!”

그렇게 귀신 한 마리 데리고 현관문을 나서게 되었다.

“근데 여긴 어떻게 온 거야?”

“저번에 나 찾아왔을 때 쫓아와 봤음 ㅋ”

“범죄다.”

그 말 듣자마자 기죽어서 고개 푹 숙이는 것마저 그대로였다.

“뭐 먹을래? 과자 달라며?”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아르바이트생이 인사를 건넸다.

“네, 안녕하세요. 야, 뭐 해, 골라.”

의아하다는 듯 나를 응시하는 그의 시선을 무시한 채 아이를 재촉했다.

“웨하스.”

“…응…”

괜스레 울컥하는 감정을 누르며 웨하스 한 통을 집어 들었다.

“다른 건?”

“이것도 양 많잖아. 같이 먹자!”

내 속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세상 밝은 표정으로 그가 대답했다.

“… 그렇게 춥진 않으니까 우리 집 밑에 있는 벤치 가서 먹을까?”

“그래.”

계산하고 편의점을 나섰다. 얘는 정말이지 입이 쉴 줄을 모르는 애였다.

“누나 아직도 자취 못해? 2년 전에 나한테 자취하고 싶다고 상담했잖아! 인천은 좀 싸다니까? 뭐, 이제 나랑 동네 주민은 못하지만… 그래도 납골당 올 때 교통도 편해지고! 도서관도 우리 만났던 데 좋잖아! 아, 근데 요즘엔 누구 관심 있는 사람 없어? 연애는 되게 못해요… 설마 아직도 남자 친구 없는 거야? 에에… 또 나한테 수업받을래? 오늘은 그러고 있을 시간이 없을 텐데…”

“이봐, 나도 말 좀 하자…”

멋쩍은 듯 웃더니 벤치에 앉아 웨하스 통을 주섬주섬 뜯는 그였다.

“신나서…”

“2년간 말이라도 못 했냐고…”

“천국 사람들하고야 얘기했지. 누나랑은 못했잖아.”

순간 정적이 흐르고야 말았다.

“… 잘 있긴 한가 봐?”

“응! 최고야. 땅에서 살 때는 생각도 안 나.”

“그래…”

왜 죽었는지는 묻지 않기로 했다. 이제 와서 그의 낙사가 자살이었는지 사고였는지 알게 된다고 달라질 것도 없으며, 살 때의 괴로움도 싹 가신 얼굴이었기에 새삼 과거를 언급하는 건 그만두었다.

“나야, 여전히 잘 있어. 특별히 나쁜 점 없이.”

“에이.”

걸렸나. 한숨을 푹 쉬고는 진심을 덧붙였다.

“그냥 명함 있는 백수 같아.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무력함을 느끼는 빈도는 점점 쌓여가는데 작업 결과는 쥐꼬리도 안 된다니까.”

“나 누나 그림 좋아하는데?”

“..?”

“동물의 숲 같잖아!”

“그거… 좋은 뜻이었냐고…”

“응! 귀여워!”

칭찬이었구나. 그럼 그렇게 말하지. 이제 알았잖아.

“그리고… 나는 너무 많이 생각하더라?”

“뭐야, 봤냐?”

당황해서 말을 더듬거리는 그의 어깨를 쿡 찔렀다.

“화난 거 아냐.”

“계속 보고 있었던 건 아니고, 한 번씩 내 사진이 핸드폰 잠금화면이 되어 있는 건 알아.”

지금은 여행 가서 찍은 사진으로 바꿨는데, 어떻게 알았담.

“말하면 들어줄 사람이 없으니까.”

교회 사람들은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야 모르지만, 1년쯤 지나자 완전히 그를 기억하지 않는 양 행동했다. 그가 죽은 게 별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듯이, 마치 아주 오래전 머물다 떠난 사람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그의 이름을 나에게 이야기하는 사람마저 있었다. 가족들은 자꾸 그의 납골당을 찾아가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고, 그에 대해 좀 기억하고 싶어 하는 것도 이제 그만하라고 면박 주기만 했다. 유일하게 공감받는 건 그의 남은 여자친구뿐이었지만, 겨우 살아가는 이에게 자꾸 떠난 남자 이야기를 꺼내도 되나 싶었고 말이다.

“쌓이면 상담 어플에다 1회기나 4회기 끊어서 푸는 게 고작이야.”

“정신과 다닌다며?”

“엄마랑 같이 들어가.”

죄책감을 느끼냐는 질문이나 받고 싶지 않았다.

“씨발, 말을 해야 나도 살 거 아냐.”

“혹시 막… 지치고 그런 거 아니지?”

아. 괜히 말했나.

“산 사람은 그냥 살게 돼 있어. 내 할 일 하는 거 바쁘다고.”

“궁금해!”

“또 뭐가?”

“누나 일 어떻게 하고 있어?”

무슨 별을 눈에 48개 박은 것처럼 반짝이며 나를 보고 있다니, 어디서부터 설명할지 막막했지만 횡설수설 말을 이어갔다.

“전까진 그림책만 했잖아. 요즘은 좀 장르를 이거 저거 준비하고 있어. 한 번에 두 개 이상은 진행 안 하기로 했는데 잘 될지 모르겠네.”

생각나는 대로 계획들을 늘어놓았다. 오디오 드라마 대본 써볼까 생각하는데 음향 누가 해줄까 고민이란 것까지 다 털어놓는 건 처음이었다.

“그… 얘기 중에 미안한데. 나 시간이 다 됐어.”

손목시계를 보니 분침이 거의 12를 가리키기 직전이었다.

“아냐, 들어가야지.”

“나 또 와도 돼?”

“뭘 또 자꾸 왔다 갔다 해. 천국 갔으면 그냥 편하게 쉬지.”

내 말에 그가 다시 속 없이 배시시 웃었다.

“… 창문으로 그냥 와. 다음에도 안 자리란 보장은 없으니까. 기껏 온 애 그냥 보내기 뭐 하니까 그… 책상에 있는 것도 좀 가져가고.”

“진짜?”

“예수님이 문단속 안 하시냐?”

“알았어. 이제 가볼게.”

벤치에서 일어서더니 과자 가루를 툭툭 털어내더라.

“또 봐.”

“어. 난 좀 느긋하게 머문다.”

깊이 숨을 들이쉬느라 눈을 뗀 사이 그의 모습이 사라져 있었다.

• [10/31 웨하스, 사탕, 에이드, 주스]

으음… 뭘 더 적어두지… 이 메모를 고정하자.

작가의 이전글12월의 아이 -0